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넘고 장애를 넘어 21개 종목 208명 열정은 모두 금메달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다시 한 번 중국 항저우에서 땀과 눈물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간 열렸다.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는 아시안게임이 폐막한 뒤 열리는 장애인스포츠 대회로 올림픽과 함께 치러지는 패럴림픽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장애인체육 강국인 한국도 이번 대회에 21개 종목 선수 208명과 임원 137명 등 총 345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번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의 구호는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다. 모든 이를 환영하고 승리를 꿈꾼다는 의미를 담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애물 없이 공유하는 대회 모습은 개회식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항저우가 본고장인 꽃 오스만투스가 만발한 경기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하나가 됐다. 남자 태권도 주정훈과 여자 골볼 김희진이 앞장선 한국 선수단도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종목에서 도전을 펼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선수는 여자 육상 200m의 전민재였다. 장애인 육상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전민재는 이번 대회에서 31초 2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해 시상대에 올랐다. 전민재는 2012년 런던패럴림픽과 2016년 리우패럴림픽에서 은메달 3개를 수확한 바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2014년 인천, 2018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100m와 200m 2관왕 2연패를 달성했다. 46세라는 나이도 그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전민재는 200m 경기가 끝난 후 “2024년 파리패럴림픽까지 선수생활을 생각하고 있다”며 “나이는 상관없다”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첫 금메달은 사이클에서 나왔다. 남자 사이클 김정빈은 경기 파트너 윤중헌과 함께 남자 사이클 시각장애 4000m 개인 추발에서 말레이시아 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정빈이 금메달을 획득한 ‘탠덤 사이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조를 이루는 종목이다. 앞쪽에서 비장애인 파일럿이 핸들을 조작하며 페달을 밟고 뒤쪽에서 장애인 선수가 함께 페달을 밟아 질주한다. 중학생 때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아 시각을 잃은 김정빈은 다양한 운동을 하며 태극마크까지 단 노력파 선수다.
한국 장애인 태권도의 간판 주정훈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애인 태권도는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이 됐다. 주정훈은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걸고 10월 25일 남자 K44 겨루기 80㎏ 이하급 경기에 나서 결승에서 이란의 알리레자 바흐트를 꺾었다. 주정훈이 장애인 태권도 무대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18년의 일이다. 그는 2020년 도쿄패럴림픽 75㎏급에서 동메달, 2023년 6월 세계파라태권도그랑프리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금메달 유망주로 꼽혔다. 주정훈은 경기가 끝난 후 “무릎에 큰 부상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합에 들어가니까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내년까지 열심히 달려서 파리패럴림픽에서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고 말했다.
남자 유도 이정민은 국가대표 은퇴 경기에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정민은 10월 25일 열린 남자 유도 J2 90㎏ 이하급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아만졸 잔보타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81㎏급에 출전해 우승했던 2018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보다 체급을 한 단계 올려 따낸 금메달이기 때문에 더욱 값졌다. 이정민은 “10년 가까이 해온 국가대표 생활을 끝낸다”며 “앞으로는 국내 대회에 출전하고 후배 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나이도 경력도 다양했다. 남자 탁구 국가대표팀 신승원의 나이는 54세다. 체력 소모가 심한 종목의 특성상 10~20대 선수가 즐비한 가운데서 유독 눈에 띄는 ‘노장’이다. 신승원은 10월 24일 열린 남자 탁구 단식 8강에서 일본의 이와부치 고요에게 져 탈락하고 난 뒤에도 “내년에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서 2024 파리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직 교사로 선수생활을 병행하는 남자 휠체어 육상 윤경찬은 비록 메달은 수확하지 못했지만 “경기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기간 중 한국 장애인스포츠와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항저우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밤’ 행사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K-컬처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행사에 참석해 “한국은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국제스포츠캠프, 스포츠과학세미나, 스포츠기술장비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각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스포츠를 통해 자유와 연대를 굳건히 하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