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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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락 애호박찌개
▶라이아 가지 라타투이
/호박과 ★ 가지/
여름엔 제철 해산물이 별로 없다. 민어나 병어, 농어 정도다. 성게를 제외하고 괜찮다는 어패류와 해산물은 가을부터 봄까지 제철이다. 여름만 외롭다.
대신 이 계절엔 채소에 맛이 단단히 들었다. 여름에 특히나 입맛이 당기는 채소에는 호박과 가지가 있다(물론 꺼리는 이들도 있다). 간식으론 감자와 옥수수, 반찬 그릇엔 고구마줄기, 마늘종, 열무김치도 올라 계절을 증명하고 있다.
호박과 가지는 호불호가 대단한 음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아하는 이들은 반색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질색한다. 하지만 조리법이 서툴러서 그렇지 단언컨대 이 두 채소는 여름철 최고의 음식이다.
애호박과 돼지고기로 끓여내는 애호박찌개(일명 고추장찌개)는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주로 전남과 광주 쪽에서 즐기는 방식인데 가끔 서울에서도 볼 수 있다. 잘게 채 썬 애호박을 한가득 넣고 돼지고기를 지져내면 궁합이 아주 좋다.
요즘 수확 철을 맞은 가지야말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물이다. 한식에선 데친 나물 말고 조리하는 방법도 얼마 없다. 우선 색이 낯선 검보라색이라 식욕이 일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익지 않은 과육은 떫고 익히면 물컹한 식감을 내는 탓에 웬만한 음식은 모두 먹지만 가지만큼은 꺼리는 사람도 제법 있다.
가지의 매력은 단맛이다. 여름 채소답게 과즙이 많은 데다 씹을 때 폭신하고 끝맛은 달다. 다만 삶았을 때 축 처진 속에 질긴 껍질 특유의 식감이 문제다. 아이들에겐 당근과 함께 기피하는 단골 편식 메뉴 최상위에 속한다. 처음부터 가지나물로 경험했다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튀기거나 잘 구워내면 맛도 식감도 괜찮다. 속에 고기를 채워 튀겨내면 단숨에 인기 메뉴가 된다. 평소 가지라면 아예 입에도 대지 않던 사람이 중국 음식점에서 어향가지를 맛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경우도 많다. 껍질을 벗겨 양식 스테이크 가니시(고명)로 낸 것을 냉큼 잘 먹던 이가 그게 가지였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가지는 안토시아닌을 많이 함유해 여름철에 딱 좋다. 껍질의 보라색을 내는 안토시아닌과 레스베라트롤 등 건강에 좋은 식물성 화학물질(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다. 식이섬유도 많아 변비나 당뇨, 장에 좋다. 무엇보다 여름날 탈수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계절식으로 더없이 좋다.
점점 지역의 제철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면 여름철이라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기어코 다른 계절의 것을 찾아 먹으면 자칫 독소나 선도 탓에 배만 아프고 만다.
제철을 만난 훌륭한 채소가 있는데 무슨 걱정일까? 뜨거운 햇볕과 소나기, 산들바람이 빚어낸 신선한 여름 채소로 입맛을 달래면 될 일이다. 달달한 호박, 부드러운 가지는 물론, 감칠맛 덩어리 토마토, 포슬포슬한 감자에다 쫀득한 옥수수, 아삭한 양파도 제철 식탁을 장식한다. 맛이 제대로 든 호박과 가지는 뜨거운 태양의 선물이다.
전국의 호박·가지 요리 맛집
★애호박찌개
서울 종로구 애호락. 가게 이름 자체가 애호박을 메인으로 하는 전문점이다. 은근히 달고 싱그러운 애호박의 맛을 최대한 끌어낸 애호박찌개로 유명하다. 고추장 양념 육수에 돼지고기와 애호박을 푸짐히 넣고 끓여낸 애호박찌개가 여름철 달아난 입맛을 단번에 소환한다. 칼칼하지만 달달한 국물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안줏거리로 좋은 전골도 있고 식사용 정식도 있다.
★가지 라타투이
서울 동대문구 라이아. 프랑스 니스 지방 음식 라타투이는 가지를 비롯해 호박, 피망, 토마토 등 여름 채소에 허브를 넣고 뭉근히 끓여 만든 스튜 요리다. 이탈리아 카포나타 등 지중해에는 이와 비슷한 요리가 많은데 이 집은 서울에서 와인과 함께 정통 지중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큰 볼에 가지를 메인으로 토마토, 피망, 올리브유 등을 넣고 국물은 거의 없이 자작하니 끓여낸다.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도 갖췄다.
★가지튀김
서울 마포구 향미. 중식에선 가지를 많이 쓰는데 다양한 조리법이 있다. 연남동 중식 노포 향미에는 아예 차림표에 지삼선, 어향가지볶음, 가지튀김 등 ‘가지’ 코너가 있다. 가지 속에 고기소를 채우고 옷을 입혀 동그랗게 튀겨낸 가지튀김이 그동안 가지에 대한 오해를 깡그리 불식시킨다. 언제나 팔지만 요즘이야말로 계절의 맛이다.
★애호박찌개
광주 동구 해남식당.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애호박찌개’ 하면 광주광역시가 자주 검색된다. 지역 특화 음식으로 원래부터 잘하고 즐겨 찾았나 보다. 애호박을 채 썰어 넣고 돼지고기 앞다릿살로 매콤하게 끓여낸다. 고소한 돼지고기 육수에 애호박의 단맛이 녹아난 국물은 밥도둑이다. 숟가락으로 떠서 밥에 얹으면 달콤한 맛에 언제 공기가 비워진 줄 모른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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