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검정고무신’ 특별 조사 나선다

뿌리깊은 산업현장 불공정 계약 근절…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 재발 방지
문화체육관광부가 만화 ‘검정고무신’ 계약 관련 특별조사팀을 설치하고 전면 조사에 착수한다. 3월 28일 한국만화가협회는 고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계약이 불공정 계약으로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조사해달라고 문체부 ‘예술인 신문고’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관련 사건을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고 3월 30일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문체부 내 관계자 회의를 주재하고 “창작자들이 저작권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질 독소조항의 그물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우영 작가의 고통과 좌절, 비극이 이런 상황과 관련돼 있는지 정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사태 전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강력히 대처하라”고 말했다.
특별조사팀에는 예술인 권리보장·저작권·만화·출판 관련 부서 관계자가 참여하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공공기관 관계자, 변호사 등 전문가도 함께할 예정이다. 특별조사팀은 ‘검정고무신’ 계약 관련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2022년 9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불공정 계약 조건 강요 및 출연료 미지급(수익배분 거부·지연·제한) 등 불공정 행위를 비롯해 표현의 자유 침해, 성희롱·성폭력 피해 등 예술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조사를 통해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출판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필요한 경우 수사 의뢰까지 하게 된다. 불공정 계약 강요 사안이 발견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 상임위 통과
앞서 3월 29일에는 만화 ‘검정고무신’ 사건처럼 비극적인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화콘텐츠 산업 내 불공정 관행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체부는 이번 제정안을 ‘검정고무신 사태방지법’으로 명명하고 조속한 입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10대 금지행위는 ▲제작행위 방해 ▲문화상품 수령 거부 ▲납품 후 재작업 요구 ▲기술자료 정보제공 강요 ▲비용 전가 ▲자기 계열회사 상품과의 차별 취급 ▲특정 결제방식 강요 ▲현저히 낮은 대가 책정 ▲문화상품 사재기 ▲지식재산권 양도 강제 행위 등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문체부는 문화상품 사업자에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제정안은 앞으로 문화상품 유통 및 창작·제작 과정에서 상대적 약자인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도 정기적인 실태조사 실시와 전담기관 지정, 공정한 계약 체결 지원 등의 방안이 담겼다. 아울러 문화상품사업자 간 상생협력 등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민간의 자율적 노력도 적극 지원한다.

강정미 기자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