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산업단지가 청년 핫플레이스로! 산업단지는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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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빼곡하게 늘어선 회색빛 공장과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굉음을 내며 오가는 대형 트럭만 가득하던 이곳에 몇 년 전 대형 벽화가 등장했다. 3층 높이의 공장 모서리 전체를 캔버스 삼아 대형 수조 속에 탄산수와 초록색 라임이 담겨 있는 벽화다. 해가 지고 산업단지에 어둠이 찾아오면 이 벽화는 또 한 번 변신한다. 미디어파사드(실외 공간을 화면으로 활용해 빛과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법)를 적용해 밤이 되면 수조에 담긴 물이 푸른 빛을 내며 출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전기 냉온수기·정수기 등을 생산하는 영원코퍼레이션의 본사와 생산공장이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탄산수 정수기에서 생산된 물을 그림과 빛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원코퍼레이션 기술연구소 차연구 부장은 “해외 바이어들이 회사를 많이 방문하는데 회사의 생산 제품에서 만들어지는 탄산수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제품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영원코퍼레이션이 공장 외벽을 벽화와 미디어파사드로 단장하면서 남동산단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조성된 지 30년이 지난 남동산업단지는 그간 많은 근로자가 일하는 일터임에도 밤이 되면 우범지대 같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공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젊은 구직자들의 산업단지 취업을 주저하게 했고 지역 주민들까지 산단을 기피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인천시와 함께 산업단지 내 경관 조명과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회색빛 공장 지대를 낮과 밤에도 빛나는 공간으로 바꿨다. 이런 변화는 근로자의 만족도 증가와 지역 주민, 청년층의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의 노후된 산업단지가 달라지고 있다. 문화를 입고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일터로 변신 중이다. 오래되고 낡은 산업단지를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면서 회색빛 산업단지가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폐공장 개조해 문화체험 공간으로
경남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에는 근로자와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편의 시설인 창원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섰다. 1980년대 준공된 노후 전시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분위기 있는 카페와 도서관, 회의실, 강의실 등을 마련하고 바리스타와 소믈리에 수업 등 문화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예술인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창원산업단지는 또 창원문화재단 등과 협업해 K-팝 댄스배우기, 근로자 밴드, 사진 촬영 배우기, 글쓰기 수업, 그림 그리기 등 근로자를 위한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밴드 동아리에 참여하는 한 근로자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어 퇴근 후 여가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창원국가산업단지 근로자를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는 근로자를 위한 문화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구미시·구미문화재단·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한 ‘구미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 시범사업’으로 2024년 10월 4일 ‘구미산단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1월 30일까지 공단동 보세장치장 일원에서 열렸다. 과거 수출입 기업의 통관 지원과 물류 보관 창고로 사용되던 보세장치장은 ‘보세문화잔치장’으로 변신해 문화공연과 체험공간으로 쓰였다.
가장 인기를 끈 건 보세창고를 활용해 공연과 먹거리를 제공한 ‘산단-펍’이다.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퇴근 후 공연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여유를 즐겼다. 보세창고 내벽을 스크린 삼아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을 상영한 ‘산단-빔’, 근로자 여가생활 활성화 프로그램인 ‘아트위크닉’도 반응이 뜨거웠다.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로
앞으로는 노후된 산업단지에 이런 문화공간과 행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노후화로 청년 기피 공간으로 전락한 산업단지를 청년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하기 위해 산업단지에 문화를 입힌 ‘문화융합 선도산단(가칭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을 2027년까지 10개 선정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문체부는 2024년 9월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4 2월 22일 창원시에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가 열악한 근무 여건 개선을 건의한 데 따른 조치다.
산업단지는 지난 60년간 우리 경제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으나 기반시설의 노후화, 문화·편의·정주시설 부족,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노후 산업단지는 2024년 말 기준 495개에 달한다.
정부는 먼저 산업단지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각 산업단지 특성에 맞는 통합 브랜드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별로 주력업종, 역사성 등 특성을 반영해 브랜드를 개발하고 도서관·기록관·박물관 기능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인 ‘산업 라키비움(Larchiveum)’과 기업 체험관 등 랜드마크를 건립한다. 아울러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광장, 공원 등 특화 브랜드 공간을 개발하고 제품 전시·체험관 등을 운영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육성한다.
이어 산업단지 내 문화·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경관을 개선해 산업단지의 일상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한다. 또한 산업단지 입지 제도를 개편해 문화·체육시설과 식당·카페시설을 확대한다. 공장 내 부대시설로 카페·편의점 설치 허용도 추진한다.
해마다 매년 전국 산업단지의 ‘아름다운 공장’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영세 노후공장의 내·외관 개선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 ‘밤이 빛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산업단지 야간경관 개선, 산업단지 기반시설과 조형물·미디어아트를 접목하는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 도입, 청년문화센터 건축 확대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서울의 성수동 사례와 같이 노후 산업단지를 청년 창업가와 문화예술인의 실험무대로 전환해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년이 선호하는 문화·지식산업의 산업단지 입주 수요를 확인해 입주를 확대하고 청년에게 문화·지식산업 분야 창업·협업공간도 저렴하게 제공한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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