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과 화폐 사이 스테이블코인 일상 속으로 들어오나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스테이블코인이 뭐기에
6월 10일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했습니다. 이젠 실생활에서도 원화처럼 쓸 수 있는 코인을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자본금 10억 원 이상의 민간 업체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얘기죠. 흔히들 ‘코인’ 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가상 자산을 떠올립니다. 최근엔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 디지털 가상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것이고 왜 지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지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름처럼 ‘가격이 안정된(stable)’ 가상 화폐를 뜻합니다. 가상 화폐 중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살 수 있는 쿠폰입니다. 1만 원짜리 쿠폰을 사면 진짜 돈을 쓰지 않고도 먹거리를 살 수 있죠. 스테이블코인도 비슷합니다. 가격이 고정돼 있어서 그만큼의 가상 자산을 구입하면 화폐처럼 쓸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다른 점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작은 거죠.
가령 자판기에서 1000원에 파는 주스 한 캔을 디지털 코인으로 구입하려고 한다면 비트코인의 경우엔 지불하는 돈이 그날의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어제는 0.00015코인을 냈는데 오늘은 0.0001코인을 낼 수도 있는 거죠.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이 1000원인 식으로 보통 고정돼 있습니다. 계산도 한결 편하죠. 가령 스테이블코인 발행 1위사인 ‘테더’가 만드는 코인의 경우엔 1달러에 1테더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페깅(Pegging·고정)’됐다고 표현합니다(테더는 보통 USDT로 표기하는데요. US Dollar와 Tether의 합성어입니다. 즉 ‘미국 달러에 연동된 테더’라는 뜻이 됩니다).
한국 무역거래 3.4%가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 회사는 코인을 만들 때마다 발행 물량과 같은 규모의 달러나 미 국채를 일종의 담보처럼 준비자산으로 쌓아둬야 합니다. 가격이 안정적인 비결도 여기에 있습니다. 1개의 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진짜 1달러를 은행에 보관해놓으니 코인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거죠.
스테이블코인이 다 이렇게 운영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거엔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도 썼죠. 2022년 폭락 사태를 일으켰던 ‘테라-루나 사태’의 ‘테라USD’가 대표적인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당시 테라USD는 1테라에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루나’라는 코인을 알고리즘으로 연동해 발행했습니다. 담보 없이 임의로 달러와 일대일 연동으로 설계해 코인을 찍어낸 거죠. 그러나 결국 알고리즘이 감당 못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가 생겼고 두 코인은 함께 폭락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주요 나라는 현재 알고리즘 기반으로 만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고정돼 있어 결제나 입금이 편리한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해외 송금을 할 때 특히 편하죠. 기존의 국제 송금은 이틀 이상 걸리고 수수료도 비싸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몇 초 만에 저렴한 수수료로 외국 어디든 보낼 수 있습니다. 해외 쇼핑을 할 때도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빨리 결제할 수 있고요. 기획재정부는 한국 무역 거래의 3.4%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하루 1억 2000만 달러꼴입니다. 우리 기업이나 개인들도 이미 해외 거래에 스테이블코인을 쓰고 있는 거죠.
스테이블코인, 정말 안전자산이 될까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입니다. 이미 6월 16일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가 미국 상원 최종 표결을 통과했죠. 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 절차 정도만 남았습니다. 이르면 두 달 뒤쯤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를 발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의 은행이나 신용조합, 비은행 기관도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인가만 받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이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디지털 통화 패권을 쥐고 있어서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회사들은 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담보로 달러나 미국 국채를 계속 보유해야 하니 그만큼 미국 국채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필요한 돈을 그만큼 쉽게 빌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달러 가치도 자연히 오를 테고요.
한국은 아직 법안 발의 단계지만 논의는 활발합니다. 다만 신중하자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일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포럼에서 “공공재인 화폐를 보호하기 위해 중앙은행 중심의 규제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불가피한 대세라고 해도 일단 금융 당국의 감독과 규제를 받는 은행권부터 발행을 허용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는 거죠.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너무 믿어선 안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스테이블코인 회사는 앞서 말했듯 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그만큼의 준비금, 담보를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일부 발행사가 적절한 담보를 확보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이용자들은 코인을 대량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엔 또다시 코인이 붕괴되고 전통적인 화폐·금융시장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감독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자료제공 :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