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일·육아 병행 정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잘 작동되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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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세계 최저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윤석열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통해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은 김영미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그간 학계에서 저출산 정책과 사회인식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전부터 가족정책과 일·육아 병행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김 부위원장은 “무엇보다 정책 실수요자인 국민이 요구하는 정책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높은 국민적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을 동력으로 삼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차분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의 저출산 정책은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8일 회의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것은 무엇이었나?
이번 회의는 1차 회의로 구체적인 정책을 여럿 내놓기보다 지금까지의 저출산 정책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왜 그간의 정책이 효과가 없었는지 반성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그러면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돌봄,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5대 핵심분야에서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완성될 정책들의 큰 틀을 그렸다고 보면 된다.
회의에서 저출산 정책에 280조 원이 들었는데도 효과가 없었던 것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왜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하나?
‘280조 원 정책’을 먼저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은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기만 했다. 그중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신진예술가·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정책은 꼭 필요하지만 저출산과는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저출산 정책으로 분류돼 ‘280조 원’ 안에 들어가 있었다. 이제부터는 이런 정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다. 추진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명확한 전략을 세워 효과적인 정책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의 저출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살펴보자. 5년에 한 번 수립하는 기본계획의 목표는 ‘삶의 질 제고’였다. 그러나 이 목표는 추상적인 데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로 삼기에는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다. 여러 차례 정책 실수요자 간담회를 거치면서 도출된 것은 좀 더 저출산과 밀접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3월 28일 회의에서 제안한 목표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목표가 세워진 배경이 궁금하다.
그간 많은 국민을 만나며 실제 목소리를 들었다. 저출산 정책에 관심을 갖고 나름의 의견을 가진 국민이 많았다.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4차 기본계획이 발표된 것을 보고 아쉬웠다는 것이었다. 삶의 질을 제고해서 어떻게 저출산을 해결할지가 불분명해 와닿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정책방향은 실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정책에 적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자는 것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세부적인 정책은 어떻게 수립될까?
기본계획을 수립해놓고 정책을 마구 수집하는 방식은 되지 않을 것이다. 명확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책 수요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을 수시로 세우고 점검하고 보완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저출산 정책이 여러 부처에 걸쳐 시행되기 때문에 부처를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 위원회는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1차 회의에서 발표된 정책방향 중 저출산 해소를 위한 주거 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만큼 저출산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문제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간 저출산 주거 정책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만 집중돼 있었다. 이것을 아이를 기르는 양육가구까지 확대했다. 정책이 아이를 낳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기를 수 있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행복한 양육을 고민하는 정책방향이 곳곳에서 보인다.
정책상 다자녀 기준을 ‘2자녀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것도 그와 관련돼 있다. 조건과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국민이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구를 3배 수준으로 늘리는 것에 대한 반응도 좋은데 실제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책 수요가 많은 곳을 파악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수립할 전망인가?
모든 정책이 골고루 개발되겠지만 국민이 주목하고 변화를 실감할 만한 부분은 일·육아 병행과 관련된 정책일 것이다. 아이를 기르는 것이 행복해지려면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중 하나로 육아기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것이다. 지금도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있지만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걸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좋은 정책이 수립된다고 해도 실제로 혜택을 받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그 점을 해결하는 것이 완성도 높은 정책을 만드는 핵심이다. 예를 들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중소기업이나 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육아휴직을 쓰는 근로자가 매년 늘고 있지만 공공기관과 대기업 위주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쓰지 못한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정책이 현장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제도가 현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책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행하는 주관 부처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근로자가 요구하는 데도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는 사업장 같은 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건 고용노동부 소관의 일이다. 반면에 환경이 어려운 사업장도 있다. 이런 사업장을 지원해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세제를 지원하는 등의 문제는 또 다른 부처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 부처가 협력해 정책방향에 맞게 정책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신경 쓴 정책 분야가 있나?
난임부부를 지원하는 정책 또한 이번 회의에서 신경 쓴 부분이다. 그간 난임시술 지원에는 소득기준 제한이 있었다. 이걸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 중이다.
일과 육아를 행복하게 병행하는 사회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자. 우리 사회에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일과 육아가 잘 어우러진 국가로 스웨덴을 많이들 꼽는다.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이 의무화돼 있다. 480일간 육아휴직을 쓰는데 아빠 육아휴직 기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제도만 잘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 다르다. 기업에서는 육아기 사원에게 육아휴직을 쓰라고 권유한다. 오후 4시면 퇴근해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한다. 직장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아이를 확실히 케어할 수 있게 촘촘한 돌봄체계가 갖춰져 있다. 이건 육아와 일 병행이 ‘규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일·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규범이 될 수 있고 당연한 일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것 이상으로 실천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업을 많이 만나보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저출산은 큰 문제다. 생산·소비 인구가 동시에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기업 역시 당사자로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위원회에서도 당장의 몇몇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
국민들은 한층 발전된 저출산 정책을 언제 확인할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빨리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촘촘하게 완성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1차 회의에서는 방향성을 전달하고 앞으로의 의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 부처가 협력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각 부처 장관이 직접 정책방향과 전략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 것도 7년 만이다. 즉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가 저출산 정책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위원회는 점점 더 발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이 실감할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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