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부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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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어느 지역 도서관에서 필사 강연을 했다. 대학 때부터 재테크 도서만 읽었다는 한 참석자가 고민을 토로했다.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것 같아 필사를 해보려고 하는데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단다. 나는 그녀에게 질투 어린 눈길을 보냈다. “인생을 살며 읽어내야 하는 책의 종류와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재테크 책을 이제야 읽기 시작했거든요. 부럽습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끝까지 읽은 재테크 책은 없다. 돈에 문외한인 내게 어휘와 설명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즈미 마사토가 지은 ‘부자의 그릇’을 완독했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쓰인 덕에 페이지가 쉬이 넘어갔다.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에이스케는 주먹밥 가게를 창업했다.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 끝에 빚더미에 앉고야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혼까지 당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광장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것뿐이었다. 100원이 모자라 자판기 음료조차 뽑아 마시지 못하는 에이스케에게 의문의 노인이 다가왔다. 그는 재기에 성공하면 120원으로 갚으라는 말과 함께 에이스케에게 100원을 건넨다. 에이스케는 호언장담했다. 1000만 원으로 돌려주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노인의 꾸지람이었다. 20%의 금리가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돈에 대한 수업이 시작됐다.
허무맹랑한 신데렐라 스토리만 듣고 자라온 내게 ‘돈에는 에너지가 있어서 너무 많으면 지나치게 뜨거워져 화상을 입는다’든지 ‘돈을 배우는 데 빚만큼 좋은 교재는 없다’는 노인의 가르침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이 문장을 읽을 적에는 회초리를 맞는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회에서 돈은 커다란 흐름과도 같아. 그 흐름을 힘껏 끌어당기려면 우선 신용을 얻는 게 중요해. 신용이 있으면 돈이 먼저 다가오지.” 그제야 알았다. 내 책 인세가 적게 들어오는 이유를 말이다.
독자들은 유명 작가의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한다. 나는 그런 독자를 볼 때마다 구시렁거렸다. ‘별 내용도 없던데, 뭘!’ 하지만 유명 작가는 독자에게 신용을 쌓아왔던 것이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이 법칙은 변함없다. 학생이 부모에게, 직장인이 대표에게, 음식점이 손님에게 신용을 쌓는다면 용돈, 월급, 매출이 두둑하게 돌아올 테다. 돈에 빠삭한 사람은 이 글을 읽고서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다. “신용 대출이라는 게 괜히 있겠수? 부자가 되려면 멀었구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여기까지 내 글을 읽었다는 얘기이고 그럴싸한 글을 썼다는 뜻이니 작가로서 독자에게 신용도를 1점 쌓은 셈이다. 부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
누구든 글쓰기
고도원(해냄출판사)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20여 년간 400만 명 독자와 소통해온 고도원 작가가 40여 년간의 글쓰기 여정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기자에서 대통령 연설비서관, 치유의 글쟁이로 이어진 작가의 인생과 글쓰기 철학, 구체적인 작법을 함께 전한다. 작가에게 글은 기회가 되고 에너지가 되고 구심점이 됐다. 또한 이 책은 평범한 사람도 글을 쓸 수 있으며 그 글이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타인과 비교하며 잘 쓰려고 애쓰지 말고 자기 인생을 먼저 잘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삶이 곧 글이 되기 때문’이다.
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윌마)
192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올해 4월 영면하기까지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약사로 활발하게 일했다. 2018년 95세의 나이로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현역 약사’로 등재되기도 했다. 저자가 오랜 시간 약국에서 만난 환자들에게 건넸던 따뜻한 처방과 삶의 지혜를 담은 책이다. 아픈 이들의 ‘긍정 멘토’로서 다정한 말과 따뜻한 눈빛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이야기가 적잖은 울림을 준다.
긱 웨이
앤드루 맥아피(청림출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 부교수인 저자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성공 원인을 괴짜를 칭하는 긱(Geek) 같은 행보에서 찾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조직문화가 긱 스타일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혁신 기업의 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조직문화 사례를 상세히 설명하며 그들이 만들어온 성공적인 규범을 공개한다.
새를 초대하는 방법
남상문(현암사)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가 전국적으로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건축가인 저자는 도시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도시는 생명을 ‘초대’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에 열려 있는 삶을 위한 장소로서 ‘도시 건축’이 무엇인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건축가인 저자가 묻고 답한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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