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과 면역 지키는 자연의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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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시기는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 아니라 우리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총체적으로 작동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항상성’이란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체온, 혈압, 혈당, 수분, 전해질, 호르몬 농도 등 신체 내부의 생리적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우리 몸의 자가 조절 기전을 말합니다. 이 기능은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가 서로 정교하게 연결돼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 혈관이 수축해 체온 손실을 줄이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더운 환경에서는 혈관이 확장돼 열을 방출하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박수가 감소합니다.
이러한 반응들은 모두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반응이지만 변화가 급격하거나 반복되면 항상성 유지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신체는 작은 범위 내에서의 변화는 감당할 수 있지만 일교차가 10℃도 이상으로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체온조절, 혈관 수축,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반복되며 균형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 균형이 깨질 경우 쉽게 피로해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특히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혈관 수축과 확장 반응이 반복되며 혈압이 갑자기 상승할 수 있어요. 그 결과 심장에 부하가 가중되고 이로 인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여러 역학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됐습니다.
2018년 유럽 심장 학회지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일교차가 1°C 커질 때마다 심근경색 발생률이 약 2~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따라서 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일수록 환절기에 혈관 관리가 필수적이에요.
한편 기온이 낮아지면 상기도 점막의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국소 면역반응이 약해지고 바이러스의 증식도 쉬워집니다. 추운 환경에서 호흡기 감염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절기에는 혈관 건강과 면역 조절을 동시에 고려한 생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환절기는 단순한 온도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몸의 항상성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느라 과부하를 겪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는 혈관과 면역을 동시에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 우리 몸의 균형 회복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들깨와 버섯을 들 수 있어요.
들깨는 고소한 풍미로 인해 전통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식재료일 뿐만 아니라 놀라운 생리학적 가치를 지닌 천연 약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들깨에 함유된 지방은 대부분 알파-리놀렌산(ALA)이라는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이에요. 이 성분은 체내에서 일부 에이코사펜타엔산(EPA)과 도코사헥사엔산(DHA)으로 전환되며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을 낮추고 혈관 내 염증을 줄이며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들깨에는 강력한 항산화제인 비타민E도 풍부해 세포 노화를 막고 혈관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버섯은 저칼로리에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면역력을 증진하는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특히 버섯에 들어 있는 베타글루칸은 장 속 면역세포를 자극해 대식세포와 T세포 같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킵니다. 덕분에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고 면역 기능이 과도하게 작동하는 경우에는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도 합니다.
들깨와 버섯은 각각 혈관 건강과 면역 기능에 뛰어난 효능을 가진 식품일 뿐 아니라 함께 섭취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들깨에 포함된 오메가-3 지방산이 담즙산 배설을 촉진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버섯의 식이섬유가 이 담즙산이 장에서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배가됩니다.
들깨와 버섯의 건강 효능을 함께 얻을 수 있도록 ‘버섯들깨탕’으로 환절기 영양식을 만들어보세요. 가을 제철인 느타리·표고·능이·싸리버섯 등을 다양하게 넣으면 식이섬유,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더욱 풍부해집니다.
조리 시에는 버섯을 미리 데치지 않고 바로 끓이는 것이 좋아요. 베타글루칸은 수용성 다당체로 데치는 과정에서 손실되기 쉽기 때문이에요. 또한 들깻가루는 국물이 끓은 뒤 불을 낮추고 마지막에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150°C 이상에서 쉽게 산화되므로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가열해야 생리활성이 유지됩니다. 생들깨를 직접 갈아 넣으면 지방산의 변질을 막고 풍미와 영양이 극대화됩니다. 된장을 약간 첨가하면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도와 면역 조절에도 긍정적입니다.
환절기는 우리 몸이 외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 시기입니다. 환경의 변동이 크면 우리 몸의 균형이 쉽게 흔들리고 약해지기에 식사를 통해 충분히 그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 앞에서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우리 몸을 지켜주는 든든한 힘이 될 것입니다.
이경미 가정의학과 전문의
차움 푸드테라피 ‘만성염증클리닉’ 및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약물·수술적 ‘치료’를 넘어 통합적인 ‘치유’를 돕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하루 한 끼 면역 밥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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