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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소재가 된 그리스 로마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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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서쪽에는 인류가 마지막 빙하시대를 살았던 구석기시대 유적인 라스코 동굴이 있다. 이 동굴에는 황소들이 그려져 있는데, 황소그림 주변을 살피다 보면 여러 점들이 표시돼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점들은 고대인들이 폴리아데스 성단과 오리온 별자리를 그린 것이다. 폴리아데스 성단이 바로 황소자리에 있는 산개성단이고 오리온자리 또한 황소자리 바로 옆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동굴생활을 하던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은 밤하늘을 보며 별을 상상하고 별자리를 기록했다. 그리고 인류가 의사소통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별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스 신화인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의 일곱 딸 플레이아데스 이야기는 폴리아데스 성단에서 나왔으며,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도 폴리아데스 성단은 언급되고 있다. 

한편 싸움 도중 전갈에 찔려 죽음을 맞이한 포세이돈의 아들 오리온 이야기 또한 그 유래가 별자리다. 전갈자리의 위치와 형상이 오리온 자리를 노리고 있고 서로 상극인 겨울과 여름 하늘에 잘 보이기 때문이다. 

즉 별자리 위치에 따라 신화의 스토리들이 생겨났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어쩌면 서양의 별자리 점성술이 오래 전부터 발전해 온 것도 이런 연유이지 않을까 싶다. 

우주의 먼 곳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되어 서양 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 음악적 언어로 변하여 우리 곁에 다가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의 이야기들이 어떤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소재가 되었을까?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고대 그리스·로마실에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언론공개회를 찾은 관계자들이 로마 신화의 대리석 흉상을 감상하고 있다.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고대 그리스·로마실에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언론공개회를 찾은 관계자들이 로마 신화의 대리석 흉상을 감상하고 있다.

◆ 헨델 : 헤라클레스의 선택, HWV 69

헨델의 오라토리오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헤라클레스의 영웅 스토리는 각종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소재로 활용되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신들의 왕 제우스와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의 딸 알크메네의 아들로 태어난 반신반인 헤라클레스는 그 출생부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많은 고난과 역경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헤라클레스 역시 여름철 북쪽하늘에서 볼 수 있는 큰 별자리이기도 하다. 헨델은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풀고 있다. 

오페라처럼 연기 동작이 없고 주로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는 오라토리오지만 작품 <헤라클레스의 선택>에서는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향을 받은 다 카포 아리아(Da capo aria)의 비중이 상당하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합창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영국적 오라토리오에 이탈리아 오페라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라 말 할 수 있겠다. 

연주시간만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이 작품의 스토리는 작가 토마스 브루톤(Thomas Broughton)의 대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오비드의 <변신이야기>와 세네카의 <오이타의 헤라클레스>그리고 소포클레스의 <트레키스 여인들> 등의 고대 작품에 상상력을 더하여 대본을 완성하였다. 

작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영웅적인 에피소드를 주제로 하기보다는 인간적인 면에 치중하였다. 공주 이올레(Iole)와의 관계, 아내 데이아네이라(Deianira)의 질투, 그로 인한 영웅의 파국을 그리고 있다. 

헨델은 이 작품을 4주만에 완성하였으며 런던왕립극장에서 초연하였다. 초연 이후 작품은 글룩(C.Gluck) 이후 ‘최고의 음악 극작품’, ‘가장 위대한 성취’ 등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장르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존재한다. 사실 오늘날에는 이 작품을 오라토리오 장르로 분류하지만 성서에 기반한 종교적 작품이 아니어서 애매한 측면도 존재한다. 

그래서 헨델 자신도 이 작품을 ‘음악극(A Musical Drama)’이라고 기록 하였으며, 때때로 합창 오페라, 영국 오페라, 신화적 오라토리오 등 다양한 장르로 부르기도 한다.    

◆ 베토벤 :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Op. 43

헤라클레스가 12가지 과업을 할 때 아틀라스의 꾐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 신이 있었다. 바로 먼저 생각하는 자인 프로메테우스다. 

그의 아우가 나중에 생각하는 자인 에피메테우스인데, 책의 서문을 뜻하는 프롤로그는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맺음말을 뜻하는 에필로그는 에피메테우스로부터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 불을 가져다 주어 제우스로부터 코카서스절벽에 묶이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제우스의 독수리는 헤라클레스에 의해 제거되고 제우스도 형벌을 풀어주고 소원을 들어주면서 더 이상 신화세계에서 등장하지 않게 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과 참 가까운 신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선물한 불은 인간에게 엄청난 선물이었다. 

인류는 불을 다루게 되면서 위협적인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고, 우리의 뇌가 발달하고 커진 것 또한 단순한 육식이 아닌 불에 익힌 고기를 먹으면서 발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손자인 헬렌은 고대 그리스의 주요부족들인 도리아인, 아카이아인, 이오니아인, 아이올리인으로 퍼져나갔다. 헬렌은 우리 식으로 보자면 단군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그리스와 오리엔트 문화가 만나 융합된 헬레니즘은 이 헬렌에서 유래된 것이다. 

베토벤은 프로메테우스를 소재로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이라는 발레음악을 작곡 하였다. 베토벤과 발레는 어딘지 모르게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는 총 두 개의 발레작품을 남겼고,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은 작품번호가 있는 유일한 발레작품이다. 

이 작품은 살바토레 비가노(Salvatore Vigano)라는 이탈리아 무용수와 협력 속에서 탄생되었는데, 작곡가 보케리니(Boccherini)의 조카이기도 한 비가노는 원래 자신의 작품을 직접 작곡하여 공연하는 다재 다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합스부르크가의 마리아 테레사 대공비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이 공연은 그에게도 굉장히 중요하였고, 그래서 작곡을 베토벤에게 맡긴 것이다. 

작품은 전체 2막으로 서곡과 서주, 15개의 섹션과 피날레로 구성되어 있다.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작품의 멜로디는 에로이카 교향곡 등에 차용되었다. 

작품은 1801년 비엔나의 부르크극장에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현재는 전곡이 아닌 주로 서곡위주로 연주되고 있다. 베토벤이 하프를 사용한 유일한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참신함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 드뷔시 : 목신의 오후 전주곡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프랑스의 상징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의 시 <목신(牧神)의 오후>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목신은 목동과 초목의 수호신으로 상체는 뿔 달린 사람이고 하체는 염소, 즉 반인반수(半人半獸)이다. 목신은 제우스와 님프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기괴한 모습으로 태어나서 어머니 님프로부터 버림 받았다. 

그래서 목신은 꿈속에서는 악몽을 불어넣는 존재이며,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는 공포감을 주어 괴롭히는 신으로 종종 등장한다. 

루벤스등 바로크 회화 속에 등장하는 사티로스도 일종의 목신인데, 그리스 신화에서는 판(Pan)으로 불린다. 이는 공포를 뜻하는 패닉(Panic)의 어원으로 하고 있다. 

술과 음악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답게 목신 또한 시링크스라는 팬플루트를 가지고 다녔으며 가무를 즐긴 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시링크스는 원래 아름다운 님프인데 목신으로부터 피해 다니다 갈대가 되었고, 목신이 그 갈대를 꺾어 악기로 만든 것이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첫마디는 바로 시링크스를 묘사한 플루트의 아름답고 오묘한 소리로 시작된다. 시인 말라르메는 자신의 시와 드뷔시의 음악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며 그의 음악을 높이 칭송했다. 

당시 말라르메의 시는 매우 상징적이며 서정적이고 극적인 요소들이 모두 혼합되어 어떤 성향의 시로 분류되지 않았으며 주류에서는 배척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뷔시 등 당시 관습적이며 틀에 박힌 예술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예술가들에게는 많은 상상력을 주었다. 주류에 배척당한 목신의 오후 시집 또한 공을 들여 자비로 출판하였는데, 시집의 삽화는 에두아르드 마네가 그려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드뷔시의 작품 또한 초연 당시 애매하고 불명확한 음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그 당시 음악은 신고전주의와 후기낭만주의가 주류였는데, 드뷔시의 음악은 조성을 알 수 없고 기존 화성법칙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였기 때문이다. 

바그너와 같이 한두 소절만 들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한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그는 의미의 모호함과 음의 색채화로 감상자에게 상상과 해석의 자유를 던져준 것이다. 

이는 말라르메의 시뿐만 아니라 신화가 가진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과도 일맥상통한다 볼 수 있다. 드뷔시가 작품 제목에 전주곡(Prelude)이라고 붙인 형식 또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 그의 의중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전주곡은 첫 악장을 준비하기 전 연주되는 자유로운 기악형식의 곡인데 사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교향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뷔시와 말라르메의 작품은 예술가가 의도한대로 따라가야만 하는 기존 감상자의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각자 해석의 자유가 더 주어진 감상자라는 측면에서 현대예술의 시작을 알린다고 할 수 있겠다. 

☞ 음반추천

헨델의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독일의 괴팅겐 헨델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로렌스 커밍스(Laurence Cummings)의 지휘와 괴팅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추천하겠다. 바로크음악의 대가인 존 엘리엇 가디너 경(Sir. John Eliot Gardiner)의 음반도 빼놓을 수 없다.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은 오르페우스 실내 관현악단(Orpheus Chamber Orchestra)이 1987년에 녹음한 음반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reiburger Barockorchester)의 연주를 권한다.

마지막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은 샤를 뒤뜨와 (Charles Dutoit)가 지휘하는 몬트리올 오케스라의 연주를 좋아한다. 많은 명연들이 있지만 과하지 않고 서정적인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의 연주 또한 섬세하고 훌륭하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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