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계기도 없는데 모든 것이 ‘무의미’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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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든 게 무의미합니다. 일도, 인간관계도,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재미가 없습니다. 그럴 만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루 종일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회사 일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시달리다보니 어떤 노력을 해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마음을 다해도 사소한 오해 하나로 하루아침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많고, 어렵게 일궈낸 목표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하는 시시포스의 삶이 반복될 뿐이니까요. 재미를 찾기 위해 취미생활에 몰두해봤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습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애를 쓰면 쓸수록 공허하고 허무한 마음이 듭니다. 마음이 이렇다보니 매사에 활력도 없고 열정도 사라져갑니다. 모든 게 무의미해지는 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김지은·가명, 42)
A. 요즘 들어 지은 님 또래 분들에게 유독 무의미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심지어 무의미를 줄인 ‘무미’를 별명으로 가지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왜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지 충분히 공감하게 됩니다. 그들의 하루는 이른 아침에 시작됩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도 먹지 못한 채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시달리며 출근하지요. 회사에는 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매일같이 업데이트됩니다. 바쁠 때는 화장실에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업무를 볼 때도 있습니다. 주말에도 밀린 일을 집에서 처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업무가 많지 않을 때도 편히 쉬지 못합니다. 상사들 눈치 보느라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마음의 안정이나 만족감 같은 정서적 보상이 따르지도 않지요. 이런 일상을 십수 년 동안 반복하다 보면 내 삶이 무의미해보이는 삭막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건조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세상은 하나의 큰 의미 덩어리였습니다. 우리는 늘 호기심과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만족할 줄 아는 순수함이 마음속에 넘쳐났죠. 그런 호기심과 순수함이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수많은 경쟁과 시험에 내몰리며 나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는 상대적 비교를 경험하게 됩니다. 또는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기대가 꺾이고 위축되고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과정을 겪게 되죠. 안타까운 점은 마음이 상처받고 힘들어도 주위를 둘러보고 내면을 차분히 성찰할 여유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라진 의미를 회복할 만한 시간이 없는 거죠. 이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 지은 님의 경우처럼 삶이 무의미해보이는 시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무의미에 빠지지 않게 하는 두 가지 기준의 의미
그렇다고 허무감에 빠져 무기력하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기가 찾아왔을 때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의미 있다고 판단할 때는 두 가지 기준을 염두에 둡니다.
첫 번째 기준은 재미나 흥미, 성취감이나 만족감 같은 감각적 기준에 의해 규정되는 의미입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무언가 몰입할 수 있는 목표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관적 감각을 통해 규정되는 의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실패와 상실 때문일 수도 있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익숙함에 길들여져 더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감각을 넘어선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가치에 대한 성찰로 규정되는 의미입니다. 장난감에 비유하면 어린 시절 장난감은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도구로서의 의미를 갖지만 어른이 되면 유년 시절의 기억과 동심을 담고 있는 추억이라는 뜻을 갖게 됩니다. 장난감이 즐거움을 주지 않지만 과거를 추억함으로써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정서적 연속성을 확인하며 마음에 안정감과 위안을 느끼게 하는 가치를 갖게 되는 거죠. 이런 식의 의미 부여가 가능해질 때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무의미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단편적인 현상이나 사건 자체만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일어날 전체적인 삶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의의를 떠올리게 되는 거죠. 예를 들면 시험에 떨어지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때, 친한 친구와 관계가 틀어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당했을 때 무기력해지거나 위축되기보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숨겨진 뜻이 있겠지’라고 사건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을 위로할 수 있게 됩니다.
지은 님, 지금 이런 무의미의 시기를 내면이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무의미를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 더 대단하고 놀라운 사건을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일상에 대해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안목을 키워보세요.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의미를 만들어갈 때 어린 시절처럼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의미로 가득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luing) 대표이자 ‘신기율의 마음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독자 여러분의 상담 신청을 받습니다. 신청은 giyultv@gmail.com으로 보내면 됩니다. 채택된 사연은 ‘신기율의 마음 상담소’ 지면을 통해 상담해드립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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