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어도 운동경험이 없어도 간단한 동작으로 내 몸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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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여성호신술 개발한 김기태 호신술.kr 관장
어두운 밤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흉기로 위협을 하거나 공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강력범죄를 뉴스로 접하며 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급소 부위를 가격해라’, ‘눈을 찌르고 도망가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상대와 덩치 차이가 크게 나거나 상대가 흉기를 들고 있다면? 이 상황에서 어설픈 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게 ‘호신술’이다. 호신술은 말 그대로 내 몸을 지키는 기술이다. 하지만 운동 경험이 부족하거나 무술을 배워본 적 없는 여성이 호신술을 익히기란 쉽지 않을 뿐더러 실제 여성이 처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합기도, 태권도, 유도, 주짓수 등의 무술을 연마한 김기태 호신술.kr 관장은 이 같은 문제에 주목했고 2008년 한국형 여성호신술을 개발했다. 바로 ‘ASAP(Anti Seuxal Assault Program·반성폭력 대항 프로그램)’이다. ‘ASAP’는 ‘최대한 빨리(As Soon As Possible)’라는 의미도 있다. 김 관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나 빠르게 배우고 그만큼 빨리 사용할 수 있는 호신술을 목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간단한 동작만으로 신체적 공격으로부터 회피, 저항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다.
간단한 동작만으로 위기 상황에서 내 몸을 지켜낼 수 있을까? 프로그램 이름처럼 누구나 빠르게 배우고 빨리 사용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안은 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체육관에서 김 관장과 마주 앉았다.
한국형 여성호신술이란?
기존의 호신술은 무술과 격투를 기본으로 한 동작이 많다. 운동이나 무술을 해본 경험이 없거나 힘과 근력이 부족한 경우 빠르게 익히기가 쉽지 않다. 정말 위급할 때는 상대의 급소를 공격하라고 하는데 급소공격은 연습을 해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정당방위의 허용범위가 넓지 않아 상대에게 해를 입히는 호신술을 쓰면 피해자가 오히려 죄를 덮어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형 여성호신술은 한국 여성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호신술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위기 상황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호신술이다. 그래서 이름이 ASAP(As Soon As Possible)이기도 하다.
정말 간단한 동작만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나?
실제로 호신술을 배우러 오는 사람도 대부분 ‘여자가 남자를 이길 수 있겠어?’, ‘뒤에서 갑자기 공격하는데 그걸 어떻게 막을 거야?’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나면 신체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원리만 알면 내 몸을 지키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떤 원리인가?
ASAP 호신술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1단계 위험신호 인지 ▲2단계 비물리적 대응 ▲3단계 물리적 대응 ▲4단계 안전 확보다. 먼저 위험신호 인지는 말 그대로 위험을 인지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는 것이다.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신속하게 도망을 가는 게 중요하다. 2단계는 신체 접촉이 일어나기 전 말이나 제스처를 통해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방법이다. 3단계는 물리적 대응이다. 밀기, 당기기, 비켜돌기, 주저앉기 등 네 가지 동작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힘의 방향을 바꿔 위험에서 벗어나는 원리다. 그리고 4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있는 힘껏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밀기, 당기기, 비켜돌기, 주저앉기 동작의 포인트는?
정확한 자세나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몸 전체를 한 방향으로 써서 상대방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는 게 중요하다. 힘이 아무리 센 남성도 힘의 방향을 바꾸면 순간적으로 균형이 무너지게 돼 있다.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멀어진 사이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호신술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1994년 합기도를 시작으로 태권도, 유도, 주짓수, 격투기 등을 연마했다. 체육관에선 공통적으로 호신술을 가르쳤다. 그런데 호신술을 가르치면서도 “실제로 쓸 생각은 하지 마라”, “위기 상황에선 도망치는 게 최고”라고 했다. 실전에서 쓸 수도 없는 호신술을 가르치는 게 이상했다. 더욱이 기본적인 힘이나 근력 없이는 익히기 힘든 동작도 많았다. 처음 무술을 배우던 20대 초반에는 몸무게가 54㎏ 정도로 남성 치곤 매우 왜소했고 근력도 부족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힘이 약하고 운동 경험이 없는 여성이라면 이런 호신술을 익히는 게 더욱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을 위한 쉽고 실용적인 호신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 연구 끝에 ASAP를 개발했다. 지금은 체육관에서 호신술을 가르치면서 여성 관련 기관·학교 등에서 강연과 교육을 하고 있다.
호신술을 배우려는 여성이 많나?
강남역 살인사건, 서울역 묻지마 폭행 등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수강생이 늘곤 한다. 씁쓸한 일이다. 수강생은 20~30대 여성이 가장 많다. 뉴스를 보며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회생활을 하며 문제를 맞닥뜨리는 경우도 많아서다. 스스로 내 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호신술을 배운다. 하지만 뉴스에서 관련 보도가 사라지면 호신술에 대한 관심도 식는다. 호신술은 언제 어디서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배워두는 게 좋다.
이 호신술이 어떻게 활용되길 바라나?
호신술은 내 몸을 지키는 기술이다. 당연히 더 많은 사람이 알고 활용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호신술이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아닌가. 호신술을 배우지 않는 세상, 호신술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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