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4개월 만에 무기 도착 빨리! 빨리! 한국 최고 2차 구매 40조 원 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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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
2022년 대한민국은 역대 최대 방산 수출(계약 금액 173억 달러, 한화 약 22조 5000억 원, 환율 1300원 기준)을 기록했다. 2021년(70억 달러)과 비교해 2.42배 늘었다. K-방산의 대선전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큰손’ 폴란드가 큰 역할을 했다. 2022년 2월 24일 옆 나라 우크라이나가 침공받는 모습을 지켜본 폴란드는 서둘러 한국산 무기를 대규모로 도입하기로 했다. 2022년 폴란드와 우리 방산기업이 체결한 금액은 124억 달러(한화 약 16조 1000억 원)다. 이는 2022년 전체 방산 수출액의 71.6%에 해당한다.
폴란드가 도입한 한국산 무기는 대표적으로 K2 전차 180대(1차), K-9 자주포 670문, FA-50 경공격기 48대, K239 다연장로켓포(천무) 288문이다.
한반도 세 배 크기의 곡창지대인 폴란드는 ‘서방의 관문이자 동방의 통로’다. 독일은 동방정책, 러시아(소련)는 서방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폴란드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지정학적 숙명 때문에 폴란드는 과거 주변국에 여러 차례 분할 점령되는 고난을 겪었다.
강대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표방한 폴란드는 1932년과 1934년 각각 소련·독일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1939년 스탈린과 히틀러는 불가침조약을 깨고 연합해 폴란드를 침공한 뒤 동서로 나눠 점령했다.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니다. 폴란드는 지금 준전시 상태다.
한국 생활 9년 차 학자 출신 달변가
한국에서 폴란드를 대표해 활약하는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를 만났다. 2017년 9월에 주한 폴란드 대사로 부임해 5년 5개월 차다. 대사 부임 전에는 바르샤바경제대학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국제관계를 연구했다. 2008년부터 3년간 경북대 초빙교수로 한국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달변가다. 하나를 물으면 보통 10분 이상 답했다. 질문 서른 개를 준비해 여섯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시간 부족으로 답변은 열 개가량만 들을 수 있었다.
2022년 12월 6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폴란드 최북단 그디니아항에서 열린 ‘K2 흑표 전차(탱크)·K-9 자주포 입하식’에 직접 참석했다. 폴란드 현지에 K-방산을 대대적으로 알린 날이다. 두다 대통령은 탱크와 자주포 앞에 서서 “현대 무기로 무장한 폴란드의 용맹한 군인들만이 폴란드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두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항구에 직접 나가 한국산 무기를 맞이한 이유는?
“폴란드 정부와 국민이 무기를 신속하게 공급해준 대한민국 정부와 방위산업체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국빈 방문해도 대통령이 공항에 마중을 나가지 않는다. 동시에 러시아의 야욕을 고발하고 폴란드의 위기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두다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산 무기의 초도 물량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데 대해 놀라워했다고 한다.”
예상보다 빨랐다는 게 무슨 말인가?
“2022년 8월 말에 1차 무기 구매를 계약했고 4개월 만에 폴란드 항구에 한국산 무기가 도착했다. 무척 신속한 인도다. 통상적으로 무기 계약을 체결한 후 공급까지는 3~4년이 걸린다고 들었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의 비상사태를 잘 이해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준 덕분이다.”
폴란드에서 열린 입하식에 참석했나?
“나는 그때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K2 생산 공장에 있었다. 폴란드 군인과 함께 방문했다. 전차를 본 우리 군인들은 이 탱크가 폴란드 무기가 된다는 생각에 흥분하고 들떠 있었다. 이날은 내 인생에서 소중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독일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 무기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산 무기는 우수한 품질에 가격 조건도 좋다. 결정적으로 한국은 폴란드에 무기를 즉시 수출할 수 있었다. ‘빨리, 빨리’다. 또 한국 방산업체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 이전과 현지 공동생산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체가 폴란드의 요구사항을 존중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 것은 좋은 선택인가?
“내가 (무기를 실제 사용하는) 군인은 아니지만 폴란드 정부가 굉장히 옳은 결정을 했다고 본다. 나는 (조국의) 역사적인 무기 구매를 중개하는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 또 한국인들에게는 ‘한국산 무기에 대해 기술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이 폴란드에 판매하는 무기 수출 규모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양국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폴란드의 1차 구매 액수는 124억 달러(약 16조 1000억 원)다. 구매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면 한국 방산업체의 폴란드 수출 규모는 400억 달러(약 52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는 2014년 K-9 차체 120대를 수입해 폴란드형 자주포 ‘AHS 크라프(Krab)’를 만들었다.
“맞다. 우크라이나에 수출도 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우크라이나에 AHS 크라프 18문을 지원했다. 2022년 6월에는 AHS 크라프 60문을 우크라이나에 수출(7억 달러)했다. 이는 최근 20년간 폴란드가 올린 최고 방산 수출액이다.”
폴란드는 K-9 차체를 수입하기에 앞서 자주포를 자체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국에서 생산한 차체는 사격 시 반동이 심했고 사격 후에는 차체에 균열도 생겼다. 이에 기술력이 뛰어난 K-9 차체를 수입한 뒤 그 위에 포탑을 올려 폴란드형 자주포 AHS 크라프를 만들었다.
한국 방산업체와 폴란드 방산업체 간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나?
“한국 방산업체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와 기술제휴를 통해 폴란드 현지에서 무기를 공동 생산할 계획이다.”
AHS 크라프처럼 한국과 폴란드가 협력해 무기를 제3국에 수출할 수도 있나?
“공동 생산한 무기를 유럽이나 제3국에 공동 판매할 계획도 있다. 다른 북유럽이나 동유럽 국가들도 방위력 증강을 위해 무기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폴란드와 한국의 방위산업이 협력을 넓혀갈 분야가 많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우크라이나 다음이 폴란드가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이렇게 밝혔다.
“폴란드는 푸틴의 러시아와 마주하고 있고 한국은 독재자 김정은과 마주하고 있다. 사악하고 잔인한 만행이 폴란드와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우리 두 나라는 이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가치동맹을 맺어야 한다.”
폴란드는 원전을 건설해 에너지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폴란드 내륙의 중심 지역인 퐁트누프에 만들어질 원자력 단지에 한국형 원자력 발전 기술을 도입할 계획을 하고 있다. 2022년 10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 민간 전력회사인 ‘ZE PAK’, 국영 회사 ‘PGE’는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며 “내륙에 건설하는 원전이기에 안전에 대한 철저한 기술 보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폴란드 정부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형 원전 모델을 선택했다”고 했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바르샤바에 있는 내 집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삼성 폴란드 본부 건물이 보인다. 집 근처에 즐겨 찾는 한국 식당에 가면 한국 회사 직원이 많이 온다”며 “서울 식당에서 5000원에 파는 소주가 바르샤바 한국 식당에서는 2만 5000원이나 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폴란드 대사로서, 또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역사학자로서 한국과 폴란드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 교량 역할을 계속해가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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