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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니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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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이슈다.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50년경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경제와 산업 분야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현상 중 하나가 ‘디지털 시니어’의 등장이다.

‘액티브 시니어’ vs ‘패시브 시니어’를 넘어
그동안 우리는 시니어를 ‘액티브 시니어’와 ‘패시브 시니어’로 구분해왔다. 액티브 시니어는 경제력과 건강을 갖춘 활동적인 노년층을 의미하고 패시브 시니어는 건강이나 경제적 이유로 소극적인 생활을 하는 노년층을 지칭했다. 그러나 이분법적 구분으로는 현대의 복잡하고 다양한 시니어 세대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마우로 기옌 교수가 저서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에서 언급한 ‘퍼레니얼(perennial)’이라는 개념은 현대의 시니어 세대를 잘 설명해준다. 퍼레니얼은 자신이 태어난 시대로 정의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고 배우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통해 정의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기존의 순차적 인생 모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시니어’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1970년 이전 출생 세대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으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능숙하게 다루는 세대다. 또한 이들은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며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데 거부감이 적고 성장에 대한 열정이 강해 은퇴 후에도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 운동과 식단 관리에 적극적이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건강관리나 홈트레이닝 같은 새로운 형태의 건강관리 방식을 적극 수용한다.

“은퇴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시기”
디지털 시니어들은 전통적인 은퇴 개념에서 벗어나 ‘앙코르 커리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후에도 새로운 분야에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자아실현과 사회 기여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소비 패턴에 있어서도 디지털 시니어들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자신을 위한 투자와 경험을 중시하며 고가의 취미 활동이나 여행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인다. 품질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를 하며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만족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디지털 시니어들의 등장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니어를 단순히 ‘노인’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니즈를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친다면 시니어 시장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디지털 시니어들의 욕망은 기존의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시니어를 위한 제품이라고 하면 보통 은퇴나 신체적 불편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디지털 시니어들은 이제 노년을 안락한 여생을 보내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시기로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건강관리 분야에서는 단순히 질병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웰니스에 중점을 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행 산업에서는 단순한 패키지 여행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춘 맞춤형 여행 상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니어 비즈니스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니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반면 디지털 시니어들의 욕망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정부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나가야 한다. 예컨대 디지털 시니어들의 경제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 평생교육 지원 정책, 시니어 창업 지원 정책 등이 필요하다. 또한 세대 간 소통과 교류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니어 비즈니스는 단순히 하나의 산업 분야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고령화사회에서 시니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니어 비즈니스를 바라봐야 한다.
장기적 전략의 핵심은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에 있다. 단순히 시니어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사회의 활발한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시니어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로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2022’ 등의 책을 썼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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