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개발 걸림돌 우주쓰레기 청소 전쟁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우주쓰레기가 포화 상태다. 로켓, 인공위성 발사가 많아지면서 잔해물이 지상으로 떨어질 확률 또한 그만큼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청소 위성을 발사해 우주쓰레기를 다른 고도로 밀어내거나 지구 대기권으로 유도한 뒤 떨어뜨려 불태우는 방식의 기술들을 내놓고 있다. 대체 우주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있기에 위성을 위한 위성까지 띄워야 하는 것일까?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2022년 12월 22일 기준) 지금까지 인류가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 수는 6340개, 지구 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은 1만 4710개에 이른다. 이중 실제로 임무를 하는 인공위성은 6900개에 불과하다. 작동하지 않는 나머지 인공위성은 모두 쓰레기인 셈이다.
인공위성 연쇄 파괴하는 우주쓰레기의 도미노
우주 강국들이 많은 위성을 발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리다툼도 크다는 얘기다. 비행기가 다니는 항로나 배가 다니는 수로가 있듯 우주에도 위성이 다니는 길이 있다. 시간과 연료비를 줄이려고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길이다. 바로 인공위성 궤도다. 궤도의 형태는 위성의 임무나 목적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위성 고도에 따라 저궤도·중간궤도·정지궤도로 나뉜다. 정지궤도는 지구의 자전주기와 동일한 공전주기로 인공위성이 위치할 수 있는 3만 6000㎞ 고도의 궤도를 말한다. 자전 속도와 공전 속도가 서로 같아 인공위성이 항상 지구와 같은 지역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붙은 이름이다. 실은 초속 약 3㎞의 초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지궤도에서는 통신위성의 활용이 안성맞춤이다. 항상 같은 위치에 머물면서 지구와 안정적으로 송수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곳에 쏘아 올린 세계의 통신위성만 700개에 이르고 현재 운영되는 위성은 2018년 4월 기준 548대다. 우리나라도 무궁화 통신위성과 군이 운용하는 아나시스 2호 등 총 4기의 통신위성이 정지궤도를 돌고 있다.
문제는 지상에서 3만 6000㎞나 떨어진 높은 궤도에 띄우다 보니 신호를 주고받는 데 지연이 생겨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중간에 신호가 손실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유리한 궤도가 지구와 가까운 저궤도다. 고도 200~2000㎞의 영역으로 지상과 위성 간의 물리적 거리가 대폭 줄어들어 그만큼 통신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곳에 가장 많은 인공위성이 분포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스페이스X 또한 고도 약 340~1100㎞의 저궤도에 스타링크 위성을 띄워놓고 있다. 스타링크는 소형 군집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워 전 세계를 촘촘히 연결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다. 인류가 65년 동안 발사한 인공위성 1만 4710개 중 3500개가 스타링크 위성이고 현재 운영 중인 인공위성들 가운데 50%가 스타링크다. 저궤도에도 문제점은 있다. 궤도가 낮아지는 만큼 통신위성 1기당 담당할 수 있는 지역이 그만큼 좁아진다. 이를 위성의 개수로 해결하려는 게 스타링크의 전략이다. 2030년까지 4만 2000개가 넘는 위성을 배치하는 게 목표다.
우리 정부도 2031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통신위성 14기를 쏘아 올려 저궤도 군집위성 시범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통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이후 저궤도에 위성 2000기 이상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워낙 많은 수의 위성이 운행되다 보니 우주쓰레기의 위협도 늘고 있다. 우주쓰레기의 대부분은 고도 300∼1000㎞에 몰려 있다. 새로운 위성을 발사할 때 쓰레기와 충돌 위험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주쓰레기 발생의 주요 원인은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의 폭발이다.
인공위성이 태양을 향하고 있는 면의 온도는 영상 120℃, 그늘 쪽은 영하 180℃에 달한다. 평소 인공위성은 빙글빙글 돌거나 냉각수 파이프를 이용해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키는데, 만일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해 가동을 멈추면 양쪽 면의 극심한 온도 차로 깨져버리고, 배터리나 남아 있는 추진체가 폭발하게 돼 파편들이 발생한다. 또 이 쓰레기들끼리 엄청난 속도로 부딪혀서 계속 쪼개지다 보니 셀 수 없이 많은 우주쓰레기가 만들어진다.
그물·작살·로봇 팔 동원해 제거 기술 개발 박차
우주쓰레기는 지름 10㎝ 이상 물체, 1~10㎝, 1㎝ 이하로 구분한다. ES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0㎝ 이상 쓰레기는 3만 6500개, 1㎝ 이상은 100만 개, 1㎝ 이하는 1억 3000만 개나 된다. 대도시 못지않은 교통 혼잡이다. 1㎝의 작은 파편이라도 총알보다 10배 빠른 초속 7~8㎞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가 맞기라도 한다면 치명적인 우주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010년부터 미국·유럽·일본 등 위성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우주쓰레기 처리를 위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이 분야의 선두는 일본 기업 아스트로스케일이다. 2021년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로봇 팔에 자석이 설치된 청소용 위성 ‘엘사-d’를 발사했다. 강한 자력으로 우주쓰레기를 끌어모은 뒤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해 같이 불타 없어지는 게 핵심이다. 2024년 상용화가 목표다.
유럽우주국 또한 우주쓰레기를 포획해 대기권으로 끌고 와 불태우는 집게 팔 위성의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물을 던져 우주쓰레기를 포획하는 ‘폼 디브리스 캐처’ 위성을 개발 중이다. 끈끈한 물질인 ‘폴리머 폼’의 접착망(網)을 발사해 우주쓰레기가 달라붙게 한다.
우리나라도 ‘우주물체 능동제어 기술’을 개발한다. 이는 우주물체에 접근해 위치·궤도를 변경하거나 연료 보급·수리·궤도 견인 등을 통해 우주 자산의 임무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의 통칭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로봇 팔로 쓰레기를 붙잡아 대기권에서 자연 소각하는 포집 위성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는 2023년 우주물체 능동제어 기술을 포함한 우주 개발에 2022년보다 19.5% 늘어난 8742억 원을 투자한다. 이미 생긴 우주쓰레기를 완전히 없애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은 조금씩이라도 우주쓰레기를 청소해 충돌사고를 없애는 게 최선이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