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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안전한 사회 아동 권리 찾기부터 ‘옴부즈퍼슨’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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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제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는 특성화고 계열이다 보니 대학을 가는 친구들만큼 바로 사회로 나가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노동, 인권, 차별 등 다양한 권리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왜 모르고 있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지?’ 의문이 들었는데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에 와서 경각심을 가지게 됐어요.”
전북 완주군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고산고등학교 2학년 오세빈 양의 똑 부러지는 답이다. 오 양은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에서 발족한 ‘아동권리모니터링단’ 단장을 맡고 있으며 학교에서 운영 중인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지역의 기관 및 기업 등에서 다양한 직업체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정규 수업 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십까지 참여하고 있다. 당연히 관련 분야에 진출할 뜻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고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인턴십에 지원한 동기를 물었다. 아동·청소년들이 권리나 인권에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 진로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의외로 오 양은 뮤지컬 배우와 가수를 꿈꾸며 성악과 연기를 공부하고 있었다.
“평소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어 그쪽으로 인턴십을 알아보다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를 알게 됐고 ‘권리’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나의 권리’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어요. 내 권리가 뭐지? 나는 내 권리를 잘 지키고 있나? 침해받고 있지는 않나? 등 많은 질문이 제 안에서 쏟아졌어요.”
오 양은 “뮤지컬 배우나 가수처럼 자유직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내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내 권리를 지키는 일이 곧 내 자신을 지키는 일임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수많은 아동·청소년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교통안전을 필두로 다양한 복지정책이 뒤를 잇는다. 스쿨존 설치, 재난교육, 안전놀이터 운영 등은 익숙하고 구체적이다. 그에 반해 아동권리 관련 인식 개선 사업은 추상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완주군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를 찾아가면서도 소개할 만한 내용이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오 양의 당차고 구체적인 말로 일순간 불식됐다.
2022년 10월 완주군과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완주군 고산면에 전국 최초로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를 열었다. 아동옴부즈퍼슨이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지역사회 내 아동의 권익을 대변하고 아동의 권리 침해 사례를 조사하며 구제하는 독립기구다. 아동권리 옹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만 18세 미만의 아동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와 아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로 인증 시 해당 지자체가 ‘옴부즈퍼슨’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인증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심사한다. 그간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로 인증된 지자체 대부분이 아동옴부즈퍼슨을 외부전문가로 위촉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근직 전문가로 구성된 옴부즈퍼슨사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동은 자신들의 권리옹호를 위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법정에서 자신을 변론할 수도 없고 증언 또한 거의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외부전문가 위촉을 통한 운영은 아동옴부즈퍼슨에 필요한 독립성 확보, 아동의 의견 청취, 용이한 접근성 등의 조건을 갖추기 힘든 구조입니다.”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최정설 소장의 답변이다. 독립된 사무소 개소는 아동권리의 독립적 대변인이자 감시자로서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첫 번째 사례라고 덧붙였다. 아동옴부즈퍼슨 제도는 1981년 노르웨이가 세계 최초로 아동옴부즈퍼슨을 임명한 이후 현재까지 37개국에서 60개 이상의 독립 기구가 설립됐다.



아동권리 침해, 보호자가 가장 많아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는 아동의 권리 증진을 위해 아동권리 침해 예방 및 침해사례에 관한 조사와 구제 활동,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및 다양한 교육 등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타의 청소년수련관이나 지역아동센터처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아동들의 독립적 대변인이자 감시자 역할에 보다 충실하다. 최 소장은 “아동학대 및 아동권리 침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아동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정과 학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권리를 법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성인과 달리 아동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자신들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동학대 및 권리 침해 행위자의 80% 이상이 보호자라는 것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입니다만 2021년 기준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이 전체 40명인데 그중 ‘자녀 살해 후 자살’ 피해아동이 14명이나 됩니다. 또 나머지도 극단적인 방임에 의한 사망 등으로 보호자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18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된 2022년 국제아동권리지표(아동인권지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권 및 생존권 등은 매우 높은 지표를 형성한 데 반해 보호권과 발달권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최 소장은 “2021년 친권자 징계권 삭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루 평균 103명의 아이가 학대받고 있으며, 학대로 죽어가는 아동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발달권과 관련한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아동의 삶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심각한 실태를 설명했다. 특히 아동과 관련된 기본법인 ‘아동복지법’은 여전히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국회에서 ‘아동기본법’ 두 건이 발의됐는데 모두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아동권리옴부즈퍼슨 운영을 통한 아동권리 옹호와 권리구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제정 여부가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 소장은 무엇보다 아동의 실질적인 참여권을 강화하기 위해 완주군의 경우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심의·자문기구인 아동권리보장위원회 총 15명의 위원 중 50%를 아동위원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 아동민원센터 운영, 찾아가는 아동권리상담, 아동권리교육 등을 통해 소통 기반뿐 아니라 아동정책영향평가,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운영 등 아동권리 침해 예방 전략을 통해 아동권리 인프라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아동권리교육을 진행해보면, 아동권리를 너무 어렵고 특별한 무언가로 이해하고 있지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권리는 일상에서 숨쉬고, 먹고, 놀고, 배우고, 일하는 모든 과정속에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죠. 아동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동권리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된 제3의 안전지대는 필수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는 아동뿐 아니라 성인들에 대한 아동권리 교육도 확대해가고 있다는 것이 최 소장의 설명이다. 지역사회에서 아동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성인들의 아동권리 이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키즈존, 노시니어존 등 경제적 논리에 따른 아동 및 노인 차별, 아동학대 신고 증가가 친권 및 교권을 침해한다는 시각 등은 성인들이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다. 인식전환이 시급한 부분이다. 2023년 6월 처음 발대식을 가진 완주군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의 첫 번째 공통 주제 중 하나도 ‘아동이 마주하는 노키즈존’이다.
최 소장은 “아동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국가 구성원 모두가 불편해지기를 각오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의 불편함은 곧 아동의 권리 증진을 향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전형적인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그 가운데 이질적일 정도로 세련된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 건물은 쉽게 눈길을 끌었다. 오세빈 양은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의 첫인상에 대해 “처음 동네에 건물이 들어섰을 때 뭐하는 곳인지 몰랐지만 아동이란 말만 봐도 어딘가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독립된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의 존재감이 아동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최 소장은 아동들의 안전한 제3지대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독립된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가 전국적으로 계속 늘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완주군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는 그 시작이다.

강은진 객원기자

박스기사
구체적인 사례로 알아보는 아이들의 권리 찾기

하루종일 학교에만 있는 건 답답해요!
완주군의 한 초등학교 학생회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학교가 아닌 마을의 다양한 기관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하루종일 학교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은 마을의 책방, 청소년센터 등 다양한 시설들을 활용해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처리 결과 아동옴부즈퍼슨사무소를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간 협의를 통해 2023년 상반기부터 방과 후 수업을 특성에 맞춰 관련 기관과 연계해 운영

아동·청소년 대상 축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게 해주세요!
한 중학생이 지역 아동·청소년 대상 축제에 기획 단계부터 아동·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자신들이 주축인 축제임에도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행사 내용에 따르기만 하는 것은 권리 침해라는 것. 기획 단계부터 아동·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처리 결과 2023년 상반기 지역교육공동체가 운영하는 ‘축제기획단’에 아동청소년분과 설치 후 아동·청소년의 참여 보장

통학 이동권을 보장해주세요!
배정받은 고등학교까지 가려면 4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가 유일한 농어촌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의 통학 이동권 침해 사례다. 그마저도 4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고 다시 환승을 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 데다 부모님은 생업으로 자차 통학이 어려운 형편. 민원을 제기한 학생은 어쩔 수 없이 자퇴했다. 타의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학생은 자신의 독립적인 통학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편의 개선을 요청해왔다.

처리 결과 2023년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주제로 선정해 실태조사 후 정책 제안 예정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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