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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바꾼 예술 지역을 살린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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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베 다리 건너에서 바라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Eneko Muiño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스페인 최북단 도시 빌바오의 상징이자 글로벌 관광 명소다. 1980년대 말 도시 전체가 침체에 빠졌던 빌바오를 오늘날 도시재생 사업의 교과서로 화려하게 회생시킨 일등 공신이 다름 아닌 빌바오 구겐하임이다. 빌바오 구겐하임은 전통적인 의미의 미술관의 가치를 넘어 한 도시의 경제를 살린 원동력이자 도시재생 전문가들의 필수적인 교범(敎範)일 뿐 아니라 살아생전 누구나 한번은 방문하고픈 버킷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쇠락한 산업도시 빌바오가 문화중심 도시로 환골탈태한 근본 원인은 민관이 똘똘 뭉쳐 장기 프로젝트로 일관되게 추진한 빌바오 도시재생 사업이며 빌바오 구겐하임은 그 성취물 중 하나일 뿐이라는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의견도 만만찮다.
그런 점에서 몰락한 도시 빌바오의 극적인 부활을 의미하는 빌바오 효과와 미술관 하나가 도시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구겐하임 효과를 구분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의미를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미술관만 겨냥한 미시적 접근을 넘어 빌바오 도시 전체가 생태 공학적으로 새롭게 태어난 도시재생 사업을 거시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옆으로 난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 노선 ©jacme31

▶도시재생 사업 후 잘 정비된 네르비온 강변 모습 ©Niels Johannes│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철강·조선업 쇠락과 빌바오의 총체적 위기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란 말이 있다. 한 도시의 건축물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는데 모범적인 도시재생 사업의 교훈이 경제용어로 정착된 보기 드문 사례다. 도시는 스페인의 빌바오, 건축물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자치주인 비스카야주의 주도(州都)로 인구 35만여 명의 항구도시다. 빌바오는 1970년대까지 철강 조선업의 강자로 군림하며 한때 도시인구가 백만 명을 넘나드는 스페인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1980년 들어 우리나라 등 세계 철강업계 신흥세력의 부상으로 빌바오 경제는 급속한 침체기로 빠져들었다. 경쟁력이 무너진 빌바오의 제철소와 조선소가 잇따라 폐업하고 실직자가 폭증하면서 취업률이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와 홍수, 환경오염, 교통난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빌바오는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1980년대 말 반전이 일어난다. 바스크 자치정부와 비스카야주 정부, 빌바오시는 대대적인 도시재생 장기사업에 착수해 도로와 항만, 다리, 공항 등 빌바오의 사회기반 시설을 전면 재정비하고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가운데 1997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하면서 거짓말처럼 지역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에 성공했다.
존재감을 상실한 도시에서 일약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표준모델로 화려하게 부활한 빌바오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 도시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반도이바라 도시재생 사업 후 새롭게 들어선 녹지공간. 녹지공간 위로 빌바오 구겐하임이 보인다. ©Xabier 

문화중심 도시재생 사업과 장기 프로젝트
빌바오는 7개 지방으로 이뤄진 바스크 자치정부의 중심 도시로 비스카야주의 도청소재지다. 1300년 비스카야주의 자치도시로 독립했으며 18세기 스페인 식민지 무역을 통해 상업 도시로 번성했다. 산업혁명 이후 광산개발의 호재로 철강·조선업의 강자로 부상하며 20세기 들어 스페인 제1의 공업도시, 산업도시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까지 빌바오 경제를 떠받치던 중공업의 양대 축, 철강 조선업이 무너지며 빌바오는 도시경제가 마비됐다. 실업률이 35%까지 치솟고 도시인구와 기업의 외지 이탈 현상이 심화하는가 하면 1983년에 도시를 덮친 대홍수와 산업폐기물로 인한 수질 오염과 전염병의 확산, 도심 교통 정체현상에 더해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등 정치적인 불안감까지 쓰나미로 밀려오면서 도시가 존폐기로에 몰렸다.
궁즉통(窮則通), 절박하면 길이 보인다고 했던가.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전방위적으로 위기에 빠진 빌바오 회생 작전이 시작됐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범빌바오 차원에서 25년 장기계획으로 단계별 종합전략을 수립한 가운데 정책발굴 조직과 사업 실행조직을 구성해 진행됐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협력단체인 ‘빌바오 메트로폴리 30’에서 도시 비전과 다양한 전략을 구상했으며 중앙정부와 바스크 자치정부, 빌바오시 당국과 빌바오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빌바오 리아 2000’에서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해나갔다. 도시 비전은 기존의 산업 중심에서 문화중심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전면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장 성공적인 도시 재개발 모범사례
실행 방안으로는 먼저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하철과 공항, 다리,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또 네르비온 강변 아반도이바라(Abandoibarra) 일대의 항만시설과 공장들을 이전하고 산책로 신설과 수질 개선, 공원 등 녹지공간 조성을 통한 환경 생태계 복원, 대학 캠퍼스, 도서관, 놀이터, 콘서트홀 등 문화 및 교육시설 유치, 대형 복합쇼핑몰 신축과 보행자 전용 공간의 확충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생활 편의성을 도모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갔다. 아울러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해 오래전 운행 중단된 도로 위 레일 전차인 트램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공업도시에서 글로벌 문화도시로 변신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어 경제를 회생시키는 견인차가 됐기 때문이다.
도시 생태계를 이룰 제반 시설들을 친환경적이면서 시민 친화적으로 설계한 가운데 금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찬사받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함으로써 빌바오는 주거, 업무, 상업, 교육, 문화시설을 모두 갖춘 가장 성공적인 도시 재개발의 모범사례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삶의 질 향상과 주거환경 개선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 효과 제고에서 파생되는 소득과 소비, 투자의 선순환은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고 재정건전성에 기반한 물적 토대는 장기적으로 고예산이 소요되는 사회기반시설 및 환경·생활편의 인프라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버팀목이다.
여기에 더해 편안한 휴식을 통한 삶의 의욕 고양과 영혼을 정화하는 문화적 자긍심을 충족시키는 문화예술 콘텐츠까지 뒷받침될 때 인간다운 삶의 필요충분조건은 완성된다. 1980년대 말에 시동을 걸어 20년 넘게 꾸준하게 가동한 도시재생 사업의 결과, 빌바오가 그렇게 환골탈태했다.

▶2011년 빌바오 구겐하임 인근에 완공된 높이 165m의 이베르드롤라타워. 스페인 전력 회사 사옥으로 빌바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Naotake Murayama from San Francisco│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달라진 빌바오와 세계적인 문화도시
빌바오 시민들에게 네르비온 강은 식수의 근원이자 생활용수의 공급처다. 오염된 강의 수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화시설 설치, 강변을 따라 이어진 쾌적한 산책로와 공원 조성, 보행자 다리 건설 등으로 네르비온 강이 되살아났고 철강 조선업의 쇠락으로 흉물로 변해버린 공공시설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학 캠퍼스와 공공도서관, 대형쇼핑몰, 공항, 지하철, 트램 등 도시 곳곳에 들어선 교육, 생활, 교통시설은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고 시민들의 편의성과 주거 의식 만족도를 몰라보게 변화시켰다.
마지막으로 빌바오 도시 재개발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예술이 도시를 바꾼다’, ‘미술관 하나가 지역 경제를 살린다’라는 말은 빌바오 구겐하임에서 비롯됐다. 빌바오 구겐하임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수많은 실행 방안 중 하나로 기획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도시 비전의 방향과 색깔을 좌우할 지렛대로 미술관 유치가 설정됐다는 점, 그 결과 21세기 도시재생의 길잡이로 조명받고 있다는 점, 빌바오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는 점, 도시인구의 세 배와 맞먹는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해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들어 지역경제를 단숨에 회생시켰다는 점, 결론적으로 미술관의 문화산업 가능성을 확인시킨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파리와 루브르 박물관의 관계처럼 빌바오 하면 이제 빌바오 구겐하임을 떠올리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이어지는 편에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탄생 배경과 유치작전, 성공 비결과 경제적 가치 등을 소개한다.

박인권 문화 칼럼니스트_ PIK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전 문화레저부 부장과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팀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 미술 연구용역 보고서 ‘미술관 건립·운영 매뉴얼’ ‘미술관 마케팅 백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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