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교사 6만 명 이곳을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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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교원 마음건강·피해지원 대전 에듀힐링센터를 가다
몇 년 전 어느 가을, 학생·학부모·교직원 교육공동체의 마음건강을 지원하는 대전 에듀힐링센터에서 2박 3일 ‘힐링캠프’가 열렸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이 집단상담 프로그램에는 정년을 앞둔 81학번 교사부터 갓 새내기 티를 벗은 젊은 교사까지 한데 모였다. 여기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는 대신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떤 교사는 꽤 오랫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또 어떤 교사는 학생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울고 위로하고 껴안아주면서 오래된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해가 바뀐 1월 1일, 대전시교육청 에듀힐링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선희 장학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던 베테랑 교사의 전화였다.
“힐링캠프에 다녀오고 나서 많은 것이 변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대신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건강하게 학교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전화를 받으면서 에듀힐링센터를 운영하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목적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2016년 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에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을 지원하기 위한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그보다 앞서 전국 최초로 2015년 교원의 마음건강과 피해지원을 위해 운영된 곳이 대전 유성구에 있는 에듀힐링센터다. 예방활동과 심리치료를 주로 펼치던 에듀힐링센터는 2022년부터 교원치유지원센터와 통합하면서 교권침해에 대한 지원업무까지 수행하게 됐다. 교육활동을 침해당한 교사들에게 심리적 지원은 물론 법률적 지원까지 한곳에서 진행된다.
교육공동체만을 위한 마음건강 종합지원센터가 생겨나게 된 데는 김 장학관의 역할이 컸다. 김 장학관은 교육현장이 바뀌려면 교직원과 학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 가져왔다. 그는 “모든 학생은 다 다른데 한 명의 교사가 그 많은 아이를 존중하며 키우려면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선생님이 행복하면 학생이 행복하고, 부모님이 행복하면 자녀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교육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구상한 것이 에듀힐링센터다.
피해 교원 위한 종합 지원
2015년 에듀힐링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 소속된 사람은 김 장학관 혼자였다. 그는 혼자서 에듀힐링센터를 계획하고 예산을 끌어왔다. 그렇게 시작한 센터가 이제는 직원 11명, 외부 상담사 48명, 협력 변호사 16명, 자문단 10명 등 대식구가 함께하는 규모로 커졌다.
에듀힐링센터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직원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9월 21일 국회에서 ‘교권보호 4법’이라 불리는 교원지위법 및 교육기본법·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보호받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에듀힐링센터를 찾는 교직원이 많다는 것이 김 장학관의 설명이다.
교육활동을 침해받은 교직원은 에듀힐링센터에서 다방면에 걸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교직원 혼자서 문제를 감당해야 했다. 이제는 에듀힐링센터같이 전국 곳곳에 설치된 교원치유지원센터에서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컨설팅을 받고 심리·법률 상담까지 지원받는다. 에듀힐링센터에도 변호사가 상주하고 있어 법률적 대응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 2022년에만 174회의 법률상담이 이뤄졌다. 교육활동 침해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행정적 지원도 하고 피해 교원에 대한 심리상담도 진행된다.
교육활동을 침해당한 교직원을 비롯해 상담을 원하는 교육공동체 일원이라면 누구나 에듀힐링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개인상담은 전문 심리상담사와 함께 이뤄진다. 정신건강 분석기를 비롯해 각종 검사도구를 갖춘 센터에서 마음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10회에 걸친 상담을 통해 내면의 변화까지 이끌어낸다. 김 장학관은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물론 마음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더 나은 교원이나 학부모가 되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방문자는 대부분 교직원이다. 김 장학관은 “학부모는 사설 상담센터 등 상담받을 수 있는 경로가 많지만 교원의 직업적 특성까지 고려한 상담 장소는 거의 없다”며 “2022년 한 해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약 3000명의 교원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교육활동 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에듀힐링센터를 찾는 사람은 더 늘었다. 에듀힐링센터의 운영을 총괄하는 채은미 장학사는 “2022년보다 30% 정도 방문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2023년부터 명사를 모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힐링닥터콘서트에도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에듀힐링센터가 개소한 이래 8년 동안 약 6만 명이 센터를 찾았다.
마음건강 챙기기가 교권 보호하는 방법
에듀힐링센터의 심리상담과 코칭은 대면·비대면과 메타버스 방식 등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 특히 디지털 상담은 효율적이다. 정신건강 분석기를 통해 과학적인 검사를 거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전문 상담을 받은 뒤 ‘AI 힐링 애플리케이션’으로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방식이 디지털 상담이다. 에듀힐링센터는 앞으로 메타버스 상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학관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상담자를 위해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선택해 원하는 장소에서 상담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상담자는 가족의 죽음 이후 생긴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은 메타버스 내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을 닮은 오래된 가옥에서 진행됐다. 김 장학관은 “상담자에게 작은 아이 아바타를 만들어보라고 해 그 아이를 위로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 환경과 방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더해 어디서든 상담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메타버스 상담을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김 장학관은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부모와 교직원에 대한 마음건강 지원 프로그램들이 교권침해를 예방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 문제도 학생을 교화하는 것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 학생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직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 학부모와 교직원에 대한 교육이나 심리건강 증진이 학교공동체 내의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김 장학관은 “교직원의 마음건강을 증진시키면 교육활동 침해 문제가 일어났을 때에도 더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교육활동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교육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학생과 학부모를 이끄는 것은 에듀힐링센터를 통해 방법을 배운 교원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에듀힐링센터에서는 교원의 역량을 기르는 활동도 자주 한다. 에듀-코칭 무지개 아카데미나 에듀-코칭 직무연수 등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한 참가자는 “감정코칭 강의를 듣고 학생들을 지도할 때 어떻게 공감할지 알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다른 참가자는 “그동안 들었던 연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내용이었고 소통의 관점을 바꾸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말에만 운영하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일정이 바쁜 교직원을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김 장학관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교직원 개인의 마음건강 문제에 집중하다가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코칭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김 장학관은 앞으로 주말 프로그램을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에듀힐링센터는 이 모든 프로그램을 ‘마음단단 프로젝트’라고 통칭한다.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하고 교원과 학부모에 대한 심리상담을 지원하며 코칭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에듀힐링센터에서 직접 개발한 마음단단 프로젝트는 행정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타 시·도교육청에서 에듀힐링센터를 벤치마킹하러 방문하는 일이 자주 있다. 얼마 전에는 멕시코의 한 대학교수가 에듀힐링센터의 프로그램을 10년간 종단연구하겠다고 찾아오기도 했다. 김 장학관은 에듀힐링센터가 세계로 수출되는 K-교육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활동 침해나 학교폭력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면 K-교육은 세계적으로 본받을 만한 콘텐츠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에듀힐링센터가 그 과정에서 한몫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1
교권침해 신고는 ‘1395번’으로!
직통전화 개통, 법률 상담부터 심리 치료까지 지원
2024년 1월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사항을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직통전화 ‘1395번’이 개통된다. 10월 10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95번을 교권침해 신고 특수번호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교원이 1395번으로 전화하면 발신 지역의 시·도교육청 교원민원팀과 즉시 연결된다. 교권침해 사안을 신고하거나 법률 상담을 지원받고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안내받는 등의 서비스를 손쉽게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교원이 악성민원 등으로 교육활동을 침해받거나 형사고발, 우울감 등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교원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전화를 개통하기로 결정했다. 4분기 동안 운영·관리업체를 공모·선정하고 관련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해 2024년 1월부터 개통할 계획이다.
박스기사2
교권 회복으로 공교육 정상화
윤 대통령 “교권 없는 학생 인권과 학생의 권리는 공허”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6일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교권보호 4법 계기 현장 교원과의 대화’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교권 없는 학생의 인권과 학생의 권리는 공허한 이야기”라며 “교권은 학생들의 권리”라고 말했다.
9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은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일부개정법률안을 말한다. 이들 법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 금지행위로 보지 않는다. 악성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도 보호된다. 교권보호 4법에는 교육활동 침해유형에 학부모의 악성민원 유형이 신설됐다. 피해 교원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강화된다. 교육활동을 침해할 경우 교원과 가해학생은 즉시 분리되며 분리 조치된 학생에 대해 별도의 교육 방법이 마련된다.
윤 대통령은 학생과 교원 모두를 위한 교권보호 정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권보호 4법 개정안에 따른 학생 생활지도 고시 제정도 마무리했다. 교원들이 합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담임수당을 50% 이상, 보직수당을 2배 이상 인상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 대통령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지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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