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 마을에 웬 수제버거집? “준비돼 있다면 농촌이 오히려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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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고하버거 최준호 대표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이지만 이곳에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과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 ‘K-공감’은 농촌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생활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터·일터·쉼터로서 기회의 공간인 농촌의 매력를 소개한다.
경남 하동군 고전면 고하리 하동읍성 아래 자리한 주성마을은 젊은 사람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40여 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은 평균 연령 75세의 어르신들이다. 그랬던 마을이 달라진 건 2020년 수제버거 전문점인 ‘고하버거’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충남 태안에서 수제버거집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최준호(44) 대표는 벚꽃이 한창이던 그해 봄 이 일대를 지나다가 하동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을 입구에 오랜 기간 방치돼 있던 미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이국적인 분위기의 매장에서 최 대표는 직접 만든 패티와 햄버거빵(브리오슈번), 하동 특산물을 활용한 수제버거를 판매한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매년 3만 명 이상이다. 어린아이부터 청년, 어르신까지 수제버거집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면서 주성마을은 어느덧 활기 넘치는 마을로 되살아났다.
하동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서울 홍대를 시작으로 강원 양양, 전북 전주, 충남 태안 등에서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살아보는 게 좋았다. 동해와 서해, 바다 근처에서 살아보니 산이 있는 곳에서도 살아보고 싶었다. 지리산 근처는 어떨까 하며 막연히 하동에 왔다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고하리를 지나게 됐다. 마침 벚꽃 시즌이었는데 마을이 정말 예뻤다. 마을 입구에 있는 폐창고를 보자마자 이곳에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근처에 2층집이 매물로 나와 있어 살 곳도 마련할 수 있었다.
외지 청년이 와서 수제버거집을 한다고 했을 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프랜차이즈 햄버거도 보기 드문 시골마을이니 수제버거가 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왜 이런 시골 중의 시골에서 장사를 하려고 하느냐며 걱정하고 만류하는 분들도 많았고 외지 사람이라고 경계하는 분도 있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이곳에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직접 창고를 수리해가며 매장을 만들었고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수제버거 시식회를 열었다.
이제는 수제버거집 덕에 마을에도 활기가 돈다.
수제버거를 맛보기 힘든 지역이다 보니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창고를 개조한 매장 분위기나 주변 풍경도 좋아한다. 덕분에 마을이 북적거린다. 우리 마을에 이런 가게가 생겼다며 자랑하고 응원해주는 마을 주민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불편해 할까봐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마을 청소도 열심히 하고 마을 행사에도 열심히 나서고 있다.
농촌에 정착하려면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태안에선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트랙터로 길을 막거나 딴지를 거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내가 잘 지내려면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먼저 다가서고 인사하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도시에서 편하게 장사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서울, 울산, 대구 등에서 경험해봤다. 도시에서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가격이든 아이템이든 모든 게 경쟁이다. 굳이 이렇게 경쟁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도시가 아니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준비만 돼 있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동에서 더욱 확신하게 됐다.
하동에서의 삶에 만족하나?
이곳에 와서 청년의 아이콘이 됐다. 지역 상생의 사례로 꼽히면서 자문이나 강의하는 일도 많아졌다. 도시에선 비즈니스 하는 사람에 불과했는데 이곳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내 가치가 올라가는 걸 느끼고 경험하다 보니 하동살이가 더욱 좋아졌다.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고하버거에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하동살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농촌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살아보고 경험하며 농촌에 정착해도 되고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준비 없이 농촌에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농촌은 기회의 공간이 맞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경험과 준비, 노력이 필요하다.
하동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동공설시장에 새로운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 상인 대부분이 70~80대인 전통시장에 일식 요리를 파는 주점을 열 생각이다. 하동에는 제대로 된 일식집이나 혼술이 가능한 가게가 없다. 수제버거처럼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을 이곳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더불어 침체된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성공한다면 앞으로 군 단위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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