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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불안증에 떨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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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잃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판사에서 시키는 일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받은 연락은 나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라는 것 아닌가. 초등학생 시절, 구령대에 올라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에 맞춰 춤을 췄던 기억이 있다. 운동장에 선 전교생은 나의 현란한 몸놀림을 따라 제 엉덩이를 연신 두드렸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 그런 당돌함은 남아 있지 않다. ‘전교생이라니… 전교생이라니!’ 하며 고뇌하던 중 한 누리소통망에서 전지 작가의 ‘고장 난 기분’이라는 책을 보게 됐다. ‘주목받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나, 어디가 고장 난 걸까?’라는 카피에 홀린 듯 이끌렸다.
만화가이자 미술 작가인 저자는 발표할 때면 몸이 고장 나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떨리고 머리가 굳어 버린다. ‘덤덤함’을 이상으로 삼고서 자연스러운 척 연기해 보지만 그 시도는 늘 실패에 그치고 만다. 그녀는 발표할 때 떨지 않으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발표할 내용을 구어체로 써서 준비하기, 안정제 처방 받아 복용하기, 화면이 최대한 작은 기계로 줌 미팅 참여하기, 함께 있는 사람 뒤에 숨어서 발표하기 등등.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그녀의 고장 난 몸을 고치지 못했다. 심지어 이 책의 마지막 꼭지 제목은 ‘새드 엔딩’이다. 그녀는 자신이 발표 불안을 극복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녀는 발표 불안을 겪는 사람과 글로나마 함께 동동거리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자신에게 말해 주길 바란단다. 이 자리를 빌려 그녀에게 이야기를 건네 본다. 나 역시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두렵다고, 부끄러운 경험을 공유해 준 덕에 위안을 얻었다고, 당신이 정신건강의학과 블로그에서 읽었다는 ‘편도체’ 이야기는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됐다고 말이다.
“대뇌 속 아몬드 모양의 이 작은 부위는 오로지 경험을 통해서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떠한 수용이나 새로운 시도’로 부정적인 기억을 조금씩 없애고 빈 부분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다시 채워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가만히 눈을 감고서 편도체에 저장된 기억을 길어 올려 본다. 그래, 교장선생님이 나더러 ‘꼬마 룰라’라고 하면서 매주 수요일마다 구령대에 올라와 춤을 추라고 했잖아. 맞아, 그때 나는 기존 안무가 성에 차지 않아 “나 이제 알아!” 하는 부분에서 발차기를 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했잖아. 이다지도 맹랑했던 아이가 의기소침한 성인으로 자라난 이유는 정체 모를 두려움이 편도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수많은 학생 앞에서 강연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쿵쿵거린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강연 제안을 고사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기억을 편도체에 가득 채워 두려움을 내쫓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 이제 알아!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

새 책



오역하는 말들
황석희(북다)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뮤지컬 ‘원스’ 등의 히트작을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의 에세이다. 자막이라는 한정된 글자 수 안에 원문의 의미를 해치지 않고 온전히 담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오역이 발생하기도 한다. 20년 차 번역가인 저자는 익숙한 문장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으려 애쓴다.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할 때도 오역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하는 말이 오역되지 않도록 서로에게 또 스스로에게 좀 더 다정한 번역가가 되자고 이야기한다.



식탐 해방
저드슨 브루어(푸른숲)
‘식탐’ 문제로 고생해본 적 없는 현대인이 있을까? 배고프지 않은데도 왜 자꾸 뭔가에 손이 갈까? 세계 최고의 중독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이 책에서 ‘식탐’이 정서적 허기에서 비롯된 중독적인 ‘습관’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최신 뇌과학·신경과학·심리학적 이론과 풍부한 임상 사례를 통해 식탐이라는 습관을 끊으려면 우리 뇌가 움직이는 작동법과 식습관 패턴을 이해하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고 명쾌하게 진단한다.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어크로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기보다 기술을 통한 경험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버지니아 고등문화연구소에서 기술과 문화의 상호작용 등에 관해 연구해온 저자는 이를 ‘경험의 멸종’이라고 말한다. 여행지를 두 눈이 아닌 카메라 렌즈가 담는 것처럼 기술에 의한 매개 경험이 직접 경험을 대체하면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온전히 느끼고 배울 수많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물과 공기가 된 시대에도 반드시 필요한 직접 경험의 필요성과 가치를 역설한다.



근대 괴물 사기극
이산화(갈매나무)
SF 작가 이산화가 무려 4년의 기간 동안 동서양의 고문헌을 탐독하며 괴물에 대해 쓴 책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괴물의 ‘실체’ 이야기다. 책은 시대별로 화제가 됐던 세계의 괴물들을 찾아내고 사람들이 괴물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낸다. 그 실체엔 동시대인들의 두려움, 불안, 편견, 혐오, 욕망, 허영이 담겨 있다. 하나하나 괴물들의 실체가 밝혀질 때마다 허무한 동시에 루머라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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