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받는 국가유공자도 기초연금 받는다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

만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섰다. 9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고령인구가 901만 800명으로 사상 첫 900만 명을 넘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복지정책으로 시행하는 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 8월 1일 시행된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의 보상금 중 일부가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됨에 따라 기초연금 수혜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앞장선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관계자들과 수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훈보상금을 받으면 그 자체가 소득으로 잡혀 기초연금을 못 받았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그 부분이 완화돼 정말 기쁘네요.”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들의 인터넷 동호회 누리집에서는 8월 1일 시행된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이번에 개정된 기초연금법 시행령은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의 보상금 중 일부(최대 43만 원)가 제외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로 인해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중 기초연금 수혜자는 더 늘어나게 됐다. 여기서 소득평가 산정 제외 기준금액인 43만 원은 국가보훈처와 보건복지부 간 협의에 따라 공훈 명목의 수당 중 지급액이 가장 큰 무공영예수당의 최고액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2022년 태극무공훈장 지급액 43만 원이 기준이다.
이에 따라 보훈보상금과 6·25전몰군경자녀수당에서는 무공영예수당 최고액인 43만 원을 소득에서 제외할 수 있으며 4·19혁명공로수당에서는 전액인 36만 1000원이 소득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국가유공자 6급 1항에 해당하는 A씨가 기존에 보훈보상금 158만 1000원을 받았고 이 밖에 소득인정액이 30만 원이었다면 A씨의 소득인정액은 총 188만 1000원이 돼 기초연금 선정기준인 180만 원을 초과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43만 원이 공제되기 때문에 소득인정액이 145만 1000원이 돼 A씨는 기초연금 30만 7500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가유공자 빈곤 해결에 한발 더 다가서”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 소식이 누구보다 반가운 곳은 기초연금법 개정을 위해 오랫동안 앞장서온 대한민국상이군경회다. 이명호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기획실장은 “기초연금법의 원법인 기초노령연금법 제정 이후부터 보훈급여금의 소득 산정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기획재정부, 국가보훈처 등 유관기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며 “이를 위해 지역의 상이군경회 지회, 지부장들과 함께 보건복지부 국회의원과 면담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민국상이군경회는 2014년부터 ‘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국가보훈대상자들의 실태를 알리는 데 앞장서며 개선에 대해 부처 간 합의를 유도했다. 이후 2021년 4월에는 중앙보훈회관에서 진행된 정책간담회, 국회에서 진행된 공청회 등을 통해 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당위성을 촉구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명호 기획실장은 “비록 법으로 개정되지는 않았지만 기초연금법 시행령에 일부 보훈급여금을 공제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어렵게 살고 있는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의 높은 빈곤 비율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그렇다면 기존에는 어땠을까? 과거에는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등이 보상금을 받을 경우 해당 금액이 소득으로 전액 인정돼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거나 기초연금액이 삭감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기초연금 수급 자격은 만 65세 이상이면서 소득인정액이 기초연금 선정기준 금액 이하일 경우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보훈급여금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소득인정액은 본인 및 배우자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을 뜻하며 2022년 선정기준은 배우자 없는 가구 180만 원, 배우자 있는 가구 288만 원이다.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는 만 65세 이상 대한민국 국적인 국내 거주자이며 생일이 속하는 달의 1개월 전부터 신청 가능하다.
이명호 기획실장은 “국가유공자들의 보훈급여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지금까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국가유공자들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특히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월평균 총수입 100만 원 미만 빈곤층 비율에서 일반인에 비해 국가유공자의 빈곤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헌신했지만 정말 몸이 불편해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국가유공자들은 보상금만으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획실장은 “보훈급여금을 연금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빨리 개선돼 국가보훈대상자들이 국가의 책임 아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대한민국상이군경회는 앞으로도 보훈요양원 확대, 보훈보상금 인상 등 12만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어르신 노후 소득과 생활 안정에 기여
기초연금제도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헌신한 어르신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다. 2014년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기준연금액이 20만 원이었는데 매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기준연금액을 인상한 결과 2022년 현재는 30만 7500원(부부가구는 49만 2000원)에 이른다.
정부는 노인 빈곤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자 기초연금의 단계적 인상을 국정과제로 추진했으며 이 같은 기초연금액 인상은 노인 빈곤율을 감소시키고 고령인구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노인 빈곤율은 2014년 44.5%에서 2020년 38.9%로 감소했으며 노인 세대 내 소득격차 역시 2014년 10.64배에서 2020년 6.67배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국민연금연구원이 기초연금 수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기초연금 수급자의 89.3%가 “기초연금이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국가유공자 등 1만 5000여 명이 신규로 기초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노후 소득을 더 두텁게 보장하고 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에 발맞춰 적극 홍보에 나섰다.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10월 한 달간 ‘기초연금 사업 홍보 기간’을 운영하면서 기초연금 수급이 가능한 어르신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파주시에는 만 65세 이상 보훈대상자가 5800여 명 있으며 이 중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574명이다. 8월에는 474명 정도였으나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두 달여 동안 추가 신청자가 100명 정도 늘어나 총 574명이 됐다.
파주시는 2021년에 기초연금 사업 유공 기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기초연금 수급 및 신청률, 예산집행률, 교육 실적 등 사업 실적과 보건복지부 업무 협조 실적을 합산한 것으로 파주시는 고령인구 6만 8000명 중 약 68%가 기초연급을 받고 있어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도 태백시 역시 지난 9월 13~30일까지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홍보 기간 운영을 통해 신규 대상자 모집에 적극 나섰다. 태백시는 홍보 기간 동안 기초연금 사업의 변경 내용을 관내 현수막 게시하고 시정소식지 게재, 관내 보훈단체 안내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면서 수급 자격이 되는 어르신들이 기초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