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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죽음 겪으며 성공만 좆던 삶 반성 고독사는 모두의 문제 이웃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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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교육 앞장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
지난 8월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8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랜만에 A씨의 집을 찾은 자녀가 시신을 발견했을 땐 이미 A씨가 사망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난 뒤였다. A씨와 자녀의 연락은 일 년에 한두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6월에는 부산의 한 원룸형 빌라에서 2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세 기간이 끝나 집주인이 찾아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B씨의 친척을 통해 집주인이 강제로 문을 열어 발견했을 때는 부패가 심하게 진행돼 있었다.
죽어서도 외로운, 고독사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2021년 3378명에서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다 자살·병사 등으로 숨을 거두는 것을 말한다. 가족이나 친척, 이웃으로부터 빠르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몇 주, 몇 달이 지난 뒤 부패된 상태로 발견되는 일도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이런 쓸쓸한 죽음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고독사 위험군’이 약 152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3%, 1인가구의 21.3%에 해당한다. 이에 정부는 고독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2023년 5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내놨다. 정부가 고독사 예방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한 건 처음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고독사 실태파악을 실시해 위험군을 찾아내고 연령에 맞는 건강관리·취업·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과는 별개로 쓸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선 고독사를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김석중(55)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매번 고독사 예방 교육을 할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최초 유품정리사이자 장례지도사로 2009년 고독사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했고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고독사 예방 교육과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 약속을 한 10월 22일에도 김 대표는 서울 중랑구 중랑구청에서 지역 주민과 사회복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고독사 예방 교육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지금까지 저에게 고독사 예방 교육을 받은 분들만 1만 명 가까이 됩니다. 이분들이 고독사에 관심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고 고독사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엄청난 나비효과가 생기지 않을까요?”

국내 최초의 유품정리사로 알려져 있다.
회사원을 거쳐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이었다. 2006년 가족처럼 지내던 직원이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성공을 위해 달리기만 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보람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때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일본의 유품정리 회사인 ‘키퍼스’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한국에는 유품정리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회사가 없었다. ‘이런 일을 하는 회사도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누군가의 죽음을 끝까지 책임지는 회사의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가 요시다 다이치 키퍼스 대표를 무작정 찾아가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3년간 일본을 오가며 연수를 마친 김 대표는 2010년 한국 최초의 유품정리 업체 ‘키퍼스코리아’를 세웠다. 그는 당시만 해도 생소한 유품정리사로 시작해 현재는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장례행정복지과 외래교수, 부산시사회보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고독사 예방 실무협의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은 고독사 문제가 우리보다 더 심각하지 않나?
일본에서 일을 배우면서 고독사의 심각성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했다. 일본은 우리에 비해 훨씬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고독사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실제 일본에서 경험한 유품정리 현장은 30% 이상 고독사였다.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가 머지않아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됐고 심각한 문제가 됐다.

고독사 예방 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고독사를 마주하면서 이러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사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기 위해선 고독사가 무엇인지, 그 원인과 현실, 대책과 개선 방안 등을 알아야 한다. 전국을 다니며 일반 시민부터 사회복지 종사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고독사 예방 교육과 강연을 시작한 이유다.

고독사가 증가하는 원인은?
고독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사회적 고립이다. 사회적 고립은 가족, 친구, 이웃 등과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를 말한다. 1인가구, 독거노인, 경제적 취약 계층, 정신질환자 등 다양한 유형의 고립 가구에서 나타날 수 있다. 사회구조와 가족 형태의 변화, 경제적 어려움, 정신건강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고립 상태가 지속되고 경제활동 참여나 사회적 관계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면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청년 고독사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고독사 문제는 노년층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20~30대 고독사 사망자도 매년 늘고 있다. 청년 고독사의 경우 다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다. 20~30대는 취업 실패나 사회적 관계 실패 등으로 좌절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점점 고립돼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의 문제만도 아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라도 가족, 사회와 단절되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은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계층은 오히려 사회에 손을 내밀지도 않고 사회에서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을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연령별·성별·지역별 등으로 고독사의 다양한 실태를 살펴야 한다. 이전 자료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디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고독사로 인해 어떤 피해가 있나?
고독사는 엄청난 피해를 유발한다. 부패된 채 발견된 시신은 고인의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 임대인 등 최초 발견(신고)자들에게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라고 한다. 트라우마는 심각한 외상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로 마음에 큰 충격을 주는 경험을 말한다. 이런 트라우마는 현장에서 시신 수습 과정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신적 영향을 미친다.

물적 피해도 클 것 같다.
고독사는 흔적을 남긴다. 고독사가 발생한 집안에는 시신 썩을 때 발생하는 냄새가 밴다. 집안의 벽지와 장판을 모두 걷어내야 한다. 콘크리트에 스며든 혈흔도 쉽게 제거하기 힘들다. 시신이 부패하며 생긴 벌레가 옆집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세균이 번식하기도 한다. 모든 흔적을 지우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로 인해 임대인은 나이 들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과 임대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등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고독사를 예방하려면?
고독사는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고 전수조사가 이뤄지면서 부패된 시신이 발견되는 사례가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과 지역 공동체가 필요하다. 화재 사고를 생각해보자. 불이 나면 인명 피해나 물적 피해가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 안전 교육을 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집이나 사무실 곳곳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지역에선 의용 소방대가 조직돼 활동한다. 고독사도 이렇게 곳곳에 안전망을 설치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인식을 제고해나가야 한다.

고독사를 막기 위한 안전망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넘어져 다쳤을 때 우리는 보건실로 달려간다. 보건교사는 상처를 보고 보건실에서 치료를 할지, 병원으로 가야 할지 알려준다. 누구나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고 간단한 상처는 곧바로 치료해주며 더 큰 상처는 치료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보건실 같은 역할을 하는 사회적·심리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강연 때마다 ‘고독사 유가족이 되지 말라’고 힘줘 말한다. 고독사 사망자 최초 발견자 중에는 가족이 많다. 이로 인해 죄책감을 갖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자주 연락을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대인에게는 월세만 받을 게 아니라 세입자 관리도 열심히 하라고 한다. 주변 이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이웃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관계기관에 알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고독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 경쟁만 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을 갖지 않고 살다보니 고독사라는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강연을 마칠 때마다 외치는 구호가 있다. “나부터! 지금부터! 가까운 곳부터!” 지금부터라도 나와 주위를 돌아본다면 쓸쓸한 죽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강정미 기자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2027년까지 고독사 20% 줄인다
생애주기별 맞춤지원 ‘약자복지 실현’



정부는 2023년 5월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고독사 예방 최초의 기본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통해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를 1.06명(2021년 기준)에서 0.85명으로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고독사를 막기 위한 체계적이고 촘촘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험군 발굴부터 상담·조사, 서비스 연계·지원, 모니터링 등 고독사 예방·관리의 전 단계를 포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고독사 위험군을 찾아내는 것부터 강화하기로 했다. 이·통·반장 등 지역 주민이나 부동산중개업소 같은 지역밀착형 상점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생명 지킴이)’로 양성하고 다세대주택, 고시원 밀집 지역 등 고독사 취약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를 강화한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과 연계해 고독사 위험군을 찾아낼 수 있게 발굴 모형을 만들고 위험 정도를 판단할 체크리스트도 개발한다. 고독사 실태파악 주기는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이렇게 찾아낸 고독사 위험군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사회 등과의 ‘연결’을 강화한다.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과 모임을 지원하고 심리적 안정 지원과 응급상황 감지를 위해 정보통신기술도 활용한다.
청년과 중장년, 노인 등 생애주기에 따라 건강·취업 등 위기요인 해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집중 연계해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립·은둔청년에게는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취업 지원 및 직무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식이다. 고독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장년 위험군의 경우 사회참여 유도와 더불어 평생교육·재취업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돌봄·정서 등 생활지원 서비스를 신설한다. 노인에게는 맞춤돌봄서비스 종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역 내 노인 간 상호돌봄을 위한 ‘노노케어’ 등도 강화한다.
아울러 자신의 장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신 인수자가 없는 고독사 사망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빈소를 마련하는 공영장례를 확대한다.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으로 한정된 장례주관자를 고인이 생전에 지정한 친구·이웃·사회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또 고독사 시신 발견·수습 과정에서 유가족·주변인이 겪는 정신적 외상에 대한 심리안정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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