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인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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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산티니케탄 지역학교에 그려진 인도 국기와 태극기. 청년들의 봉사활동이 세상을 바꾼다.│나마슈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서울에서만 살아온 내가 일하던 대학을 그만두고 제주 시골 마을로 내려온 데는 인도 봉사활동 경험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2020년 1월 출국해 현지 학교(봉사기관)에서 보낸 14일의 짧은 시간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에는 충분했다.
인도 콜카타에서 180km 떨어진 산티니케탄 지역 작은 마을. 정규 교육은 고사하고 어릴 때부터 방치되거나 공장에 다니는 아이들, 맨발로 거친 땅을 돌아다니고, 열 살도 안 된 나이에 어린 동생을 업고 다니는 작은 영혼들이 숨 쉬고 있었다. 우는 것보다 웃는 얼굴이 더 슬플 때가 있다.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추구해온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무의미해졌다. 그곳에서는 이른바 흙수저인 나도, 미니멀리스트인 나도 너무 많이 가진 사람 축에 속했다. 무엇보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달았다. 거대한 삶의 모순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핍으로 가득한 인도에서 함께한 이들. 봉사단 이름 ‘나마슈떼’. 소외된 인도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교육봉사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을 제주에서 재회했다. 내게는 만남 이상의 만남이었고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비록 모든 학생들이 제주에 오지는 못했지만 6명의 반가운 얼굴이 나를 인도로 소환했다. 제주에서 인도를 만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을 제주에서, 그것도 내 집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연락이 오랫동안 끊기기도 했고, 내가 일을 그만두고 제주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보다는 가깝지만 제주 시골 마을까지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사람처럼 영원히 못 볼 수도 있었다.
그저 가끔씩 그 시절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릴 때가 있었는데,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도 못했는데,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도의 비밀처럼 소식이 전해지고 연락이 닿았다. 당시 인솔자로서 또 식사 담당으로 봉사단 학생들의 모든 끼니를 책임졌는데, 이젠 학생들이 맛있는 음식을 잔뜩 싸들고 와서 내 앞에 펼쳤다. 인도의 맛과 제주의 맛이 어우러져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맛을 만들어냈다.
새벽까지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인도 봉사활동 영상을 같이 보면서는 인도 아이들처럼 웃었다.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우리가 잠시 그곳에 살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것은, 학생들이 현지 학교에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도에서 기억을 그저 추억으로, 스펙으로 삼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가는 진심이었다.
나에게 학생들은 영원한 대학생이고 봉사단원이지만 실상은 장교로, 직장인으로, 대학원생으로 성장해 있었다. 어려운 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멋진 청년들로 성장해 있었다. 인도, 제주, 그 다음은 어디일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희덕 코미디 소설가_ 장편소설 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벗어나 본 적 없는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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