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계란으로 지구 구하자! 지속가능한 축산 위해 애월아빠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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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대표
기후위기대응을위한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된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되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했고 연내에 2035년 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2035년 NDC의 준비상황과 주요 내용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환경문제와 경제문제는 따로 분리될 수 없다”며 “기후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NDC를 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처럼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길목에는 재생에너지가 있다. 특히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RE100’은 탄소배출을 줄여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중소·중견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까지 모두가 참여하게 되면 NDC 달성이 손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은 시작되고 있다. 바람과 햇빛이 풍부해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크고 에너지 자립에 대한 요구가 큰 제주도에서 RE100 달성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제주도는 4월 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동안 도내 전체 전력 사용량을 모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일시적 RE100을 전국 최초로 달성했다. 2024년 12월에는 전국 최초로 RE100 계란이 생산됐다. 계란 브랜드 ‘애월아빠들’로 알려진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의 ‘지구란’이다. 지구란은 축산 분야에서 첫 RE100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생산한 계란이다.
계란을 RE100으로 생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봉현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구란은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악화되는 기후위기에 전력 소모량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축산업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어떻게 RE100 계란을 생산하게 됐는지, 축산 분야에서 RE100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제주도 애월읍 야트막한 오르막길을 올라 김 대표를 만났다.
RE100 계란이 뭔가?
말 그대로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한 계란을 두고 RE100 계란이라고 말한다. 닭은 고온이 지속되면 체온 조절에 이상이 생기는 동물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더운 계절에는 냉방장치가 필수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집란, 즉 계란을 모으고 출하하는 단계까지 모두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계란을 RE100 계란이라고 한다. 현재 제주웰빙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농가 15곳 중 RE100 인증을 받은 농가는 한 곳이고 이곳에서 RE100 계란, 지구란을 생산한다.
RE100 계란 생산이 어려운가?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면 되는 것이라 과정상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비용이다. RE100 인증을 받으려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입하거나 직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일례로 우리 농장 중 태양광 시설을 구축한 농가가 다섯 곳인데 초기 설치비가 많이 들었다.
비용적인 부담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여름에 비하면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제주에 있다 보면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한라봉은 이제 중부지방에서도 수확할 수 있고 제주 자리돔이 울릉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실제로 양계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해마다 더워지는 날씨 탓에 냉방비가 점점 많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기후위기로 인해 더워진 걸 식히느라 다시 탄소를 배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것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고 약한 ‘계란’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하니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우리 삶에서 계란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가장 쉽고 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아이와 어르신에게 단백질은 매우 중요한 영양소다. 성장에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노년기 건강의 많은 문제가 근육 부족, 즉 운동을 적게 하고 단백질을 부족하게 섭취하는 데서 온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콩, 두부, 우유 등 많은 단백질 공급원이 있지만 계란은 제일 저렴하다. 누구나 먹는 계란이야말로 더 건강하고 정직하게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건강한 계란이라는 것이 있나?
계란에는 난각번호가 붙는다. 계란 표면에 찍힌 여러 문자의 끝에 붙는 번호다. 가장 많은 것이 3번 혹은 4번 계란이다. 4번은 한 마리에 배당된 면적이 0.05㎡, 3번은 0.075㎡ 케이지(닭장)에 사는 닭이 낳은 것이다. 이 계란도 영양학적으로 훌륭한 계란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3·4번 계란이 건강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1·2번 계란이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난각번호 1·2번 계란은 어떻게 생산된 계란인가?
자유롭게 풀어놓은 닭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번은 방사된 닭들이 낳은 계란에 붙는다. 사육장 안이나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닭들이다. 1번이 운동장이라면 2번은 실내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번 계란처럼 자유로운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이 영양학적으로도 좋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항생제 문제에서도 더 자유롭다고 한다.
‘애월아빠들’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애월아빠들은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하는 계란 브랜드다.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양계 농업인들이 사랑하는 제주 땅에서 난 건강한 먹거리를 전달하고 싶어 2005년 모여 만든 법인이다. 애월아빠들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계란은 지구란뿐 아니라 무항생제 1등급 아빠란, 구엄닭 방목 유정란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왜 애월아빠들은 1·2번 계란을 고집해왔나?
우리는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예를 들어 제주 토종닭 중에 구엄닭이라는 종류가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없어질 뻔했는데 복원시켜 여러 농장에서 키우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구엄닭을 키울 계획이다. 그런데 구엄닭은 3일에 한 번 계란을 낳아 생산성이 훨씬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구엄닭은 수익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기업에 수익 이상의 가치는 어떤 것인가?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인의 입장에서 급증하는 전기량은 큰 부담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생에너지가 대안이고 그를 위해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청정제주’의 자연을 빌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청정제주를 유지해야 한다. 더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RE100 계란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점 같은 것이다.
부담을 가지는 기업이 많을 텐데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20년 전 우리가 1·2번 계란을 생산할 때만 하더라도 ‘비싼 계란’이라는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 축산법이 개정되고 양계업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새로 양계장을 지으려면 4번 계란은 생산할 수 없게 됐다. 기존에 4번 계란을 생산하던 케이지도 3번 기준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 RE100 계란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RE100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가 한 곳에 불과했지만 올해 한 곳이 더 늘었다. 제주에 있는 낙농업 분야 사업장과 유가공업 사업장도 RE100 인증을 받았다. 빠르게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김효정 기자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소규모 태양광도 직접거래 가능
RE100 이행 촉진
산업계 RE100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직접PPA) 참여요건을 완화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7월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1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기도 직접 거래가 가능해진다.
직접PPA는 RE100 이행 수단의 하나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배전용 전기설비를 거치지 않고 전기 사용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제도로 2022년 9월부터 시행됐다. 기존에는 발전용량이 1㎿를 초과하는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기만 직접 거래가 가능했다. 그러나 산업단지 내 유휴부지나 지붕 등을 활용하고자 하는 산업단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규제완화 요구가 지속돼왔다. 이에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기업들이 보다 쉽게 직접PPA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소규모 발전설비로도 직접PPA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산단 내 중소·중견기업의 RE100 이행이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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