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직전 회사 살릴 심폐소생술? 기업 위기 회피하려는 꼼수?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홈플러스 사태로 본 기업회생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사모펀드 업체 MBK가 최근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먼저 뼈를 깎는 자구책을 구하지도 않고 기습적으로 법정관리 신청에 나섰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죠. 기업회생이란 무엇이고 언제 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요?
구조조정 vs 워크아웃 vs 기업회생
기업회생은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했지만 사업을 계속하면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을 때 법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살리는 과정입니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빚 갚을 시간을 벌고 회사를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죠.
종종 구조조정과 워크아웃, 기업회생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기업을 ‘사람’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좀 더 쉽습니다. 사람이 몸이 아프지 않으려면 건강할 때 미리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죠.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엔 사전적 구조조정과 사후적 구조조정이 있습니다. 사전적 구조조정은 큰 위기에 빠지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과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으로 전환하거나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력 및 조직을 재구성·배치하는 과정이 모두 사전적 구조조정에 해당하죠.
반대로 사후적 구조조정은 이미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위한 일종의 응급조치와도 같습니다. 사후적 구조조정은 크게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으로 나뉘는데요. 워크아웃은 기업이 외부의 법적 개입 없이 스스로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기업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채권단은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평가하고 협상을 통해 채무를 조정합니다. 이자를 깎아주거나 상환 일자를 연기해주는 식인 거죠. 기업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되는 과정도 같이 밟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경영난 해결이 어려울 땐 기업회생에 들어가게 됩니다. 기업회생은 법원의 감독 아래 강제적으로 치러지는 구조조정입니다.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조사하게 되고요. 회생 계획을 수립한 뒤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습니다. 이후 법원이 최종 승인하면 기업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죠. 법원은 이때 채무를 탕감해주거나 출자전환(기업이 채권 금융기관의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과다한 부채로 인한 문제를 덜고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막는 것) 등을 통해 기업이 파산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면? 이땐 파산 절차가 진행되죠. 기업의 모든 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채권자들에게 나눠준 뒤 법인을 해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결국 기업회생은 한 회사가 최종적으로 파산에 이르기 직전에 법원이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에 개입해 그 회사를 살려내는 과정입니다. 일종의 마지막 심폐소생술에 가까운 것이지요.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
기업회생을 통해 실제로 한 회사가 파산을 면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2014~2019년 서울회생법원 기준으로 봤을 때 기업회생의 성공률은 53~76% 정도였습니다. 법원 입장에선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선별해 기업회생 인가를 내기 때문에 그래도 성공률이 낮은 편은 아닙니다. 다만 성공 여부는 결국 해당 기업의 재정 상태와 구조조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죠.
기업회생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가령 회생신청 후 빚을 갚을 의지 없이 시간을 끌려고 하거나 회생을 신청해놓고 일부 친한 채권자에게만 빚을 멎저 갚을 때엔 회생 계획 자체가 무효화되거나 회생 절차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2012년 웅진그룹이 회생 신청 직전에 계열사에만 편파적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회생 절차를 진행해 일반 채권자를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세모그룹도 부채 탕감을 위해 기업회생제도를 신청하고 자금만 빼돌려 경영권을 유지하려 해서 논란을 빚자 2014년 법원은 회생 절차 남용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죠.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경우에선 MBK 측이 거래대금 미정산이나 연체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기업회생 제도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MBK 회장 측은 “기업 부도를 막기 위해서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부디 법원에 의존해 기업 위기를 회피하려는 ‘꼼수’가 없길, 소상공인들의 피해 규모를 가급적 최소화하면서 회생 절차를 제대로 밟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자료제공 :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