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의 무서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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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들어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인공지능(AI)업계는 물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기존 AI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나은 성능을 냈다는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엔비디아의 주가는 17%나 폭락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물론 구글 등 생성형 AI를 출시한 기업들은 앞다퉈 비용을 내린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워룸(War room)’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만드는 기업이다. 2023년 5월에 설립된 딥시크는 자사가 개발한 생성형 AI 딥시크를 ‘오픈소스’로 무료 배포했다. 챗GPT 역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성능이 월등한 버전은 월 20달러의 비용을 내고 구독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AI가 ‘싸다’, ‘비싸다’를 논할 때는 개발자들에게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가격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경우 챗GPT나 클로드, 제미나이 등 빅테크 기업이 개발한 생성형 AI를 가져와서 사용량에 따라 돈을 낸다. 이를 API 사용 비용이라고 말한다.
탈옥 성공률 63%, 악성코드 생성 요청 성공률 78%
딥시크는 현재 버전인 딥시크-챗(V3)의 가격이 100만 토크(단어)당 입력 기준 0.014달러, 출력 기준 0.28달러다. 출력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하자면 ‘0.28달러(딥시크) vs 0.6달러(오픈AI) vs 4달러(클로드)’다.
물론 이 API 비용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딥시크는 공식적으로 AI 모델 훈련 비용이 약 557만 달러, 우리 돈으로 81억 원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비용은 7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딥시크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낮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성능이 좋지 않은 GPU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학습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딥시크는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고 있다.
딥시크는 이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사전학습을 줄이고 AI가 스스로 공부하는 ‘강화학습’을 확대했다. 또 계산량을 줄이고 데이터 수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AI가 만든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여러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가 AI 산업을 뒤흔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보안’ 문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답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AI를 무력화하는 탈옥 성공률은 63%에 달했고 악성코드를 생성하는 요청 성공률도 78%였다. 허위정보 생성 위험도 89% 등 다른 생성형 AI와 비교할 때 보안이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사용자의 채팅 기록이나 비밀키 등이 외부에 공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구식 기술을 활용하면서 해킹 등에도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당국 요청 땐 정보 넘겨야
특히 딥시크는 중국 서버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 중국의 데이터보안법에 따라 당국이 요청하면 딥시크는 관련 정보를 넘겨야 한다. 이런 우려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기관은 물론 여러 기업이 딥시크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 해군과 의회, 미 항공우주국(NASA) 등도 마찬가지다.
AI 시대 개인정보 유출은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딥페이크를 통한 영상·음성 조작부터 우리가 허락한 적이 없는데도 인터넷에 공유해놓은 여러 정보가 AI에는 학습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폐쇄회로(CC)TV는 물론 일상생활 속 다양한 인프라에 AI가 적용되면서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가 데이터화되고 저장되며 분석될 수 있다.
AI와 나눈 대화도 마찬가지다. 최근 AI에 ‘남자 주근깨 없애는 법’, ‘스마일게 먹이’, ‘40대 노안 지연 방법’을 물었다. 만일 이 정보가 유출돼 조합되면 ‘스마일게 키우는 주근깨 많은 40대 아재가 노안이 왔다’는 은밀한 정보가 완성돼버린다. AI 시대 개인정보 유출은 그동안 우리가 털렸던 연락처, 생년월일, 성별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개인의 자유·권리 보호라는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AI는 혁신이 아닌 감시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원호섭
과학이 좋아 마블 영화를 챙겨보는 공대 졸업한 기자.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10대가 알아야 할 미래기술10’ 등을 썼다.
[자료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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