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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빅뱅 : 조직보다 개인! 근무 형태의 지형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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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자녀 학자금을 지원합니다.”
한 중소기업 대표가 회사 복지제도를 설명한다. 이를 듣고 젊은 세대가 말한다.
“결혼 생각도 없는데 자녀 학자금 지원이요? 15년, 20년 동안 일하라고요?”
2022년 KBS <시사기획 창>의 ‘MZ, 회사를 떠나다’편에 나온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고용주 입장과 회사를 떠나는 젊은 근로자의 입장 차이를 다뤘다. 양측은 업무 환경에 대한 팽팽한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의 노동시장 비중이 높아지며 회사 판도를 흔들고 있다. 재택근무, 유연근무, 자율출퇴근제, 긱 노동(초단기 계약직 근로) 증가 등의 근무 형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행한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이러한 현상을 ‘오피스 빅뱅’으로 명명했다. 일에 대한 개인·조직·시스템 차원의 변화가 매우 폭발적이란 점에서 사무공간을 지칭하는 ‘오피스(Office)’에 우주 대폭발을 일컫는 ‘빅뱅(Big Bang)’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오피스 빅뱅의 불씨를 댕긴 건 코로나19다. 재택근무로의 이행을 본격적으로 확대했을뿐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근무 형태·문화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촉매제가 됐다. 더욱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의 인식이 현상을 가중시켰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개인을 희생하던 가치관은 변했다. 회사는 개인의 성장과 만족을 위해 차순위로 미룰 수 있는 선택지가 된 것이다.

“한 직장에서 20년 동안 일하라고요?”
과거 대기업 임원은 많은 직장인이 선망하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임원이 될 때까지 회사에 다닐 마음 자체가 없다. 앞서 “15년, 20년 동안 일하라고요?”라는 젊은 세대의 발언에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이 없기에 승진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명 ‘진거자’(진급 거부자의 준말)다. 승진을 하면 업무의 책임이 커지고 인사고과 시스템을 적용받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어서다.
회사에서 직급이 높아지기보단 이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인정받는다고 느끼는데,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던 과거 시선과는 다르다. 2022년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2030세대 직장인 485명을 대상으로 이직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응답자는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배울 수 있는 기회(60.2%)’, ‘커리어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53.4%)’으로 이직을 바라봤다(복수응답). 실제도 응답자의 87.4%가 이직을 시도했으며 63.3%는 이직에 성공했다고 답했다. 이직에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 응답자의 97.4%는 다시 이직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 이러한 세태를 빠르게 읽고 이직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을 제시한다. 하지만 MZ세대를 돈으로만 유인하는 건 한계가 있다. 일한 만큼 월급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기에 납득할 수 없는 연봉과 성과급 기준은 오히려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보다는 회사가 직원을 세심하게 생각하는 맞춤형 복지를 선호한다. 더불어 근무 형태도 회사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주5일을 사무실에 나가기보다 주3일은 출근하고 나머지는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것을 원한다. 국내 정보기술(IT)기업을 시작으로 대기업들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근무제를 시도하는 이유다. 이는 구글, 애플,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자율성 중시, 20대 야쿠르트 배달원 증가
아예 조직에 편입 자체를 거부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대규모 프리랜서의 출현이다. 프리랜서 시장은 오랫동안 존재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노동자, 긱 워커(초단기 노동자) 등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일회성 노동을 의미하는 긱 노동은 배달·택배 등 일부 직종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디자인·개발·설계 등 전문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회사 밖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N잡 열풍이나 전통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고정관념이 변하는 것이다.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원티드긱스·시소 등의 성장이 이와 같은 현상을 뒷받침한다.
긱 노동의 핵심은 자유로운 근무 방식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어 조직에서 해방되고 싶은 젊은 세대의 니즈를 충족한다. 〈시사기획 창〉에서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청년층이 플랫폼 노동을 경험하면서 어떤 한곳에서 일해야 하는 형태가 아니라 훨씬 더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직종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이 많이 하는 일로 알려진 야쿠르트 배달원에 20대 직원이 늘어나는 현상도 같은 배경이다.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야쿠르트 배달원의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 2030 신규 종사자가 2018년 19.9%에서 올해 27.7% 늘었다. 4050세대가 많이 하던 정수기 점검 일도 마찬가지로 2030 종사자 유입이 많아지고 있다. 고객과 약속을 조율하면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가치관에 일을 맞추려는 움직임은 대세가 됐다. 전통적인 근무 문화로는 인재를 붙잡을 방도가 없다. MZ세대의 근무 태도를 무작정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조직을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해야 한다. 오피스 빅뱅 시대에 맞춰 근로자를 위한 근무 형태, 직원 복지 확대, 성장을 위한 지원 등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때다. 개인과 조직의 변화는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각종 라이프 스타일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피스 빅뱅에 대처하며 더 큰 빅뱅을 마주할 준비가 필요하다.

조이현 객원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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