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빛나자! 승리보다 빛난 14일간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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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마스코트 ‘뭉초’가 디지털 성화를 향해 눈가루를 뿌리자 하얀 눈발이 영상 속에 흩날린다. 흰 눈 속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성화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14일간 선수들의 열정과 함께 타오른 성화가 꺼지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이하 강원2024)’도 막을 내렸다.
강원2024 폐회식이 2월 1일 강원 강릉시 하키센터 보조경기장 앞 광장에서 열렸다. ‘우리 함께 빛나자(Let’s
shine)’를 외치며 1월 19일 시작된 2주간의 열정은 ‘우리 다시 빛나자(Shine again)’를 다짐하며 마무리됐다. 전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 참가자들이 대회 기간 발견한 자신 안의 빛을 안고 고국으로 돌아가 다시 빛나자는 뜻을 담았다.
“놀라운 경험 했다”… 감동 소감 잇따라
강원2024는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동계청소년올림픽이었다. 전 세계 78개국 18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81개 세부 종목에서 승부를 겨뤘다. 대회는 강릉·평창·정선·횡성 등 4개 시·군에서 개최돼 강원특별자치도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폐회식은 자원봉사자들의 환영 속에 청소년 선수들의 입장으로 시작됐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과 참가국 퍼레이드가 이어진 뒤에는 청소년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우정을 나누고 K-컬처를 만끽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폐회식장을 수놓았다. 각국 선수들은 개인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대회 참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루지 선수 마누엘 바이센슈타이너는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많은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칠레 스키팀 코치 누리아 파우는 “대한민국에서 마음도 배도 가득 채운 채 떠난다”며 작별인사를 전했고, 프랑스 스노보드 선수 마잘리 이아프리트 다니엘손은 “강원2024를 통해 매우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폐회식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강원2024에선 203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샤인크루’가 대회 내내 경기장 안팎에서 활약했다. 봉사자들은 경기장은 물론 체험시설과 선수촌까지 곳곳마다 자리해 프로그램 안내와 질서유지, 교통정리, 미디어 안내 등의 역할을 다했다. 특히 최고령 자원봉사자인 윤성환(71) 씨를 비롯해 중장년층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자 이탈률도 8%에 불과해 성공적인 대회 진행의 초석이 됐다. 폐회식에서는 대륙·종목별 선수 대표 6명이 자원봉사자 대표 6명에게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꽃을 전달했다. 이밖에도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래퍼 이영지와 원밀리언 댄스의 축하공연 등으로 대회는 14일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봅슬레이·남자 피겨 등 불모지서도 金
우리나라는 대회 첫날 쇼트트랙 주재희의 금메달(남자 1500m)로 시작해 봅슬레이 소재환(남자 모노봅)이 아시아 썰매 역사상 최초로 청소년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등 메달 순항을 이어갔다. 우리나라 스노보드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딴 이채운도 이번 대회(슬로프스타일)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청소년 선수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윤승은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인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종목에서 금·은메달을 모두 따냈고 김현겸은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 남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해 차세대 스타 선수의 탄생을 알렸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로 총 17개의 메달을 따냈다.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는 국가별 종합순위는 매기지 않는다.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닌 스포츠를 통해 청소년들의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기조에 따른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원으로 강원2024 무대를 밟은 다른 나라 선수들도 빛났다. 태국 봅슬레이 선수 캄페올 아그네스가 여자 모노봅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대표적이다. 캄페올은 2018평창기념재단이 주관한 동계스포츠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 선수 육성사업을 통해 기량을 키웠다. 동계올림픽에서 태국이 메달을 딴 것은 성인대회를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다. 튀니지 봅슬레이 선수 조나단 루리미 역시 같은 사업을 통해 꿈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서는 소재환에 이어 남자 모노봅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평창기념재단, 강원도와 함께 기후 특성상 겨울스포츠 육성이 어렵거나 동계스포츠대회 참가가 힘든 나라의 청소년 선수들을 초청해 강원도에서 전지훈련을 지원했다. 이 사업에 참여한 9개 나라 선수 25명이 강원2024 무대에 올랐다.
알제리, 나이지리아, 푸에르토리코, 튀니지, 아랍에미리트 등 5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동계청소년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특히 튀니지는 봅슬레이 남자 1인승에 출전한 조나단 루리미가 은메달까지 따내며 자국 올림픽 기록의 새 역사를 썼다.
정국·달고나에 취한 청소년 선수들
강원2024에는 총 50만 명의 관중이 참여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청소년올림픽은 성인올림픽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데다 전 경기가 무료로 진행되는 만큼 예약 부도(노쇼)가 많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특히 대회 초반 이어진 최강 한파에도 대회장 주변은 응원 열기로 가득했다. 강원2024 조직위원회는 난방버스와 난방텐트 쉼터 등을 운영했고 현장에서 무료 발권이 가능하도록 경기를 개방했다. 시민들은 추위를 뚫고 경기장을 찾아와 선수들에게 기운을 북돋았다. 특히 체감온도가 영하 20℃까지 내려간 1월 23일 평창슬라이딩센터에는 루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300여 명의 응원객이 모이기도 했다. 피겨스케이팅이 시작된 1월 27일과 28일에는 1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경기장을 찾아 성인올림픽 못지않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각종 문화체험행사도 마련돼 관람객은 물론 청소년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됐다. 조직위는 청소년올림픽이 경쟁을 넘어 전 세계 청소년이 우정과 문화를 나누는 자리인 만큼 대한민국의 매력을 알리고 각국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가장 인기를 끈 것 중 하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K-팝 커버댄스 배우기’였다. 청소년 선수들은 정국, 아이브, 르세라핌 등 우리나라 대표 K-팝 스타들의 곡에 맞춰 춤을 추며 경쟁을 잊고 K-컬처를 만끽했다. 이밖에도 선수촌 라운지에는 국악과 태권도 등 공연이 연일 이어졌고 한복 입어보기, 투호놀이, 달고나 만들기 등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각국 선수들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를 봤다. 오늘만 세 개째 먹는 중”이라고 말하는 등 한껏 들뜬 분위기 속에 축제를 즐겼다.
대회장 밖에선 올림픽 챔피언들과 청소년들의 만남도 이뤄졌다. 1월 28일 평창올림픽기념관에서는 김연아·윤성빈·유승민 전 국가대표 선수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올림피언들은 사전에 받은 사연을 바탕으로 자신의 청소년기 이야기를 들려주며 청소년들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전 세계 발달장애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도 진행됐다. 강릉아트센터에서는 대회 폐막까지 오대륙에서 온 청소년 발달장애 화가들의 작품 100여 점을 전시해 다양한 분야의 청소년들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선사했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발레단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공립 예술단체도 문화예술공연을 펼쳤고 바닷가 갤러리와 강원 문화유산 전시 등 다양한 전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밖에 ▲K-팝 콘서트 및 트로트 축제 ▲한식 만들기 등 K-컬처 체험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 전시회 ▲컬링·하키 등 동계스포츠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지며 대회를 풍성하게 했다.
강원도에 쏠린 관심, 관광 활성화로
정부는 강원2024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쏠린 전 세계인의 관심을 관광 활성화로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문체부는 강원2024와 ‘로컬100’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로컬100은 100가지 문화명소와 콘텐츠, 명인 등을 선정해 지역 곳곳의 문화매력을 알리기 위한 사업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월 26일 강원2024 현장을 직접 찾아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선수들을 응원한 뒤 로컬100으로 선정된 강릉의 명소들을 둘러봤다. 정부는 ▲강릉커피축제 ▲강릉 시나미 명주 골목 ▲강릉단오제 ▲바우길·해파랑길 등을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은 1월 31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 180여 명을 직접 만나 ‘뭉초’ 인형을 선물했다. 관광객은 경남아이스하키협회와 한국관광공사가 유치·지원하는 ‘제1회 국제 유소년 아이스하키 우호 교류 캠프’에 참가한 중국·일본·태국 관광객 중 일부다.
정부는 강원2024를 앞두고 일찌감치 관광상품 개발에 힘써왔다. 중국 등 현지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통해 강원2024 경기 관람이 포함된 관광상품 23종을 판매했고 일본·베트남·말레이시아의 관광업 관계자 260여 명을 강원도로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2월까지 강원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만 2000명 이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경기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올림픽 유산을 이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강원도가 운영하고 있는 강릉 오발, 하키센터, 슬라이딩센터 등 3개 시설의 사후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등 올림픽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활용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강원2024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청소년들과 함께 교류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대회의 성공을 위해 헌신해준 자원봉사자와 운영인력 등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평창’의 유산이 만든 튀니지 선수의 기적
2018평창기념재단 튀니지 등 9개국 청소년 지원
튀니지 조나단 루리미, 조국에 최초 메달 안겨
“강원2024를 통해 정말 좋은 경험을 했어요. 2년 전 한국에서 참여한 프로그램 덕분에 봅슬레이 선수가 될 수 있었어요.”
강원2024 봅슬레이 남자 모노봅(1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튀지니의 조나단 루리미가 대한민국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17세의 루리미는 2022년 2018평창기념재단의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 프로그램 ‘뉴호라이즌’을 통해 난생 처음 동계스포츠를 접했고 2023년 개발도상국 선수 육성사업을 통해 봅슬레이 전문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딴 메달은 튀니지 역사상 최초의 동계스포츠 메달이다.
루리미는 “프로그램 참여 당시 여러 동계스포츠를 경험했는데 그중에서도 봅슬레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메달을 딴 것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계속 열심히 해 2026년, 2030년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2024에는 뉴호라이즌 사업을 통해 선발된 9개국(태국, 대만, 몽골, 싱가포르, 브라질, 콜롬비아, 자메이카, 케냐, 튀니지) 25명 선수가 참가했다. 2018평창기념재단은 2022년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에서 100여 명의 학생을 강원도로 초청해 2주간 동계스포츠 종목 7개를 체험한 뒤 데이터를 분석해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어 2023년 봄·여름 시즌에는 강원2024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을 추린 뒤 다시 초청해 전지훈련을 하도록 도왔다.
2018평창기념재단 김아람 팀장은 “훈련은 물론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이 한국에서 서로 어울리며 문화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시설 등 올림픽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논의 끝에 이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강원2024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으로 치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원2024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을 기반으로 기존 시설을 100% 재활용해 치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회 예산 역시 평창올림픽(2조 7890억 원)의 3.5%인 967억 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2018평창기념재단은 앞으로도 올림픽 유산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1월 23일에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활용 계획을 밝혔다. 김 팀장은 “지난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 스펀지 썰매를 도입해 1년에 500명이 체험했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등과 연계해 다양하게 활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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