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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GA 프로젝트 K-조선에 날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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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거인이 우뚝 서 있습니다. 한 번에 660톤을 들 수 있는 이 거인의 정체는 골리앗 크레인. 전면에 쓰인 ‘Hanwha’ 여섯 글자가 출신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곳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스쿨킬강·델라웨어강 하류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입니다. 6월 16일 이 조선소의 4도크에서는 해저 암석 설치선 아카디아호의 진수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K-조선은 어떤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어떤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 단초를 보여줬습니다.

불확실성의 파도 위에 선 K-조선
K-조선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산업의 선박 건조 능력과 기술력은 두말할 것 없이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첨단 공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정 관리 능력으로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차질 없이 생산·인도하는 능력은 이미 검증됐습니다. 철강·기계 등 탄탄한 기반 산업과 숙련된 인력 역시 우리 조선산업 경쟁력의 토대입니다.
하지만 때론 양이 질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조선업은 막강한 생산 능력과 가성비를 앞세워 한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가 됐습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6581만CGT(표준선 환산톤수·2412척)로 이 중 중국이 70%에 달하는 4645만CGT를 차지했고 한국은 17%인 1098만CGT에 그쳤습니다. 확고한 2위지만 그 격차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조선업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국은 이제 LNG운반선, 크루즈선, 메탄올 연료 선박 등 고부가·친환경 선박까지 건조하며 기술력과 경험까지 축적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조선업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 1위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은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에 대한 보유 지분을 늘려 자회사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마바리조선은 건조량 순위가 6위에서 4위로 뛰어오를 전망입니다. 일본 정부도 1조 엔 규모의 민관 기금을 조성해 국영 조선소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선박 가격이 선종을 불문하고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국내외 조선산업의 피크아웃(고점 이후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위기 요인입니다. 실제로 올해 5월까지 전 세계 선박 누적 발주량(1592만CGT)은 지난해 같은 기간(2918만CGT) 대비 45%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업황 둔화에는 전 세계 경기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선박 관련 규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풍랑 헤쳐나갈 엔진은 한미동맹·민관협력
복합 위기에 처한 K-조선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24년 11월 한미 정상 간 첫 통화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조선업에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정상 간 대화에서 특정 산업을 콕 집어 ‘도움’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런 구애의 배경에는 조선업 기반이 무너진 미국이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열세에 놓일 수 있다는 안보 불안이 깔려 있습니다. 미국 의회 역시 이런 상황에 초당적인 공감대를 갖고 미국 조선업 부활 법안(S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습니다.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미국 조선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동맹국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조선 동맹은 한·미 양국 관계에 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에 대해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가 합의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이 협상의 돌파구로 이어진 것입니다.
MRO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MRO 수행 자격조건을 획득하는 함정정비협약을 지난해 잇따라 체결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첫발을 뗀 것은 한화오션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 4만 톤급 군수 지원함 월리 시라호 창정비 사업에 이어 11월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유콘호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 해군, 2024년 폴란드 조선소와 공동 MRO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수주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정보 분석 기관 비즈윗에 따르면 전 세계 함정 MRO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66억 달러에서 2030년 705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연간 예산 가운데 함정 MRO 예산도 총 139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합니다. 수십조 규모의 블루오션이 열린 셈입니다.
한화필리조선소의 진수식도 한미 ‘조선동맹’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화그룹이 2024년 12월 조선소를 인수했을 당시 아카디아호의 진수 목표일은 올해 12월이었습니다. 기한을 5개월이나 당겨 7월에 물에 띄운 것입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건 ‘K-조선의 DNA’입니다. 조선소의 시스템을 근본부터 뜯어고쳤습니다. 생산시설을 현대화했고 공간 활용도와 공정 효율성을 끌어올렸습니다. 골리앗 크레인의 블록당 탑재 시간을 3일에서 4시간으로 줄였고 유휴 부지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조립·생산 현장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가상현실 훈련체계와 인간·로봇 협업체계인 코봇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한화 측은 한 도크에서 여러 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는 탠덤 공법도 곧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연간 1~1.5척에 불과했던 건조량을 2030년까지 10척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입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미국·인도·모로코 등 세계 각국의 현지 조선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조선기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발 빠른 대처에 정치권도 호응하고 있습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조선업 진흥 특별법을 발의하며 K-조선의 넥스트 스텝에 힘을 보탰습니다.
특히 허 의원 안은 해양방산수출진흥기금을 법정 기금으로 신설, 국가재정법과 연계된 항구적 기금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미국과의 협력사업에 있어 기업이 부담하는 리스크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기회의 바다가 열리고 있다
수년간 세계시장을 제패한 중국 조선업의 독주 체제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제재와 선박 발주 감소라는 이중고 때문입니다. 상반기 신규 수주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지난해 75%에서 56%로 급감했습니다. 그 사이 한국의 수주량 감소율은 7%에 그쳤고 중국이 빠진 점유율을 차지하며 격차를 좁혔습니다.
조선업의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호재’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축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장 판도가 재편되는 이 시점,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에 강점을 지닌 K-조선에는 분명한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AI 기반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선박에 대한 민간기업의 꾸준한 연구개발(R&D)과 그에 발맞춘 정부 지원책 확대, 규제 완화가 병행된다면 K-조선에 거는 기대감은 확신이 될 수 있습니다.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물에 띄운 아카디아(ACADIA)는 이상향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아르카디아)면서 북미 원주민 미크맥족의 언어로는 ‘비옥한 땅’을 의미합니다. 어느 쪽의 의미를 차용했든 풍요로운 신세계를 향해 닻을 올린 K-조선에 어울리는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홍성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간지 기자. ‘걸어다니는 잡학사전’으로 불리며 책 ‘그거 사전’을 썼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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