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국력! K-푸드 전 세계 문화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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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RAMEN)이 아닙니다. 라면(RAMYUN)입니다.’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 라면 라이브러리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영어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봉지라면·컵라면 200여 종과 즉석라면 조리기를 갖춘 K-라면 특화형 편의점으로 항상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립니다.
K-푸드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독자적인 문화 현상이자 핵심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음식 자체의 매력과 더불어 K-팝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등 국경 없이 소비되는 K-컬처와의 강력한 시너지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식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의 식음 트렌드 컨설팅 업체인 에이에프앤드코(Af&co)와 네덜란드의 푸드바이디자인(Food by Design) 등 저명한 기관들이 2024년 주목해야 할 식음료 트렌드로 ‘한식’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는 사실은 K-푸드의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데이터가 증명한 K-푸드의 힘
K-푸드의 약진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K-푸드 플러스(농식품 및 전후방 산업을 포함한 개념) 총수출액은 130억 3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6.1% 증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8%, 최근 5년간 연평균 9%의 꾸준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결과입니다. 성장을 견인한 핵심 품목은 라면입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라면 수출액은 12억 485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년도인 2023년 9억 5240만 달러 대비 31.1% 성장하며 10억 달러 고지를 처음 넘어섰죠. 가정간편식(HMR)도 10억 달러 규모로 수출 2위를 차지했고 김치 역시 1억 636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 역시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아시아 시장에 편중됐던 구조에서 벗어나 2024년 미국(수출액 15억 9290만 달러)이 중국을 제치고 K-푸드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는 K-푸드가 서구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K-컬처와의 강력한 연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맛있게 먹는 음식, 아이돌 그룹 멤버가 즐겨 먹는 간식은 자연스럽게 전 세계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비로 이어집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K-푸드의 세계화 성공 과정을 분석하며 경쟁력의 원천으로 K-컬처를 지목했습니다. 연구팀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먼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 산업의 확대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정부 주도 정책에 의존한 과거 수출 방식과 달리 한류라는 소프트파워가 선행된 후 산업 규모가 커진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 교재는 “한국의 K-컬처는 전 세계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 현상이 됐다”며 “K-푸드는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함께 조명받게 됐고 한식 시장의 규모까지 덕분에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최근 ‘편안한 음식인 한국의 김밥은 어떻게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밥의 인기를 분석하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촉매로 꼽았습니다. 2024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 드라마는 7주 연속 비영어 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기사는 극 중 김밥을 즐겨 먹는 우영우(박은빈 분) 덕분에 소박하고 친근한 이 음식이 차세대 K-푸드 대표주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는 김밥 관련 영상이 13억 개가 넘게 올라왔고 미국 대형 마트인 트레이더조와 코스트코에서도 냉동 김밥을 선보였죠.
이 밖에도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지민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에 해외 팬들이 떡볶이에 관심을 가졌으며 또 다른 멤버 정국이 ‘불닭볶음면’과 ‘너구리’를 섞어 먹은 ‘불구리’는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챌린지로 확산하는 등 K-컬처와 K-푸드의 시너지 사례는 무궁무진합니다.
기업은 혁신으로 선도, 정부는 정책으로 지원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정부 또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년부터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K-푸드 홍보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방영된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 포도와 파프리카를 노출한 결과 동남아 지역에서의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포도의 싱가포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6% 향상됐습니다.
기업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현지화 및 혁신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 교재에서 언급된 CJ제일제당의 만두 사례는 현지화 노력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고수를 넣은 제품을 개발하거나 한입에 먹기 편한 형태로 만드는 등 시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 만두는 CJ의 세계화 전략 제품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비건 김치, 할랄 인증 K-푸드 등 현지 문화를 고려한 맞춤형 제품 개발 노력 역시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 접시의 음식은 후각과 미각, 정서가 결합한 강렬한 문화적 경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K-푸드는 단순히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철학, 생활양식을 전달하고 더 나아가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더 견고하게 구축하는 ‘맛있는 외교’입니다.
홍성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간지 기자. ‘걸어다니는 잡학사전’으로 불리며 책 ‘그거 사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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