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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 아이 따라 온 가족이 구례로 “이곳에서 새로운 미래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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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 이명우 씨 가족
‘농촌유학생을 모집합니다!’
이명우(48) 씨는 2021년 12월 서울 공진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의 학교 알림장에서 농촌유학생 모집공고를 보게 됐다. 농촌유학은 도시 학생이 한 학기 이상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부터 전라남도교육청과 협력해 농촌유학을 시작했고 2022년 1학기 전남지역 학교에서 유학할 학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 씨는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아이가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유롭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농촌유학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이 씨는 곧바로 지원서를 냈고 2022년 3월부터 아들 고강혁(11) 군은 전남 구례군 광의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PD인 이 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구례로 이주했다. 처음 계획한 농촌유학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였다. 하지만 아들이 이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기간을 연장하다보니 어느덧 6학년 2학기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 있던 남편 고영근(50) 씨도 구례에 내려와 세 식구는 완전체가 됐다. 이들은 이제 서울이 아닌 농촌에서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농촌유학이란 프로그램을 알고 있었나?
알림장을 보기 전까지 몰랐다. 찬찬히 살펴보니 정말 좋은 기회 같았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가 한창이라 아이 생활에 제약이 많았다. 나도 일을 하며 번아웃(탈진증후군)이 온 상태였다. 농촌유학을 계기로 농촌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살아보면 아이에게도 내게도 좋겠다 싶었다. 마음을 정하고 준비해서 구례에 오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구례란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남편은 서울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주말에 가족이 만나려면 KTX역이 있는 지역이어야 했다. 전남에서 농촌유학이 가능한 지역 중 구례에 KTX역이 있었다. 어릴 적 지리산 종주를 두 번 한 적이 있는데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구례의 자연환경이 참 좋았다.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살아보면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아이가 다니는 광의초 운동장에선 지리산 노고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근처엔 너른 들판이 있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보고 느끼며 자라길 바랐다.

자연환경만 보고 학교를 선택하진 않았을 텐데.
광의초는 모집 인원이 많은 데다 농촌유학에도 적극적이었다. 학생들의 감수성을 키워주는 ‘움틀(체육)·꿈틀(진로) 프로젝트’를 통해 노고단 등반, 섬진강 벚꽃길 걷기, 나무 클라이밍, 승마, 생존수영, 곤충 관찰 수업을 한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캠핑·모내기 활동 프로그램도 있다. 방과후 오케스트라, 사물놀이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교육환경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광의초에 농촌유학생은 몇 명 정도인가?
전교생 36명 중 19명이 농촌유학생이다. 기존의 학생들과 서울, 부산 등 다양한 도시에서 온 아이들이 어우러지면서 조용했던 학교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마을에도 변화가 생겼겠다.
농촌유학은 가족과 함께 이주해 생활하는 ‘가족체류형’과 농가에서 농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홈스테이형’, 보호자 역할이 가능한 활동가가 있는 지역의 센터에서 생활하는 ‘유학센터형’으로 나뉜다. 광의초의 경우 모두 가족체류형이다. 지금까지 총 열네 가족이 이주하면서 마을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마을 어르신, 기존 학부모들 모두 새로운 가족들이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농촌유학에 대한 아이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5점. 서울에선 한 반에 25명이던 동급생이 이곳에선 8명에 불과하다. 인원수가 적으니 친구들끼리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깊게 친해질 수 있고 학교에서 개인의 존재감도 크다. 학원에 가는 대신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맘껏 뛰어놀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도 한다. 졸업을 이곳에서 하겠다고 한 것도 아이가 먼저 제안한 거다.

학부모 입장에선 어떤가?
도시에서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것보다 많이 놀고 부딪히면서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커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적당한 결핍도 필요하고. 농촌유학을 오면서 아이가 확실히 달라졌다. 서울에 있을 땐 쑥스러움이 많던 아이가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자신감과 성취감을 키우며 성장하는 아이를 보면 만족스럽다.

농촌유학 기간이 꽤 길어졌다.
아이도 나도 만족하다 보니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농촌에서 살아보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구례에 와 살면서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유대감과 만족감을 경험하고 있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학부모들과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도 느낀다.

농촌유학을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농촌유학을 올 때 정보가 없어 막막했다. 농촌유학을 고민하거나 오는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에 농촌유학카페를 만들었다. 우리 학교에 더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도록 홍보도 한다. 농촌유학을 위한 정책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꾸준히 내고 있다. 앞으로는 직업이 직업인 만큼 농촌유학과 구례를 비롯한 전남 농촌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농촌유학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촌유학은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나 인구소멸 위기인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농촌에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집이나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이다. 농촌유학이 지속되고 나아가 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정주 여건 개선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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