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당 앞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저는 왜 하는 일마다 운이 없을까요?”

Q. 저는 정말 운이 없는 것 같습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은 꼭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아요. 고심 끝에 새 제품을 구매하면 열에 일고여덟은 어딘가 하자가 있는 물건이 배송됩니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해서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여행 가는 날에는 비가 내리고 상대측 실수로 예약에 문제가 발생해 일정에 차질이 생길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더라도 얼마 전에는 정말 큰 불운이 찾아왔습니다. 빚을 내서 아파트 단지 근처에 고깃집을 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맞은편에 대형 프랜차이즈 갈빗집이 생겼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라디오며 인터넷에 광고하는 갈빗집 때문에 우리 가게 매출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요즘은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런 일들이 자주 생기다 보니 의욕이 없고 또 어떤 불운이 나를 덮쳐올지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새해에는 제발 좋은 운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임성민(가명, 37)-

A.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미지의 힘을 운(運)이라고 합니다. 이 한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쉬엄쉬엄 갈 착) 자’와 ‘軍(군사 군) 자’가 결합한 모습이 보입니다. 두 개의 의미를 합치면 군사들이 천천히 이동한다는 뜻이 됩니다. 군사들이 이동하는 이유는 주둔지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주둔지는 전쟁을 잘 치르기 위해 전쟁에 필요한 다양한 물자들을 비축해놓은 곳을 말합니다. 이런 의미를 따르다보면 운이 좋다는 말은 군대가 이동해 좋은 주둔지에 안착했다는 뜻이 되고 운이 나쁘다는 말은 적에게 둘러싸여 갈 곳이 없거나 전략적으로 불리한 곳에 머물게 된다는 말이 됩니다. 인생을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는 전쟁터에 비유할 때 운은 내가 어떤 주둔지에 머물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지표가 됩니다. 크고 작은 불운을 연달아 겪고 있는 성민 씨는 열악한 주둔지에서 인생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에 드는 상점이 자꾸 문을 닫는 일이나 프랜차이즈 갈빗집이 맞은편에 자리를 잡은 상황은 성민 씨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불운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일들이지요. 이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빨리 지금보다 좋은 주둔지를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좋은 운을 만드는 세 가지 방법
일본의 인지과학자인 나카노 노부코는 운이 좋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몇 가지 공통적인 습관을 발견해 ‘운의 과학’이란 책을 썼습니다. 책에서 나카노 노부코는 좋은 운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지금 눈이 내린다고 상상해봅시다. 그 순간 내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다면 내린 눈을 보며 행복한 마음이 들겠지요.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약속 시간에 쫓기며 운전을 하고 있다면 눈이 많이 쌓일수록 차가 막힐까봐 짜증이 날지도 모릅니다.
같은 눈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나를 축복해주는 행운이 되기도 하고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불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겨울에 눈이 내리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눈의 의미를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태도가 문제가 될 뿐이지요. 그래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민 씨의 경우처럼 자꾸 하자 있는 제품을 사게 된다면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금보다 떠 꼼꼼하게 제품의 기능을 살펴보는 학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하자 있는 제품을 환불받거나 교환하는 과정에서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방식도 익힐 수 있겠지요. 이런 마음가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상황을 예측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자극이 주어질 때 마음도 성장한다
두 번째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낯선 것을 배척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민 씨가 좋아하는 카페만 찾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고인 물이 썩듯 너무 안전한 것만 추구하면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은 새로운 자극이 주어질 때 그 자극을 분석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마음은 성장할 수 있고 마음이 성장해야 정말 필요한 행운이 찾아왔을 때 운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긍정적인 생각도, 새로운 도전도 하기 어렵습니다. 비록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뜻하지 않은 불운이 찾아올지라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좋은 운과 기회를 만나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담담히 수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나갈 때 운은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성민 씨의 열악한 주둔지에도 행운의 꽃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luing) 대표이자 ‘신기율의 마음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