16세 쌍둥이 피겨 자매 주니어 파이널 동반진출 12월 나고야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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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당시 15세 2개월의 김연아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하며 슈퍼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이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한국 피겨계는 16세 쌍둥이의 눈부신 활약으로 큰 기대감에 젖어 있다. 쌍둥이 자매로는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반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김유재와 김유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첫 메달’은 언니가, ‘금메달’은 동생 먼저
두 선수는 2009년 6월 12일에 태어났는데 김유재가 6분 빨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란히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기량을 키워나갔다. 두각을 먼저 나타낸 것은 언니 김유재다. 13세이던 2022년 8월 김유재는 자신의 국제대회 데뷔전이었던 2022-2023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트리플 악셀은 앞으로 세 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점프인데 김유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6위를 차지한 선배 유영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 두 번째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됐다. 동시에 이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획득한 역대 최연소(13세 76일) 한국 선수가 됐다.
언니에게 자극을 받은 동생 김유성도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2023-2024시즌 두 개의 은메달을 따내며 처음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티켓을 거머쥔 김유성은 이듬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2024-2025시즌 4차 대회에서 완벽한 연기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둔 것이다.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소화하며 합계 198.63점이라는 개인 최고점으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한 달 뒤 벌어진 7차 대회 은메달로 또 다시 파이널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는 한 시즌에 총 일곱 차례 대회를 치르는데 한 선수는 최대 두 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선수들은 각 대회 순위에 따라 랭킹 포인트를 획득하고 일곱 개 대회에서 합산 점수가 높은 상위 여섯 명이 왕중왕전인 파이널에 진출하게 된다. 자매의 경우 첫 메달은 언니가 따냈지만 첫 금메달과 2연속 파이널 진출은 동생이 해냈다. 동생 김유성이 훨씬 앞서가자 언니 김유재는 “많이 부러웠다. 집에서 열심히 응원하면서 나도 내년에 꼭 나가겠다고 생각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6명 진출하는 12월 파이널 대회에 나란히
이란성 쌍둥이 자매는 닮은 점이 많다. 키도 똑같고 체중도 같다. 치킨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같은 점은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된다. 부상에 시달리거나 부진을 겪을 때 서로 의지할 수 있고 한 명이 잘할 때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는 동기부여가 돼 더욱 노력하고 분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올 시즌 들어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보여줬다. 스타트는 동생이 먼저 끊었다. 2025-2026시즌 1차 대회에서 5위에 그친 김유성은 지난 9월 27일 5차 대회에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4위에 그쳤지만 배점이 거의 두 배인 프리스케이팅에서 펄펄 날았다.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은 회전수가 부족했지만 이후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연속 점프와 트리플 루프-더블 토루프 연속 점프를 깔끔하게 해냈고 트리플 살코도 군더더기 없이 뛰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에서도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러츠 점프를 완벽하게 해냈다. 모든 스핀에서도 최고 레벨을 받은 그는 합계 185.99점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차 대회에서 언니 김유재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낸 일본의 오카 마유코에게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쁨을 더했다.
동생의 맹활약을 지켜본 언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10월 4일 치러진 6차 대회에서 마침내 자신의 꿈인 첫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머물렀던 김유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첫 과제인 고난도 트리플 악셀부터 기본점수 8점에 2.29점의 가산점을 챙기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모든 점프를 깔끔하게 수행하고 후반부에서도 각종 어려운 점프를 실수 없이 해내 일곱 차례 점프 과제에서 모두 가산점을 챙겼다. 뜨거운 박수 속에 최고의 경기를 마친 김유재는 합계 199.86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모두 경신했다. 그동안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만 세 개를 따냈던 그는 대망의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벅찬 감격을 맛봤다.
일주일 뒤 7차 대회가 모두 끝나고 반가운 소식이 또 하나 전해졌다. 최종 점수를 합산한 결과 김유재가 전체 2위(랭킹 포인트 28점), 김유성이 6위(랭킹 포인트 22점)로 단 여섯 명만이 겨루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것이다. 김유재는 첫 출전이고 김유성은 3년 연속 진출이다. 주니어 피겨 세계 최강을 가리는 꿈의 무대는 12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다. 만약 쌍둥이 자매 가운데 한 명이 금메달을 따낸다면 김연아 이후 20년 만에 신화를 재현하게 된다. 김유재는 “유성이랑 같이 파이널에 가게 돼서 너무 좋다. 둘 다 파이팅하겠다”고 말했고 김유성은 “여러 가지 운까지 따라줘 모두 파이널에 올랐는데 유재와 함께 출전할 수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종오 SBS 기자
1991년 SBS에 입사해 30년 넘게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모든 종목의 스포츠 경기 현장을 누볐다. SBS 유튜브 채널인 ‘스포츠머그’에서 ‘별별스포츠’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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