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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구조견의 조건은 목표 달성할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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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견 ‘토백’과 함께하는 김철현 소방위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2016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8)과 비교할 때 약 1000배 강한 에너지를 방출했다. 지진은 ‘규모 1.0’이 증가할 때 에너지가 약 32배 커진다. 튀르키예는 이번 지진으로 약 5만 명이 사망하고 11만 5000명이 부상, 건물 7000채 이상이 붕괴됐다.
정부는 다음 날인 2월 7일 오전 긴급구호대(KDRT, 이하 1진 구호대) 파견을 결정했다. 1진 구호대는 2월 9일 오전 5시부터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6시 37분 70대 남성을 지진 현장에서 처음으로 구조했다.
구조에는 구조견 네 마리가 맹활약했다. 중앙119구조본부 산하 영남119특수구조대 소속 119구조견(이하 구조견) ▲토백(래브라도 리트리버, 2016년생) ▲토리(벨지안 말리노이즈, 2016년생) ▲해태(벨지안 말리노이즈, 2019년생)와 충청·강원119특수구조대 ▲티나(래브라도 리트리버, 2017년생)다. 구조견 ‘토백’은 발바닥에 상처를 입고도 붕대를 감은 채 구조 활동을 했다. 해태도 다리를 다쳤다. 붕대를 감고 수색하는 토백의 모습은 내외신을 통해 전파돼 화제가 됐다. 영하권 추위와 불안정한 치안에도 1진 구호대는 생존자 8명을 구조하고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지난 4월 5일 외교부는 역대 최단 시간 내 최대 규모로 파견됐던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구호대가 활동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붕대 투혼’으로 스타가 된 토백의 활약으로 구조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구조견은 어떻게 선발되고 누가 훈련을 시킬까? 구조견을 양성하는 중앙119구조본부 산하 119구조견교육대(대구 달성군)를 찾아 토백과 함께하는 핸들러 김철현 소방위를 만났다. 김 소방위에게 토백은 두 번째로 함께하는 구조견이다.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은 약 6만 5000명(2021년 기준). 이 중 구조견을 운용하는 소방 구조대원인 핸들러는 35명이다(2022년). 김 소방위는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6년간 복무한 뒤 2009년 소방관이 됐다. 대구 동부소방서, 경북 구미119화학센터, 중앙119구조본부에서 근무했다.



구조견 핸들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2015년, 2016년 두 차례 지원했다가 낙방하고 2018년에야 핸들러가 됐다. 구조견 핸들러는 특별한 보직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핸들러는 공석이 생겨야만 지원할 수 있다. 시기와 운, 실력이 모두 따라줘야 한다.

지난 3월 7일 1진 구호대가 구조견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주재 오찬에 초청됐다.
가문의 영광이다. 대통령을 만나는 게 흔치 않은 일이지 않나. 이날 행사에 초청받은 분은 모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갔다. 구호대원에 대한 환영뿐만 아니라 청와대 영빈관 1층에선 구조견을 위한 격려행사도 열렸다. 구조견이 시범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구조견이 시범을 보이자 놀라워하면서 고마워했다. 윤 대통령 내외가 일일이 구조견을 다 안아줬다. 핸들러에게는 좋은 말씀도 많이 해줬다. 구조견 시범을 추가로 더 보여달라고도 했다. 핸들러 입장에선 구조견이 관심받고 사랑받을 때 기분이 제일 좋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에 입양한 은퇴 안내견 새롬이도 데려와 함께 했다.

튀르키예에 파견된 구조견 네 마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발됐나?
중앙119구조본부에는 12마리가 출동할 수 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은 핸들러와 구조견의 건강이었다. 구조견은 입국을 위해 검역 서류도 필요하다. 미리 서류가 완벽히 준비된 구조견들을 두고 자체 심의를 해낸 뒤 선발했다.

구조견이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치나?
적합성 평가를 마친 12~24개월 미만 강아지를 민간에서 도입한다. 건강, 타고난 성품, 소유욕, 사회성, 활동성 등을 종합 평가해 매년 여섯마리가량 선발한다. 선발된 개는 ‘훈련견’이 된다. 훈련견은 전문 교관에게 2년간 교육받는다. 소유욕, 복종, 장애물 훈련, 헬기 탑승, 산악 및 재난 수색을 익힌다. 10마리 중 최종적으로 7~8마리가 구조견이 된다.

소유욕은 무엇을 의미하나?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다. 공으로 소유욕을 시험한다. 움직이는 공을 2분 이상 주시하며 쫓아다니고 덤벼야만 구조견이 될 수 있다. ‘에이, 그깟 공, 안 주면 말지’라는 생각을 하는 개는 구조견이 될 수 없다. 먹을 것에 대한 욕심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행동할 때 결과물(음식, 공 등)을 얻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 학습하며 발전할 수 있다.

구조견이 되지 못한 개는 어떻게 되나?
경찰이나 군, 관세청과 같은 공공기관에 우선 분양한다. 분양되지 못하면 민간에 입양된다.

구조견으로 활동하는 견종들의 특징이 있나?
구조견으로는 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 벨지안 말리노이즈가 활동하고 있다. 리트리버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사회성도 좋고 친화력도 뛰어나다. 셰퍼드와 말리노이즈는 호기심과 의욕이 엄청나다. 소유욕도 강해 얻고자 하는 것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토백은 실력이 출중하다고 들었다.
토백은 2020년 전국 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1위를 했다.



구조견 이름을 짓는 데 규칙이 있나?
두 음절 이름을 자음(ㄱ, ㄴ, ㄷ, ㄹ…) 순으로 짓는다. ‘토백’은 2017년(ㅌ)에 지은 이름이다. 올해는 ‘ㄱ’으로 시작하는 구조견(고고, 셰퍼드종)이 탄생했다.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직원들에게 구조견 이름을 공모하면 훈련견 담당 교관이 해당 훈련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달아준다.

구조견은 어떻게 지내나?
핸들러와 일과를 같이한다. 핸들러가 교대 근무를 하는 날이면 구조견은 24시간 출동 대기한다. 핸들러가 쉬면 구조견도 쉰다.

토백은 쉬는 날 어떻게 지내나?
계속 잔다. 화장실에 갈 때는 방사장에 풀어놓는다. 바람을 쐴 수 있도록 산책도 시켜준다.

구조견은 훈련이나 구조 활동을 놀이로 인식한다고 한다.
맞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다. 훈련이나 구조 활동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면 공이나 간식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이나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을 땐 어떻게 하나?
출동이 없을 땐 모의 구조 활동을 한다. 구조를 오랫동안 나가지 않으면 감을 잃고 구조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료들을 숨어 있게 한 후 토백에게 모의 구조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튀르키예에서도 토백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모의 구조 활동을 했다.



튀르키예에서 토백의 일과는 어땠나?
오전에 2시간, 오후에 3시간씩 수색을 했다. 사람 냄새가 나서 이곳저곳 찾아다녔는데 정작 사람을 구하거나 시신을 수습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토백이 흥미를 잃고는 많이 지쳤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구조견은 ‘냄새를 아무리 맡아도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코를 쓰지 않는다. 때문에 현지에서도 구호대원에게 “숨어달라”고 해서 토백이 구호대원을 찾도록 했다. ‘힘들지만 할 만하다, 계속 수색하다 보면 결국 찾게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구조 활동은 구조견에게 목줄을 채우고 강제로 끌고 다닌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조견에게 계속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토백의 특징이 있나?
핸들러에 대한 집중력, 친화력이 뛰어나 훈련 성과가 좋다. 토백은 ‘앉아’, ‘엎드려’, ‘서’, ‘먹어’, ‘앞으로’, ‘기다려’, ‘붙어’, ‘올라’, ‘따라와’ 등 15개가량 되는 명령어를 이해한다.

토백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뭔가?
먹는 걸 제일 좋아한다. 먹는 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공은 놀 때만 좋아한다.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른다거나 놀라게 하는 걸 싫어한다.

토백은 언제까지 구조견으로 활동하나?
지금 여섯 살인데 3년가량 남았다. 대게 아홉 살까지 구조견으로 지낸다. 토백을 이을 구조견이 있다면 2년 후 은퇴시켜 토백의 남은 생을 책임지고 싶다.

토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처럼 재미있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자”고 말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구조견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드린다. 소방청에서는 구조견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구조견이 아프면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구조견이 건강하게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가겠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경훈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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