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업자에게 협박받고 있나요? 채무자대리인을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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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용 대한법률구조공단 구조국장
변호사인 최봉용 대한법률구조공단 구조국장은 채무자대리인 제도 도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참여해왔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불법채권추심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보호·구제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채무자대리인(변호사)을 선임하면 채권자는 대리인에게만 연락할 수 있는 제도다.
채무자대리인이 필요한 이유는 불법사금융업자들의 불법추심이 반사회적이고 악질적인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을 때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해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것은 예사다. 채무자가 등장하는 영상을 지인들에게 무작위로 배포하거나 채무자에게 폭행 같은 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최 국장은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하면 이러한 불법추심에서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채무자대리인 제도뿐 아니라 어려움이 닥쳤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 각종 구제조치 등을 알지 못하고 불법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구조의 손길을 뻗어주는 최 국장에게 불법사금융 피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채무자대리인은 어떻게 채무자를 불법추심으로부터 지켜주나?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하면 대리인이 먼저 채권추심자에게 통지한다. ‘채권추심법에 따라 앞으로 당신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면 안된다’고 알리는 것이다. 채권추심자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채무자에게 연락할 수 있다.
실제로 채권자들이 이 제도를 지키는지가 궁금하다.
지키지 않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대리인인 변호사에게 으름장을 놓고 욕설을 내뱉는 불법사금융업자는 꽤 많다. 하지만 대리인이 선임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과태료를 물면서까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런데 채권자가 불분명할 때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불법사금융업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채무자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김 실장’, ‘이 실장’ 같은 이름으로 본명도 알려주지 않고 연락처도 노출시키지 않는다. 연락처를 주고받을 때에도 명의도용 휴대폰(대포폰)일 때가 많다. 법률상 채무자대리인 선임 사실을 알리려면 이름은 몰라도 연락처라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니 선임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을 정부도 잘 알고 2024년 12월 17일 불법사금융 피해 대책을 발표했다. 채권자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채무자대리인 선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이를 테면 대리인이 채권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에는 채무자에게 선임통지서를 파일로 전해주고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통지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다.
희망하는 피해자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6개월 동안 대리인을 통해 보호받으면 불법추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채무자 가족이나 지인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랄해지는 불법사금융업자들에 대응해 제도를 계속 보완해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것은 채무자 본인뿐이었지만 2024년 7월부터는 법률상 관계인, 그러니까 가족이나 지인도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가족·지인의 신상정보까지 요구하는 불법사금융 특성상 관계인들도 피해를 당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불법사금융 피해 문제가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빌리는 돈은 대부분 소액이다. 500만 원 이하에서 몇 십만 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자면 몇 십만 원이 부족한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불법사금융 피해자 중에는 20~30대 청년이 가장 많은데 이들이 금융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들 중에는 가족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 몇 십만 원 빌려줄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다. 몇 십만 원 빌렸다가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을 갚아야 하고 결국 갚지 못해 불법추심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불법사금융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이 결국 피해자가 되는 것 같다.
불법사금융 문제를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일수록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기 쉽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을 돕는 일이 곧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지원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저소득 청년의 경우 ‘햇살론 유스’ 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고 다중채무로 골머리를 앓을 때에는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경로도 많다.
계약 무효화 소송 같은 지원도 받을 수 있나?
채무자대리인 제도와는 별개로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통해 대부계약을 무효화한다거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드물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피해자가 소송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만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피해자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돼 있다. 우울함, 불안감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들도 매우 많다. 당장 대리인인 나조차도 불법사금융업자들에게 욕설을 들으면 두려워지는데 매일같이 수없이 많은 협박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어떻겠나. 심지어 대리인을 선임하겠다고 신청해놓고는 ‘모르는 번호’가 두려워 끝까지 변호사의 전화를 받지 않아 결국 도움을 받지 못한 사례도 매년 수백 건씩 나온다. 다만 앞으로는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하면 무효화 소송까지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피해자들에게 대리인의 존재는 구원자와 같은 느낌을 줄 것 같다.
그 부분에서 안타까운 사실이 또 있다. 채무자대리인으로서 변호사의 역할은 사실 채권자와 채무자를 분리시켜주는, 추심으로부터 대리하는 것에 그친다. 그런데 벼랑 끝에 몰린 피해자들로서는 대리인이 모든 채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때도 있다. 심정적으로는 그렇게 해주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가 많다.
해줄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나?
피해자들의 채무 문제를 정리해줄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다. 그리고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안내를 해줄 수는 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한결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피해자가 많다. 그동안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안타까운 경우가 너무 많다.
매일 절박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곳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벌써 20년 넘게 구조 업무를 해왔으니 가끔은 힘에 부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떠올린다. 어렵게 사시느라 많이 배우지 못한 어머니는 앞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볼 때면 당신을 보듯이 대하라고 얘기하셨다. 그 말을 항상 떠올리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난다.
김효정 기자
채무자대리인 제도 신청하는 법
채무자대리인(변호사)을 선임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이 채무자대리인을 무료로 선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청은 금융감독원 누리집(fss.or.kr) 메인화면 우측의 ‘불법사금융지킴이’에서 할 수 있다. 불법사금융지킴이에 접속하면 나타나는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으셨나요?(불법사금융 피해구제)’에서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신청하면 된다.
지원 대상은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해 대출받았거나 불법추심 피해(우려)를 입은 채무당사자나 채무자의 관계인 전원으로 소득 등의 기준이 따로 없다.
불법사금융 이용하기 전 정책서민금융을 확인해보세요!
정부는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층의 금융애로를 완화하기 위해 정책서민금융을 점진적으로 확대 공급하고 있다. 특히 불법사금융 잠재 이용군인 최저 신용계층의 소액대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햇살론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소액생계비대출 등 맞춤형 정책서민금융 상품이 마련돼 있다.
서민금융콜센터(1397) 또는 ‘서민금융 잇다’ 누리집(loan.kinfa.or.kr)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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