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무용수의 자유로운 몸짓과 함께 진짜 예술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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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라라미댄스페스티발 이미희 예술감독
한국장애인무용협회가 주최하는 2024 라라미댄스페스티발이 ‘경계 없는 모두의 춤, 경계 넘는 생태의 춤’을 주제로 서울과 충남 공주시에서 개최된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10월 19~20일 양일간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이후 공주에서 진행될 공연은 10월 27일 하루 공주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라라미댄스페스티발은 장애인의 문화 향유 기회 및 예술 접근성을 확대하고 장애인의 이해도 증진과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자 2020년 시작된 장애인 특성화 축제다. 5주년이 된 올해는 그동안 라라미댄스페스티발에 참여했던 장애인 예술가 및 예술단체들의 발전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장애인 춤 생태계의 주역들도 함께할 예정이다.
서울 공연을 며칠 앞둔 10월 15일 오후 이미희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대학원 통합예술학과) 교수를 만났다. 라라미댄스페스티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축제의 모든 여정을 함께해왔다. 청각장애인 무용수를 발굴해 전문 무용수와 함께 장애인 기관에서 공연활동을 하는 등 장애인 인식 개선 및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다섯 번째 공연을 앞둔 그는 뜻이 맞는 사람 서너 명이 모여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진짜 장애인을 사랑하는 마음과 좋은 분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며 몸을 낮췄다.
5주년이라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축제를 이어오는 동안 성장한 팀이 많다. 무용수의 개인적인 기량이 많이 늘기도 했고 규모가 커진 장애인 무용 단체들도 많아졌다. 모두 한국 장애인 무용계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매년 주제를 달리 해왔는데 올해는 5주년을 맞아 콘텐츠와 레퍼토리가 확실한 이들을 주축으로 팀을 구성했다.
서울과 공주에서 각각 치르는 이유가 있나?
라라미댄스페스티발은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 축제다. 첫 3년은 서울에서 중심을 잡았다. 노원구, 강동구, 성동구 등 장애인 시설이 있는 공연장을 물색해서 진행했다. 상생을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도 무대에 올렸다. 2023년에는 대구에서 제법 규모가 있게 진행했고 올해는 서울과 공주에서 9개 팀이 진행하게 됐다. 장소는 열려 있다. 현재 부산과 제주 지역에서 준비하고 있고 강원·전라 지역에서도 문의가 온다. 우리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누구든 제안해주면 좋겠다.
장애인 무용에는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됐나?
개인적으로는 청각장애인 제자 덕분이다. 그 친구가 무대에 서길 바라면서 인연이 깊어졌다.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인데 거꾸로 내가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장애인 무용 교육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아 나서는 것이 민망했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장애의 유형이 다양한데 한 무대에서 공연이 가능한가?
생각보다 장애인 무용 인구가 많지 않다. 시각·청각장애인만 대상으로 하기에는 무용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어서 발달장애로 무대를 넓혔다. 무용 팀마다 특성에 맞는 무대를 올리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인은 그들에게 맞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신경 쓴 것은 음악이다. 컨디션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장애인 무용수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려면 음악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해줄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해마다 다양한 음악단체들이 협연에 참여해주고 있다.
장애인 무용수들은 어떤 개성이 있나?
그들에게 많이 배운다. 진입장벽은 높지만 무용이 몸의 불편함을 개선시킬 수 있는 예술이라는 걸 알고 노력하는 그들의 열정은 따라갈 수 없다. 그들은 굉장히 예민하고 관찰 능력도 뛰어나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진정한 예술인이라고 생각한다.
연습은 어떻게 이뤄지나?
연습하는 장면을 보면 감동적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느껴진다. 간혹 장애인 무용수가 공연 도중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연습 과정을 통해 그런 상황에 모두가 훈련이 돼 있다. 춤은 자유롭게 춰야 하는 것이다. 개개인마다 여건이 다르지만 본인이 스스로 리듬을 만들 수 있도록 훈련이 이뤄진다.
축제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관객 반응 등이 궁금하다.
관객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해야 하는 축제다. 하지 않으면 이들이 설 자리가 없으니까. 장애인 무용은 일반 예술 공연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오랜 훈련을 거쳐야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되니 레퍼토리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고 이것은 관객 수를 다양하게 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풀어줘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장애인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서로 이해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우리 문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교육 현장은 아직 안 바뀐 것 같다.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무용뿐 아니라 장애인이 하는 다양한 문화 공연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학교 교육도 진행됐으면 좋겠다.
예술감독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축제 당일 공연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마음이 모두 사라진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모습이 너무 순수하다. 예술적 감각을 가진 친구들이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을 보면 예술의 순수성은 물론 인간 정화 기능까지 느낀다. 관객으로서 힐링된다. 그런 순간들이 5년 동안 예술감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다.
축제를 진행해오면서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시선이 개선될 걸 느끼나?
확실히 느낀다. 모두의 노력으로 ‘장애예술인 지원법’도 생기지 않았나. 앞으로도 개선의 의지가 있고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행정적인 절차 등 현실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서로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충분히 느끼는 것 같다.
라라미댄스페스티발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길 원하나?
축제는 결국 사회 공헌·환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 축제가 뭐든 하나라도 장애인을 위해 긍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가령 정말 현실적인 문제로 장애인 시설이 취약한 공연장이 많다. 이미 지은 건물을 다시 지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축제를 통해 뭐든 하나라도 긍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문화예술의 성장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4 라라미댄스페스티발이 시작됐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와서 봐주시라. 예술이라는 게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감동이 있다. 예술이 가져야 하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순수함을, 비장애인인 우리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들의 에너지로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발산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을 단단하게 믿는 게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 소중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껴보길 바란다.
임언영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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