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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원 이탈 막는 법? 그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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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청년선원정책위원 이동현 일등항해사

2021년 우리나라 선원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해양수산부가 2022년 5월 발표한 ‘2022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 외항선이나 원양어선, 연안 여객선 등에서 일하는 한국인 선원은 전년(3만 3565명) 대비 1055명 줄어든 3만 2510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11년 연속 감소세다. 반면 외국인 선원 수는 5년 연속 증가세였다. 2021년 말 기준 외국인 선원 수는 2만 7333명으로 198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인 선원을 포함한 국내 전체 선원(5만 9843명)의 45.7%에 달했다. 한국인 선원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한국인 선원의 연령을 살펴보면 40대 이하가 21.3%(6925명), 40∼50대가 42%(1만 3658명), 60세 이상이 36.7%(1만 1927명)이다. 40세 이상이 78.7%다.
해수부에 따르면 매년 약 2000명의 신규 국적 선원이 해양대학교 등의 지정기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청년 해기사(배 운항에 필수적인 선장·기관사 등 선원)의 5년 내 이직률은 78%에 이른다. 이렇게 바다를 떠나는 20~30대 청년 선원이 계속 늘어난다면 국적 선원 수급 불균형과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이 문제를 청년 선원들과 함께 풀기로 했다. ‘청년 선원 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간담회를 개최해 국적 선원 일자리 혁신 정책에 대한 20~30대 청년층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고 이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책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발족식과 함께 첫 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책위원회는 20~30대로 구성된 청년 선원 대표 3명과 졸업 후 해기사가 될 예정인 해양계열 대학(한국해양대·부경대·목포해양대·군산대) 재학생 7명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중 3명은 실제 근무 경험 및 현직 선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선원직의 장·단점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청년 선원 정책위원(이하 정책위원) 중 한 명인 이동현(33) 일등항해사는 영국 해운선사인 시피크(Seapeak)에 근무하며 ‘Vitaminsea’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현직 외항상선 해기사로 또 유튜버로서 청년 선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을 고민해온 만큼 위원회에 참여하는 각오도 남다르다고 했다. 휴가를 끝내고 승선을 이틀 앞둔 그를 4월 24일 부산에서 만났다.



정책위원은 어떤 일을 하나?
예비 해기사와 전·현직 해기사들이 정책 수립을 위한 실용적인 자문을 한다. 예비 해기사들은 선원직이 매력적일 수 있는 방안을, 전·현직 해기사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왜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지, 일찍 바다를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청년 선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 의견을 내고 있다. 간담회가 열리지 않을 때라도 해수부가 청년 선원의 의견을 필요로 할 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정책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국립목포해양대학교 졸업 후 국적선사에서 5년, 해외선사에서 5년, 합쳐서 10년을 승선했다. 국적선사에서 장기승선을 했기 때문에 청년 선원들의 고충을 너무나 잘 안다. 지금은 해외선사에서 일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국적선사와 해외선사의 처우를 비교할 수 있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청년 선원들이 배 위에서 더 오래 일할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입장인 만큼 정책위원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간담회에선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조승환 해수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해수부가 청년 선원이 부족한 이유나 선원직 기피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비과세 확대나 승·하선 비중 변화, 해상 근무와 육상 근무 로테이션 체제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정책위원들도 각자의 의견을 내놨다. 내 경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해기사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경험이 있다. 조사 내용과 내 경험을 더해 실제 해기사들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어떤 내용인가?
우리나라 외항상선 해기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9%의 국내 해운회사가 6개월 이상 승선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한번 배를 타면 최소 6개월 이상 나갔다 집에 온다는 말이다. 하지만 보통 해기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8개월 이상 승선하는 것이 보통이고 심지어 12개월 이상 승선했다는 선원도 26%나 있었다. 4분의 1이 1년 이상 승선했다는 뜻이다. 나 역시 최대 11개월까지 승선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장기 승선을 해서 집에 오더라도 쉴 수 있는 휴가는 2~4개월 내외다.

근무 기간과 휴가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얘긴데.
육상 근무와 비교하자면 일주일에 월~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만 쉬거나 월~일요일 오전까지 일하고 반나절 쉬는 근무 시스템이 1년 내내 이어지는 셈이다. 결국 사회와 단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만족하지 못하고 바다를 떠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그렇게 설명하니 높은 이직률이 이해된다.
솔직히 미래가 안 보인다. 해양대 졸업 후 선장, 기관장이 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장, 기관장이 되면 급여도 나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진다. 그런데 20대부터 서른 중반까지 내 청춘의 10년을 1년에 10개월씩 배를 타면서 바다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승선근무예비역의 이탈률도 높다고.
승선근무예비역은 해수부 장관이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정규교육을 마친 입영대상자 중 5년 안에 36개월 승선 근무를 하면 현역으로 군복무를 필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현재 현역병 근무 기간은 18개월이다. 36개월 동안 군복무를 대신해 승선하는 게 더 힘든 셈이다. 결국 승선근무예비역을 중도 포기하고 현역 입대하거나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근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임금이 보상이 되진 않나?
선원들이 받는 임금 수준은 전체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보다 높긴 하다. 세제 혜택도 있고. 원양어선과 국외를 항행하는 선박에서 일하는 외항상선원·원양어선원·해외취업 선원은 월 300만 원 이내 근로소득을 비과세한다. 그러나 근무 강도 대비 보상이 낮다고 생각하는 청년 선원이 많다. 선·기관장이 되면 월급여가 1000만 원 정도 되지만 거기까지 가는 게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몇 년 전 국적선원 수가 부족하다며 해양대 입학 정원을 늘린 적이 있다. 초임 해기사가 늘어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직 해기사들이 바다를 떠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장기승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승선 기간은 줄이고 휴가 기간은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선원법은 예비원(운항 중인 선박에 승선하지 않고 대기하는 선원) 비율을 10~20%로 규정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예비율이 50%가 넘는다.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예비원을 확보해 적정한 근무와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기업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둘째, 세제 지원이다. 해외는 선원 소득에 전면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원 소득에 전면 비과세를 적용한다면 실질소득이 증가해 선원직 유도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지금 영국 해운회사에 근무 중인데 근무조건이 많이 달라졌나?
비교가 안될 정도다. 지금 회사에선 3개월 승선, 3개월 휴가가 원칙이다. 해외 선사 중에는 2개월 승선에 2개월 휴가인 곳도 있다. 임금 역시 국적선사 선장·기관장 월급의 1.5배에 달한다. 대부분 전면 비과세 혜택으로 세금도 내지 않는다.

해외선사에 직접 문을 두드렸다고.
해기사가 국내 선원인력관리회사를 끼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해외 선사에 취업하는 것을 ‘개인 송출’이라고 한다. 5년 동안 국적선사에서 일하는 동안 고민이 많았다. 10개월씩 배를 타다 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나섰다. 이력서를 써서 직접 해외 선사의 문을 두드렸고 기회를 얻었다. 최근에는 나처럼 대우가 좋은 유럽이나 중동의 선사로 개인 송출을 나가는 청년 선원이 늘고 있다. 물론 해외로 나가는 게 답은 아니다. 다만 해외의 처우나 다른 환경을 접한 우리나라 선원이 늘어날수록 국적선사도 이를 계기 삼아 조금씩 변화하길 바랄 뿐이다.

해외선사에서 일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우리 회사는 현재 30개국의 선원이 승선하고 있다.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영어가 늘었다.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여기 와보니 내가 갈 수 있는 영역·선사의 폭이 더 넓어졌다. 세계를 무대로 꿈을 키우는 기분이다.

유튜브도 운영한다.
처음엔 개인 송출 문의가 너무 많이 오다 보니 똑같은 질문에 답변하기 귀찮은 마음에 유튜브에 정리해 올려두자는 생각이었다. 시작하고 보니 반응도 좋고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싶었다. 또 내가 외국 회사에서 얼마나 재밌게 지내는지,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과 전문적으로 일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승선 중에는 1주일에 한 번 영상을 업로드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선원, 해기사, 항해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크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면서 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다를 떠나는 청년 선원이 줄어들 수 있도록 우리 선원들의 처우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정책위원이나 선원 일자리 정책을 위한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길게는 선원들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하고 싶다. 해양대를 졸업해도 배에서 실제로 필요한 실무나 영어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예비 해기사인 해양대 학생들을 위해 실무와 영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는 게 목표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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