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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교육·돌봄체계로써 늘봄학교 정착과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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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극심한 저출생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돌봄체계에서 사회적 교육·돌봄체계로의 변화다. 2000년대 초반 정부는 저출산 현상의 주요인으로 기혼부부가 일을 하러 나갈 때 아이들이 갈 곳이 없음에 주목했다.

그 결과 어린이집의 대폭 확대가 이뤄졌다. 아이를 부모가 아닌 사회가 돌봐준다는, 이른바 탈가족화된 사회적 돌봄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2012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을 통해 ‘출산과 양육’이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과 더불어 사회적 위험으로 규정됐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더 이상 가족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사회적 과제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돌봄체계의 확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즉 영유아기 아동 대상에만 머물렀다. 그 결과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는 유령 중 하나가 ‘초등 돌봄절벽’이다. 엄마만이 경험하는 독박육아와 경력 단절은 근본 원인 중 하나다. 게다가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아이에게 교육격차로써 대물림되는 현상마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늘봄학교는 초등돌봄절벽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다. 영유아기 아동 대상 사회적 돌봄체계를 확립한 한국 사회가 교육에 대한 욕구가 더 커가는 초등기 아동 대상 교육과 돌봄을 부모가 취업 활동을 하는 사이에 책임지는 사회적 교육·돌봄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의 산물이 늘봄학교다.

영유아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돌봄체계도 유보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돌봄에서 더 나아가는 교육·돌봄체계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초등기에 초등 ‘돌봄’교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육·돌봄체계로써 늘봄학교는 유보통합과 연계해 우리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 학교별로 강사 개인의 역량이나 전공 분야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는 방과후 과정을 ‘체육, 문화·예술, 사회·정서, 창의·과학, 기후·환경’ 등의 분야로 체계화해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의 얼개를 만든 이유도 사회적 교육·돌봄체계로써의 늘봄학교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경기 화성 송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학 중 오후 돌봄프로그램에 참여해 책 읽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경기 화성 송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학 중 오후 돌봄프로그램에 참여해 책 읽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2023년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늘봄학교는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초등돌봄교실 대기 수요를 흡수했고 아침·저녁 돌봄과 틈새돌봄의 자리를 대신해 줌으로써 학부모와 아동에게 만족스러운 호응을 얻었다. 반면, 교육청이 보내준 시범사업 예산을 집행하는 역할을 개별 학교가 수행함으로써 교사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초등돌봄교실이 도입되던 과정에서 교사가 감당해야 했던 부담이 재현되는 양상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늘봄학교는 압도적 다수로 부모와 아동의 높은 만족도와 대다수 교사의 반대라는 경계선에 위치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미래교육돌봄연구회는 늘봄학교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주요 대책 중 하나로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체계의 구축을 권고했다.

시범사업 첫해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24년형 늘봄학교에서는 교육청의 늘봄지원센터와 개별 학교의 늘봄지원실 체계가 함께 등장했다. 늘봄학교 업무 자체가 교사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각 센터 표현 그대로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변화다. 또 “늘봄학교 도입은 교사 부담 증가”라는 현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시도다.

각 학교 내 늘봄지원실에 늘봄실무직원, 늘봄전담사, 늘봄프로그램 강사로 구성된 인력이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하는 체계를 통해 교사가 더 이상 방과후 돌봄·행정 업무를 맡지 않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늘봄지원실 인력체계를 이른 시일 안에 배치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외에도 24년형 늘봄학교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갖는다.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늘봄학교’라는 현재의 체계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하게 초등 방과후·돌봄 이중체계를 통합한 늘봄학교 단일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아직은 돌봄교실, 방과후 교실, 늘봄교실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돌봄서비스와 방과후 프로그램이 늘봄과정으로 통폐합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늘봄학교가 탄생해야 한다.

장애아, 이주배경 및 저소득층 아동 등이 개인적 배경과 관계없이 늘봄학교에서 양질의 교육·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원 강화도 있어야 한다. 늘봄학교의 정착을 위한 학교 공간의 재구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학교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과의 연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과대·과밀학교의 경우 지역사회의 다양한 공간 및 아동돌봄 기관과 협력해 가칭 ‘지역늘봄협의체’를 구성하는 변화를 기대해 본다. 2024년을 넘어 늘봄학교의 성공적 정착·확대를 위한 기본 토대로써 ‘(가칭)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공간과 인력 확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아동돌봄 기관과의 연계·협력 체계 구축, 안정된 예산 확보 등을 위해서는 늘봄학교의 법률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제시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 이행을 위한 특별법으로써 늘봄학교 관련 법 제정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부모와 아동이 만족하는 늘봄학교가 시작됐다. 초1·2학년 대상 맞춤형 프로그램은 무료 제공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양적·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 인프라를 한국 사회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갖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에 현존하는 도서관, 박물관, 문화·예술 및 체육 시설 등을 활용한다면 부모와 아동 당사자의 만족감은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교사와 늘봄전담사, 늘봄프로그램 강사가 만족하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24년형 늘봄학교를 거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한국형 사회적 교육·돌봄체계의 정착을 기대해 본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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