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 되도록

저출산고령위 “순차적으로 대책 마련해 발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면서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위) 회의를 주재하고 나선 이유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저출생 위기 극복 방안을 검토했다. 저출산고령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통령이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7년 만이다.
이번 대책의 큰 틀은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출산고령위는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 ▲건강 등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를 정하고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추려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정책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데엔 지난 15년간 정부가 약 280조 원의 저출생 대책 관련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오히려 출생아 수가 20년 전의 반토막인 25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아이와 시간 보내도록 ‘근로시간 단축’
저출산고령위는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가구를 2022년 7만 8000가구의 세 배 수준인 27만가구로 늘려 가정 양육을 지원하는 동시에 2025년부터 추진되는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을 통해 기관돌봄을 두텁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부터 추진하는 초등 돌봄인 ‘늘봄학교’는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에서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개선한다. 이 제도는 현재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쓸 수 있는데 자녀 연령을 6학년까지 상향하고 기간도 부모 1인당 24개월에서 36개월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리기 위해 ‘부모 육아휴직 맞돌봄’을 시행하는 사업장에는 인센티브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위는 “육아휴직 제도가 더욱 확산되기 위해선 대체인력 제도부터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관련 지원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거 분야 대책도 주목할 만하다. 신혼부부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기 위한 부부 소득 요건을 기존 7000만 원 이하에서 8500만 원 이하로, 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은 종전 6000만 원 이하에서 7500만 원 이하로 상향한다. 아이가 있는 가구가 공공주택에 입주할 때 공공분양(3자녀), 공공임대(2자녀)로 이원화돼 있는 기준은 2자녀로 일원화하고 입주하기 위한 소득·자산 요건도 자녀 수가 많을수록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 10월 발표한 공공분양 ‘뉴:홈’ 15만 5000호를 포함해 공공임대 10만 호, 민간분양 17만 5000호 등 총 43만 호를 2027년까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만 2세 미만 아동 입원 ‘무상 의료’ 제공
만 0~1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 매달 지급하는 ‘부모급여’는 새해부터 만 0세는 70만 원, 만 1세는 35만 원을 적용하고 있는데 2024년부터는 각각 100만 원, 50만 원으로 혜택을 더 늘린다.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운영 중인 자녀장려금 지원 대상을 소득기준 부부합산 연 4000만 원으로 완화하고 지원액은 최대 80만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난임 부부 지원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난임시술비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난임휴가는 연 3일(유급 1일)에서 연 6일(유급 2일)로 늘린다. 또 냉동 난자를 사용할 때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이 입원 진료를 받을 경우엔 정부가 의료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사실상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셈이다. 한편 이번 정책의 또 다른 축인 ‘고령사회 대응책’으로는 ‘신노년층’에 맞는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 지원을 늘리고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을 2027년까지 5000호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저출산고령위는 이번 1차 회의를 바탕으로 향후 순차적으로 대책을 강구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출산율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릴지 구체적인 수치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건 단기간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닌 결혼·출산·양육에 친화적인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는 인식이 전반에 깔려 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망라된 저출산·고령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실효성 높은 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책 평가에도 내실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일회성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 기자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