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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지혜 간직한 고유의 명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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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충남 서천군에서 열린 한산모시문화제 행사에서 한 여성이 베틀에서 모시 짜기를 하고있다.

▶콩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만든 풋닛가루를 뱃솔에 묻혀 날실에 먹이는 모시 매기를 하는 모습│ 충남 서천군

최근 지역 언론사 는 ‘서천의 사라지는 유네스코 유산 한산모시 재배농가’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한산모시는 한국의 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여름 전통 옷감이다. 모시 제작 과정에 고강도의 수공업이 요구되는 탓에 재배농가가 고령화하면서 세대 간 전승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 뉴스는 전했다. 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1500여 농에 달했던 서천 한산모시 농가가 2021년 161농으로 쪼그라들었으니 위기감을 가늠케 했다.
모시의 원료는 마(麻)에서 나온다. 여기서 마는 건강식으로 먹는 뿌리 식물인 참마와는 다른 것으로 대마초 원료가 되는 마를 가리킨다. 우리말로 ‘삼’이라고도 한다. 마의 종류에 따라 직물은 4가지가 추출된다. 대마에서는 밧줄 제작에 쓰이는 삼베가, 아마에서는 오늘날 여름 옷감으로 대중화된 리넨이, 황마에서는 소포용 끈 제작에 사용되는 주트가 나온다. 고급직물인 한산모시 같은 모시는 저마 껍질을 쪼개어 이은 실로 짠 직물이다. 우리가 떡집에서 즐겨 찾는 모시송편도 7~9월에 나오는 저마(모시풀)의 잎을 사용해 만든다.

공동체 의식과 전승의 미도 포함
모시의 으뜸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만든 한산모시다. 서해안을 끼고 있는 한산은 높은 여름 평균 기온과 해풍, 비옥한 토양으로 모시풀 농사에 최적화돼 있다. 질 좋은 모시풀이 잘 자라서 좋은 모시 옷감이 많이 생산되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예부터 특정 지역의 모시를 가리키는 한산모시가 모시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으니 그 품질의 우수성은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한산모시는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늘고 곱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진안의 담배밭, 전주의 생강밭, 한산의 모시밭…’이라고 해서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언급하고 있다.
모시풀은 보통 1년에 3차례 수확하는데, 수확 시기가 이르면 섬유가 연하고 늦으면 거칠어서 8월에 수확하는 모시가 가장 좋다고 한다. 한산모시의 경우 뛰어난 재배 토양과 기후,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모시풀에 빼어난 직조 기술이 더해져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유네스코는 2011년 한산모시 짜기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세계적으로 보전해야 할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유네스코 등재 명칭을 잘 살펴보면 한산모시 자체가 아니라 한산모시 짜기다. 왜 그럴까? 한산모시 짜기는 한산에서 자란 모시풀에서 뽑아낸 실을 전통 베틀을 이용해 모시 옷감으로 짜는 기술만이 아니라 전체 제작 과정에서 꽃피는 공동체 의식과 세대를 이어주는 전승의 미까지 포함한다는 점이다.

여성이 주도한 전통 가내수공업
모시 짜기는 집안에서 여성이 주도한 전통 가내수공업이다.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기술과 경험이 전수됐다. 더 나아가 고단한 모시 짜기 작업의 특성상 마을 주민이 한 장소에 모여 서로 협력해 일하면서 지역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켰다. 가구의 주 수입원이기도 했던 모시 짜기는 여성 공동체 문화가 이룬 성과인 셈이다.
우리나라 모시는 고대부터 이웃 나라에 잘 알려져 다른 나라와 교역품으로 사용됐다. 4~7세기 삼국시대에 처음 수출된 뒤 고려시대(8~14세기)와 조선시대(12~20세기)에는 주요 수출품목으로 떠올랐다.
모시는 요즘도 인기 있는 여름 옷감이다. 조선시대에는 단옷날 왕실 여성이 처음 백저포를 입으면서 여름의 시작을 알렸고 일반 백성도 뒤따라 모시를 입었다고 한다. 모시 짜기의 전통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포함한 다른 지역까지 퍼져갔으나 그 중심은 언제나 예외 없이 충남 한산이었다.
모시 짜기는 모시풀 수확과 삶기, 표백, 모시풀 섬유로 실 잣기, 전통 베틀에서 짜기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모시 한 필을 짜려면 저마 껍질 3㎏가량이 필요한데 완성하는 데에 약 3~4개월이 걸린다. 한국 여성의 피와 땀이 서린 한산모시는 감히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섬세함을 갖추면서도 가볍고 투명한 옷감을 자랑해 ‘잠자리 날개’와도 비유됐다.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모시 특유의 고운 자태는 오랜 시간이 빚어낸 결과물이기에 누구도 쉽게 범접하기 어렵다. 천 년의 지혜를 간직한 우리 고유의 명품 브랜드 한산모시가 있어 그 어떤 해외 유명 브랜드가 부럽지 않다.

김정필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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