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에 이익 돌려주고 주가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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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얼마 전 KB금융그룹은 올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주주들에게 3조 원이 넘는 금액을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좋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주주환원을 실현하겠다는 것입니다. KB금융그룹뿐 아니라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면서 잇따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주환원이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주가 끌어올리는 ‘주주환원’
주주환원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주주(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정책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대체 왜 이런 결정을 할까요? 주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면 주주들은 그 주식을 팔지 않고 오래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로 주주들이 더 유입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투자자도 늘어나고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겠죠.
①배당
주주환원은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대표적인 방식은 배당입니다.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죠. 배당엔 현금 배당과 현물 배당이 있습니다. 현금 배당은 주주에게 이익을 현금으로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배당액을 결정하죠. 만약 어떤 회사가 보통주 한 주당 500원의 배당을 결정했고 A주주가 이 회사 주식 100주를 갖고 있다면 A주주는 ‘500원×100주’로 5만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됩니다. 이번에 KB금융그룹은 주당 930원의 현금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경우 회사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 주주라면 9만 3000원(930원×100주)을 받게 되겠죠.
반면 현물 배당은 회사가 주주에게 현금 대신 주식이나 자회사 주식, 채권, 옵션 같은 것을 주는 경우입니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보통주 1주당 0.011주를 주는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주식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준 현물 배당 사례에 해당합니다.
②자사주 매입·소각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주주환원에 해당합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남은 주식은 가치가 오르겠죠. 이는 회사의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주가를 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오르면 아무래도 이익이 늘어날 테고요.
회사가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사가 다시 사들인 자기 회사의 주식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방법입니다. 총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것이죠. 이렇게 자사주를 소각하면 회사의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1주당 가치가 더 높아지게 됩니다. 지난 2월엔 삼성전자가 3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는데요. 이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주주환원 정책, 신중하고 현명하게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은 이처럼 투자자 입장에선 여러모로 반가운 정책일 수 있습니다. 현금보유액이 많고 실적이 좋은 대기업이라면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쓸 수도 있고요. 다만 아직 한창 성장 중이고 인프라 확장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한 회사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하려면 그만큼 공장을 짓거나 연구개발(R&D)을 하는 데 쓸 자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현금이 많지 않은 기업이 자금을 빌려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했다가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철강 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경우엔 지난 5월 주가가 급락하면서 신용등급도 하락했는데요. 지난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았음에도 자사주 매입을 계속하는 바람에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자사주 매입을 하다 주가 폭락을 겪은 셈입니다.
회사 가치가 이미 너무 높게 평가돼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속하는 것도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패션 기업 버버리는 2023년 4억 파운드(약 7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한 주당 20파운드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계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1년 만에 주가는 8.68파운드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주가가 절반 이하로 하락한 것이죠. 이미 비싸게 평가된 자사 주식을 사들이는 바람에 오히려 주가 하락을 불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펼 때 기업들이 스스로 재투자 여력이 있는지,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실적이 나쁜 데도 억지로 주주환원 정책을 편다면 시장이 이를 신뢰하지 못해 주가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고 현금 보유액이 많은 기업이라면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더 끌어올리고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뿐 아니라 주가를 올리고 투자자도 더 많이 유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회사와 주주가 함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전략이죠. 우리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펼쳐나감으로써 모두가 ‘윈윈’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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