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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구 단타 개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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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나는 호구 단타 개미다. 현재 소위 삼성전자 84층(8만 4000원에 샀다는 의미)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게 뭐가 호구냐! 나는 90층이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현대차도 24층…. 다른 종목도 만만치 않게 고층에 거주 중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무슨 종목을 얼마에 샀는지 가물가물하다. 멘털 보호 차원에서 한국 주식 계좌를 안 본 지 근 1년. 그나마 미국 주식은 최근 약간 수익을 내는 중인데 이것도 자주 확인하지는 않는다. 해외 계좌를 확인하려면 국내 계좌에 먼저 로그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보고 싶으면 한 손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가리고 로그인한 후 더듬더듬 해외 계좌로 화면을 전환하는데 증권업계 종사자 여러분, 감히 말씀드리지만 이건 정말 잔인한 시스템입니다. 아무리 제 계좌여도 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 거 아닙니까!
코로나19가 사람들을 집 안에 밀어 넣던 2020년 4월, 나는 문득 큰돈을 벌고 싶었다. 예정돼 있던 강연이 취소돼 시간이 남으니 다른 수단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주식투자가 유행이고 신흥 부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소리에 계좌를 트고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심자의 행운이란 진짜 존재하는지 난생처음 산 주식이 단 하루 만에 무려 16%나 오르는 기적을 경험했다. 계좌 속 잔액이 갑자기 슬롯머신 숫자판처럼 마구 돌아가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하여 초록 창에 검색해봤더니 그 회사가 무슨 수주에 성공했다고 했다.
주식… 쉬운데? 주가는 오르거나 내리거나 둘 중 하나인데 사람들은 이걸 왜 어려워할까?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나, 재능이 있구나! 그날 이후, 나는 단타왕이 되기 위해 맹훈련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경제 방송을 들으며 증권사에서 발행한 리포트를 읽는다. 장이 시작되면 점찍어둔 주식에 분할해 진입하고 네이버 뉴스 경제면을 새로고침하다가 호재가 뜨면 재빨리 들어가 수익을 내고 퇴장한다. 장이 닫히면 주식투자 책이나 유료 강의를 들었고 다음 날에는 전날 배운 각종 매매 기법들을 내 돈으로 실험하며 초단타로 용돈을 벌었다.
하지만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는지를 알게 된다고 했던가. 코로나19가 일상이 되고 금리인상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오자 내 계좌는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온갖 주식투자 책이 ‘매수 매도의 기준’과 ‘손절’의 중요성을 입이 마르도록 말했지만 내 매매 시나리오에는 ‘어디에든 잠깐 들어가서 수익을 낸다’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모두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시기에 내가 가진 잔기술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단타왕을 꿈꾸던 개미는 1년도 되지 않아 자신이 호구 개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지금은 다시 일에 매진하고 있다. 다행히 배당금을 주는 주식들도 약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배당금을 받으면 약 9년 후에는 본전이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건만 주식의 세계는 참으로 냉정한 것. 얼마 전 우편으로 두툼한 서류 봉투를 하나 받았다. 발송인이 모 주식회사라 적혀 있어 긴급 주주총회라도 하나 하여 열어봤는데…. 젠장, 유상증자라니! 배당을 15년은 받아야 할 것 같다.

김은경 출판 기획 에디터 겸 작가_ 12년 차 에디터. 를 썼다. 2022년에는 ‘성장’과 ‘실행’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볼 예정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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