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섬으로 가는 길, 풍경 속에 마음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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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명상정원
주소 대전 동구 추동 680번지
운영 시간 일출~일몰(수위 상승 시 진입 불가)
문의 대청호오백리길 탐방지원센터 (042)273-5550
대전과 충북 청주시·옥천군·보은군에 걸쳐 있는 ‘대청호’는 충주호, 소양호와 함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3대 인공호수 중 하나다. 1970년대 후반 금강 물길을 막아 댐을 건설하면서 조성됐다. 대청호 둘레를 연결한 약 200㎞의 도보길인 ‘대청호오백리길’ 21개 구간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곳은 4구간인 ‘호반낭만길’이다. 호반낭만길에 방점을 찍는 ‘명상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나무와 꽃들이 더해져 싱그러움을 뽐내는 계절에 누구나 편히 호숫가를 거닐며 명상가가 될 수 있다는 명상정원으로 향했다.
명상에 이르는 지름길
장마 중 모처럼 맑게 갠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물결 때문이었을까. 주말이었던 6월 29일 명상정원으로 가는 길은 천상의 낙원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 눈부시게 평온한 풍경이 펼쳐졌다. 대청호오백리길 곳곳에 상을 수여한다면 명상정원은 ‘포토제닉상’감이라 할 만하다. 주차장과 바로 연결된 호반 둘레 숲길 탐방로로 들어서자마자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 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 건너편 물가엔 하얀 거위 무리가 색 대비를 이루며 존재감을 알린다.
명상정원까지는 탐방로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300~600여m 거리다. 갈림길을 마주했을 때 전망 데크를 거치는 코스는 왼쪽, 명상정원으로 곧바로 가는 지름길은 오른쪽이다. 명상정원을 중심에 두고 코스가 이어져 있어 어느 곳을 택하든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전망 데크를 거치는 왼쪽 길로 들어섰다가 오른쪽 길로 되돌아온다.
호수가 품은 모래곶 ‘홀로섬’
경사가 거의 없어 걷기 수월한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푸른 하늘과 거울 같은 호수, 녹음방초(綠陰芳草)가 어우러진 풍경에 발걸음이 수시로 멈춰진다. 명상정원보다 먼저 만나는 전망 데크에서 ‘대청호오백리길’이라는 커다란 글씨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대청호를 담은 네모난 프레임에 기대 잠시 쉬어가기도 좋은 곳이다.
전망 데크를 지나면 호안선을 따라 푸른 호수와 경계를 이룬 하얀 ‘모래곶’이 펼쳐진다. 원래 모래곶은 해안에서 바다 가운데로 내밀려 곶(부리 모양의 육지, 땅)을 이룬 모래사장을 말한다. 명상정원으로 향하는 동안 호숫가에 켜켜이 쌓여 층을 이룬 채 호수 한가운데에 섬처럼 떠 있는 모래곶을 관찰할 수 있다. 모래곶은 ‘명상정원 풍경화’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 홀로 섬’을 줄여서 ‘홀로섬’이라 불리는 이 모래곶은 대청호의 수위가 낮아지면 모랫길이 드러나면서 명상정원과 섬 같던 모래곶을 연결한다. 반대로 수위가 높아지면 길이 끊겨 다시 섬이 된다.
모랫길이 드러나면 홀로섬까지 걸어가볼 수 있다. 홀로섬의 주인은 ‘나 홀로 나무’다. 사실 경사 때문에 명상정원에서 바라볼 땐 나 홀로 나무처럼 보이지만 나무 뒤로 키 작은 나무 하나가 더 숨어 있다. 홀로섬은 대청호반의 정취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으면 시선은 명상정원을 향하게 돼 있다. 파노라마 전망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호수는 요동치던 마음까지 잔잔하게 만든다. 마음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어디서 왔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게 된다.
드라마·영화 속 그 장면 속으로
홀로섬이 아니더라도 명상정원은 ‘사색 맛집’이다. 호수와 마주한 그네, 커다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기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장독대와 전통 담장 등은 대청호가 생겨 수몰되기 전 어느 정원을 걷는 것 같다. 정원엔 7~9월이면 칠자화가 핀다. ‘황후의 꽃’이라고도 불리며 ‘한 가지에 일곱 개의 꽃송이가 피고 7가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꽃이다. 하얀 꽃이 몽실몽실 올라와 산책의 즐거움을 준다.
호수를 배경으로 삼은 다양한 포토존도 또 하나의 즐길 거리다. 드라마 ‘슬픈 연가’뿐 아니라 영화 ‘역린’, ‘7년의 밤’, ‘창궐’ 등의 촬영 명소로 ‘열연’해왔다. 명상정원 곳곳엔 이를 알리는 작품 설명과 함께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계절과 날씨, 대청호 수위에 따라 주변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가을엔 핑크뮬리와 갈대가 군락을 이뤄 운치를 더한다. ‘슬픈 연가’에 나와 유명해진 ‘S자 갈대밭’도 부근에 있다. 날이 더워져 한낮이 부담스러운 여름에는 이른 아침 시간대에 찾는 것도 방법이다. 홀로섬을 등지고 떠오르는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거나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몽환적이고도 신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호반낭만길에서 대청호오백리길까지
명상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숲속 오솔길인 황톳길을 걸어 ‘물속마을정원’ 방향으로 잡으면 갈림길에서 놓쳤던 반대 구간이다. 명상정원에서 나와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호반낭만길 구간을 이어 걸어볼 것을 권한다. 마산동 ‘윗말뫼’에서 시작해 5구간의 시작점인 ‘신상교’까지 총 12.5㎞ 거리(6시간 소요)다. 명상정원에서 시작한다면 추동 가래울, 대청호자연생태관, 습지공원, 황새바위를 거쳐 7~8월이 제철인 연꽃마을(주산동) 등을 지난다.
무더운 날씨만 아니라면 명상정원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다만 상수원보호구역에 속하는 명상정원 내엔 물을 판매하는 매점이나 편의시설, 화장실이 없다.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에 추억의 얼음과자를 담아놓고 “아이스께끼~”를 외치는 아이스크림 장수가 유일하니 마실 물 등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글·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가까이 있는 열린관광지 대청호자연생태관
호반낭만길 주요 코스 중 하나인 대청호자연생태관도 ‘명상정원’과 함께 ‘2023 열린관광지’로 선정됐다. 대청호자연생태관은 대전의 생태 보고인 대청호 유역의 자연환경과 대청호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생태 체험장이다. ‘작은 동물원’과 ‘장미정원’으로 꾸민 야외 전시관을 비롯해 실감콘텐츠로 대청호의 사계를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실감영상관’, ‘미디어체험관’ 등의 실내 전시관을 운영한다. 터치스크린으로 동식물을 검색하고 색칠한 후 모니터에 띄울 수 있는 ‘디지털 생물도감’은 어린아이들에게,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3층 전망대는 어른들에게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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