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주도권 놓고 빅테크 격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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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한 호텔 회의실. 인공지능(AI) 코딩 플랫폼 윈드서프의 최고경영자(CEO) 바룬 모한과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앉아 있다. 구글의 AI 총책임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도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이 자리는 단순한 미팅이 아니라 윈드서프 핵심 인재 40여 명을 구글 AI 연구조직 딥마인드로 직접 스카우트하기 위한 자리였다.
구글은 이들에게 기존 지분 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안했다. 상당수 직원은 현장에서 바로 계약서에 서명했고 다음 날 아침부터 딥마인드 사무실로 출근했다. 같은 날 저녁, 구글은 윈드서프와 24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규모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사실상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적 딜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인수전이 아니라 AI 코딩을 둘러싼 빅테크 간 전쟁의 축소판이었다. 오픈AI도 지난 5월 윈드서프 인수를 추진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계약 구조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MS는 이미 AI 코딩 도구인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을 보유해 윈드서프와는 경쟁 관계였다. 오픈AI가 윈드서프를 인수할 경우 계약에 따라 MS도 해당 기술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이는 윈드서프가 원치 않는 시나리오였다. 여러 차례 협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오픈AI는 ‘인수의향서’를 작성하고도 윈드서프를 떠나보내야 했다.
구글 미팅에 초대받지 못한 윈드서프 직원들은 스톡옵션조차 받지 못한 채 남겨졌지만 곧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그다음 주, 또 다른 AI 코딩 스타트업 코그니션(Cognition)이 윈드서프를 인수해 남은 인력과 기술을 흡수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톡옵션 보상과 함께 제품 개발은 기존 브랜드로 계속된다고 한다.
한 스타트업이 기술과 인력 기준으로 ‘양분’돼 인수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 사건은 AI 코딩 기술과 인재 확보에 대한 빅테크의 관심이 얼마나 집요하고 정교한지를 보여준다.
높은 수익성·더 똑똑한 AI 개발 보장
‘AI 코딩’은 AI가 사람 대신 코드를 써주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웹페이지를 만들어줘”나 “이 데이터를 분석해줘”처럼 자연어로 말하면 AI가 그 뜻을 이해하고 스스로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해준다. 예전에는 개발자가 코드를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상황을 파악하고 알아서 코드를 만들어주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특히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주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코딩 작업은 일반 대화보다 훨씬 많은 연산을 필요로 해 AI 서비스 제공자에게 큰 수입원이 된다. 일반인은 월 20달러짜리 유료 AI 모델 결제도 고민하지만 개발자들은 200달러, 심지어 2000달러도 기꺼이 지불하면서 AI를 활용한다. 손으로 직접 짜야 했던 코드를 AI로 대체하면 생산성 측면에서 상당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MS의 AI 코딩 도구 ‘깃허브 코파일럿’은 한 달에 10달러를 내는 구독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4년 기준으로 돈을 내고 쓰는 사람은 약 130만 명, 기업 고객은 5만 곳이나 확보했다. 액센추어, 델 테크놀로지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깃허브 코파일럿을 도입하고 있다. 2022년 6월 정식 출시된 이후 깃허브 코파일럿 매출은 연간 약 5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깃허브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는 AI가 더 똑똑해지기 위한 훈련에도 코딩이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코딩은 정답이 뚜렷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도 단계별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AI가 ‘추론하는 힘’을 기르는 데 매우 좋다. 실제로 챗GPT도 처음에는 코딩을 잘하도록 만든 AI 모델에서 출발했다. 오픈AI는 2021년 ‘다빈치 002’라는 코딩 전용 AI를 만든 뒤 이 모델을 발전시켜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챗GPT를 탄생시켰다. 즉 코딩을 잘하게 만든 AI가 결국 사람 말도 더 잘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 구글은 ‘제미나이 CLI’로 AI 코딩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고 앤트로픽은 AI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로 연 2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픈AI는 GPT-5에 다시금 코딩 능력을 강화해 반격을 준비 중이다.
AI 코딩은 이제 단순한 개발 보조 도구를 넘어섰다. AI의 사고력을 키우는 실험장이자 기업의 수익 구조를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나아가 여러 빅테크 기업이 꿈꾸고 있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인공지능)를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윈드서프 인수전은 이 흐름의 결정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원호섭
과학이 좋아 마블 영화를 챙겨보는 공대 졸업한 기자.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10대가 알아야 할 미래기술10’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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