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가도 달려 재즈에 취하고 멈춘 기차에서 시간여행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음악역1939
주소 | 경기 가평군 가평읍 대곡리 174-3
문의 | (031)580-4324
경기 가평군 음악역1939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 터치하면 원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지만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혼자 떠나는 음악 여행은 전혀 다른 매력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처럼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까지는 아니더라도 특별한 음악에 빠져볼 만한 곳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 문화매력 100선 ‘로컬100’ 지역 문화유산 중 하나인 경기 가평군 ‘음악역1939’가 그곳이다.
옛 경춘선 가평역의 ‘환생’
“여기 어디쯤이었던 건 맞는 것 같은데 전혀 몰라보게 변했네!”
10월 3일 가족과 함께 음악역1939를 찾은 한 중년 남성이 주변 풍경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말했다. 남성은 야외 공원에 전시된 낡은 무궁화호 열차를 발견하고서야 반가운 표정으로 “그래, 맞아! 이 기차였어. 우리 대학 시절에는 말이야~”라며 청춘의 추억 보따리를 하나둘 풀었다.
7080세대는 물론이고 199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경춘선은 청춘과 낭만의 상징 그 자체였다. 구간에 따라 몇백 원에서 몇천 원 안팎의 기차표 한 장이면 도심을 벗어나 창밖으로 펼쳐지는 전원 풍경에 힐링하고 청평·가평·대성리·강촌역에 내려 해방감을 맛보는 게 유일한 낙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새로 놓인 철로를 따라 수도권 전철과 ‘ITX-청춘’ 등이 수시로 오가지만 중장년층에게 옛 경춘선은 청춘을 싣고 오가던 대체 불가능의 철로였다.
옛 경춘선 폐역들이 그렇듯 이 철로에 묵직하게 자리하던 옛 가평역도 2010년 폐역 후 한동안 방치돼 있었다.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경춘가도를 차로 오가던 이들에게도 씁쓸함을 안겨 줬던 옛 가평역은 2018년 12월 가평 뮤직 빌리지 ‘음악역1939’로 재탄생했다. 옛 가평역 부지 3만 7257㎡ 규모로 2014년 경기도 창조오디션 대상 수상을 통해 확보된 400여억 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꾸민 음악 중심의 문화공간이다. 역사(驛舍)를 되살려 심폐소생시키는 대신 옛 가평역 부지를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모습의 ‘환생’을 택했다. 이름에 붙은 숫자 ‘1939’는 옛 가평역이 문 연 해를 의미한다. 개관 후 음악과 예술을 테마로 가평군민들과 함께하는 음악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전시를 진행하고 각 건물은 극장 및 대관 시설, 공연 연습실, 레지던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중음악과 함께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재즈앙상블 및 클래식음악가들의 공연, 오케스트라와 유명 아티스트들의 연주회, 마술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365일 음악이 흐르는 음악 마을
경춘가도를 신나게 달려 음악역1939에 닿으면 상징물인 대형 콘트라베이스 조형물부터 만날 수 있다. 주변으로 잘 꾸며놓은 공원은 주민들의 산책로이기도 하다. 콘트라베이스 뒤편으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인 M스테이션은 개봉작을 상영하는 극장인 ‘1939시네마’를 비롯해 300석 규모의 공연장 ‘뮤직홀’, 북카페, 세미나실 등이 들어서 있다. 작은 영화관인 1939시네마는 개봉작 관람료가 2D 7000원, 3D 9000원으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가평군민들이 주 이용객이지만 여행객이나 영화 동호인들도 알음알음 찾고 있다고.
3층엔 악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교육체험실과 전시실, 멀티미디어실이 자리한다. 드럼과 피아노부터 음악을 믹싱하는 전문 장비를 갖춘 교육체험실은 아이들이, 조도가 낮은 공간의 안락한 소파에 편히 앉아 LP를 감상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실은 어른들이 좋아한다. 오직 음악 감상만을 위해 꾸민 공간이어서 아카이빙음원, 재즈페스티벌 공연 실황 등도 집중해 감상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다.
전시실은 대관 전시가 있을 경우 해당 전시를, 평소엔 글로벌 음악 축제가 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공연 사진을 전시한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찾았던 역대 재즈 거장들의 생생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하다. 음악역1939 일대는 연중 개방하나 1939시네마와 북카페를 제외하고 M스테이션의 내부 시설들은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일몰 후엔 M스테이션 건물 외벽이 스크린으로 변신해 미디어파사드쇼(동절기 오후 7~9시)가 펼쳐진다.
M스테이션과 나란히 있는 S스테이션은 녹음실, 믹스룸, 편집실로 구성돼 있는 스튜디오다. 록밴드 ‘비틀스’의 녹음실로 유명한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포함한 전 세계 유명 녹음실 300여 개를 만든 음향 건축의 대가 샘 도요시마가 설계한 공간이다. 특히 국내 아날로그 녹음 시스템으로는 최고 수준의 콘솔과 장비 등이 마련돼 있다. 개인 음반뿐 아니라 대규모 오케스트라 녹음까지 가능하게 설계됐다. “수준급 믹싱 장비를 활용할 수 있어 역량 있는 음악가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녹음이 가능하도록 꾸몄다”는 게 가평군의 설명이다. 그 옆 T스테이션은 연습실이다. 개인 연습부터 합주 연습, 대형 콘서트 리허설까지 가능하다. 대규모 공연을 준비하거나 장기간 행사를 진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레지던스인 뮤즈빌까지 있어 음악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멈춘 무궁화호에는 추억이 가득
평상시 일반인들이 공식적으로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는 개방 공간은 M스테이션뿐이지만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부속시설을 돌아볼 수 있다. 10월 7일 군민의 날을 맞아 시끌벅적 한바탕 축하 공연이 열렸던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어린이 음악놀이터, 시간여행 거리열차 등이 있다. ‘청량리-남춘천’이라고 쓰인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한 시간여행 거리열차에 들어서면 아련한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가평역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귀, 추억의 ‘강변가요제’ 레코드판 등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시간여행 거리열차에선 10월 26일까지 둘째·넷째 토요일 오후 5~6시에 ‘기차 타고 떠나는 청춘 시간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멈춘 기차가 타임머신이 돼 1970년대 가평의 그 시절 청년 문화로 안내한다. ‘옛 추억을 담아 내 손으로 만든 도자기에 새기는 따뜻한 한마디’, ‘복고풍 의상 입고 인증샷 찍기’, ‘복고풍 게임하기’ 등 복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예약은 가평군청 누리집(gp.go.kr)에서 할 수 있다.
박근희 객원기자
박스기사
또 다른 로컬100 문화역서울284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도 문화체육관광부의 ‘로컬100’ 중 지역 문화유산에 선정됐다. 함께 이름을 올린 옛 경춘선 노선의 가평 ‘음악역1939’, 노원구 ‘화랑대철도공원’과 함께 로컬100 가을 기차역 여행을 테마로 이어가볼 만하다.
문화역서울284는 1925년 경성역으로 문을 열어 해방 후 오랫동안 서울역사로 쓰였던 곳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2004년 옛 서울역사가 폐쇄된 후 2009년부터 2년 동안 원형 복원을 통해 100년 전 역사 내부를 재현해놨다. 전시실로 변신한 1~3등 대합실부터 오늘날 ‘여성 전용 대합실’에 해당하는 ‘부인대합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당이었던 ‘그릴’, 복원전시실 등을 둘러보며 옛 서울역의 역사와 복원 건축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문화역서울284 누리집에서 ‘100년의 시간 여행’ 공간 투어를 신청하면 공간 전문 해설사와 함께 더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10월 19~20일 양일간은 가온건축 임형남 소장과 서울시 명예시민 대표인 아마도바 라힐이 해설사로 나서 ‘2024 공간 투어 특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자세한 사항은 문화역서울284 누리집(www.seoul284.org)을 참조하면 된다.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