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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폭염 뚫고 5박 6일 1049㎞ 한 걸음 한 걸음 자유·평화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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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155마일 따라 대학생 국토대장정
6·25전쟁 73주년, 정전 70주년을 맞아 대학생들이 155마일(약 250㎞) 휴전선을 따라 안보 최일선을 체험했다. 재향군인회(향군)가 주관한 ‘제13회 대학생 국토대장정(이하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대학생·스텝 등 90여 명은 동부 전선인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서 서부 전선인 해병 2사단(경기 김포), 천안함이 전시된 해군 2함대사령부(2함대, 경기 평택)에 이르기까지 장맛비와 폭염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걷고 뛰며 5박 6일(6월 25~30일)을 보냈다. 이동 거리는 총 1049㎞, 하루 평균 약 175㎞를 움직였다. 이들은 군부대에서 먹고 자며 점호를 하고 불침번도 섰다.
국토대장정의 첫 일정은 6월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73주년 정부 기념식’ 참석이었다. 1층 행사장에는 ‘영웅의 제복’을 입은 6·25참전용사 약 250명이 자리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토대장정 단원들은 체육관 2층에 모여 앉았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최윤호 씨는 충북 청주에서 왔다. 그는 “제복 입은 참전용사들을 보니 뭉클하고 존경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서 온 이다은 씨도 “그렇게 많은 참전용사를 직접 마주한 건 처음”이라며 “감사한 마음과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전용사에게 제복을 전달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기념식이 끝난 현장에선 국토대장정 출정식이 함께 열렸다. 이번 국토대장정을 이끈 향군 김성래 단장(예비역 육군 중령)의 신고에 향군 신상태 회장은 “학교와 지역은 각자 다르지만 단원 모두가 하나 돼 협동정신을 발휘하며 나라 사랑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6월 25일 식단은 주먹밥에 감자
출정식을 마친 이들은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해 현충탑을 참배한 후 전세버스를 타고 강원 인제 12사단 신병교육대(신교대)로 갔다. 신교대에서는 군용장비 전시회도 열렸다. “고글을 써봐도 되나”, “장갑 만져봐도 되나”, “전투화가 왜 색깔이 다른가”. 단원들 중에서도 특히 여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날 저녁식단은 주먹밥과 감자, 깍두기, 닭고기였다. 우리 군은 매년 6월 25일이면 70여 년 전 선배 전우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주먹밥과 감자를 먹는다.
식당 밖에는 신병교육을 받는 훈련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일부 훈련병이 단원들을 보느라 고개를 돌리자 “정면을 보라”는 조교의 호통이 떨어졌다. 단원 중 졸업 후 여군 장교로 임관할 예정인 학생은 식사를 마치고 연병장을 돌며 체력단련을 하기도 했다.
2일 차인 6월 26일,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12사단 신교대를 떠나 강원 고성으로 이동했다. 금강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금강산전망대(717 OP)를 갈 예정이었으나 북한군 도발에 대비해 우리 군이 ‘결전 태세’를 유지하고 있어 방문할 수 없었다. 대신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안개 낀 북녘땅을 바라봤다.
비옷을 걸쳐 입고 통일전망대에서 제진검문소까지 걸었다. 본격적인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제진검문소는 금강산을 육로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단원들은 고성 화진포에서 행군을 이어갔다. 화진포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과 김일성 별장이 있는 곳이다. 6·25전쟁이 나기 전에는 북한 지역이었으나 전쟁을 거치며 우리 땅이 됐다.
두 번째 밤은 강원 화천 7사단 신교대에서 보냈다. 이날 밤 단원들은 현역 장병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군 희망자들은 일반전초(GOP) 근무, 군인 처우 개선 문제 등 평소 궁금한 내용을 물었다. 군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점호부터 불침번까지 모든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3일 차인 6월 27일에는 평화의 댐에서 행군을 시작했다. 날씨가 흐린 덕분에 걷기에는 알맞았다. 오전 내내 걸었다. 휴전선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지점, 왕복 2차선 오천터널을 지날 때는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1.5㎞인 터널을 내달려야 했다.





장대비 속에도 행군 이어
오후 일정은 15사단 수색대대 방문으로 시작했다. 수색대대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정찰을 하며 북한군의 침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현장에는 수색대대 장병들이 실제 사용하는 장비가 전시돼 있었다. 단원들은 신기한 듯 장비들을 만져보고 수색대대 장병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수색대대 견학을 마친 뒤 금성지구전투전적비를 찾았다. 금성지구전투는 6·25전쟁 최후의 전투다. 중공군 12개 사단에 맞서 국군과 유엔군 5개 사단이 맞붙었다. 아군이 이 전투에서 승리한 덕분에 강원 철원 김화읍 일대를 확보했다.
세 번째 밤은 강원 화천 15사단 신교대에서 보냈다. 전방 부대의 병영식단을 체험한 단원들은 “15사단 밥이 제일 맛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4일 차인 6월 28일에는 강원 화천 붕어섬을 시작으로 화천댐이 있는 파로호안보전시관까지 걸었다. 국군 6사단이 중공군 3개 사단의 공세를 막아낸 뒤 화천까지 쫓아가 중공군을 섬멸하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화천저수지를 파로호(破虜湖, 오랑캐를 대파한 호수)로 명명했다.
점심을 전투식량으로 해결한 뒤 제2땅굴이 있는 강원 철원으로 갔다. 1975년 발견한 제2땅굴은 북한이 남침 시 활용하기 위해 지하 50~160m 지점에 파놓은 땅굴이다. 부산에서 온 권희연 씨는 제2땅굴을 둘러본 뒤 “북한 지뢰를 밟고 희생된 우리 장병 이야기를 듣고는 안타까웠다”고 했다. 구미에서 온 김가현 씨는 “북한이 파 내려간 땅굴을 찾아낸 우리 국군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땅굴 견학에 이어 철원평화전망대에 올랐다. 넓은 평야와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왔다. 울산에서 온 자매 오정윤·석윤 씨는 “직접 북한 땅을 볼 수 있어 신기하면서도 철조망을 두고 남북이 갈라져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 5사단 신교대에서 네 번째 밤을 보내고 5일 차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굵어지는 바람에 경로를 바꿔가며 행군을 이어 나갔다. 장대비 속에서 백마고지전투 전적비를 찾아 헌화한 뒤 서부 전선인 경기 김포(해병 2사단)로 이동했다. 국토대장정의 마지막 밤, 단원들은 해병 2사단 청룡회관에 모여 저녁식사와 함께 조별로 장기자랑을 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첫날 서먹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폭염과 장대비를 뚫고 함께 땀을 흘린 단원들은 어느새 ‘전우애’로 하나가 돼 있었다.
마지막 날인 6월 30일,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을 시작으로 해군 2함대를 찾았다. 2함대를 방문한 단원들은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던 참수리 357정과 2010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된 천안함 견학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국방부·국가보훈부가 후원한 이번 국토대장정은 1049㎞라는 이동 기록을 남겼다. 군사학과에 재학 중인 박은서(경기 남양주) 씨는 무릎을 다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 경기 화성에서 온 권혁준 씨는 “수업에서 접했던 전적지와 현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후배들에게 국토대장정 참가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오정윤 씨는 “전방에서 고생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니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이들을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6·25전쟁 73주년 정부 기념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참가자도 많았다. 서울에서 온 정의현 씨는 “참전용사들은 70여 년 전 결연한 의지로 전쟁터에 나가 조국을 위해 싸웠고 또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며 “기념식장에서 본 참전용사들의 뒷모습을 보고 감정이 복받쳤다. 그 공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대장정을 계기로 군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권희연 씨는 “기념식장에서 만난 참전용사들을 보고 감사한 마음에 많이 울었다”며 “장교로 입관하면 부끄럽지 않은, 명예로운 군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부모님의 권유로 참가한 마하나로(대전) 씨는 “기념식장에서 태극기를 힘껏 휘날리며 ‘6·25의 노래’를 부른 게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김성래 단장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미래세대가 우리 군의 역할과 안보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경훈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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