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는 다리 춤은 날개 내 도전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휠체어는 다리 춤은 날개 내 도전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두 바퀴로 춤추는 장애인댄스스포츠 선수 채수민
2017년 11월 스물한 살이던 채수민 선수는 낙상사고를 겪었다. 7층 높이에서 떨어져 흉추 3, 4번이 손상됐다. 살아난 것이 기적에 가까웠으나 가슴 밑으로부터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고 재활병원에서 1년 4개월을 보냈다.
“사고 당시 기억이 없어요. 깨어보니 중환자실이었고 ‘빨리 다시 학교에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제일 많이 했어요. 다신 걸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 몇 달이 걸렸죠.”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이던 채 선수의 전공은 ‘걸스힙합’이었다. 자신의 몸을 풀어주고 즐기다보면 자연스레 리듬이 솟아났다. 모든 세포와 관절이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사고 후 허리 아래의 감각은 어딘가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에게 한 사회복지사가 ‘장애인댄스스포츠’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 휠체어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춤이 아니었다면 휠체어를 밀고 바깥으로 나가기까지 더 오래 걸렸을지 몰라요. 춤이 저를 밖으로 나오게 해줬고 춤이 저를 움직이게 해줬어요. 사고 후 휠체어의 바퀴는 제 다리가, 춤은 제 날개가 돼줬죠.”
댄스스포츠는 2006년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공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콤비, 두 명의 휠체어 사용자가 무대를 선보이는 듀오, 한 명의 휠체어 사용자가 단독으로 춤을 추는 싱글 댄스 등 종목도 다양하다. 채 선수는 장애인댄스스포츠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2019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듀오와 싱글 부문에서 2위에 올랐고 이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2021년 프라하 장애인댄스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싱글 부문 3위에 올랐다. 2023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두 개의 금메달을 땄다.
“흉추가 손상된 터라 몸의 중심을 잡기도 힘들고 허리나 등에 힘을 쓸 수 없어서 오직 손으로 휠체어를 돌려야 했어요. 댄스스포츠 선수 중에서는 가장 상태가 안 좋은 상황이었죠.”
경기용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보다 높이가 높고 바퀴가 기울어져 있다. 춤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중심잡기가 어렵다. 채 선수는 오른손의 인대가 늘어날 정도로 연습했다. 춤을 추는 몸도, 춤의 장르도 달라졌지만 춤이 주는 기쁨은 여전했다.
“사실 대회는 우열을 가리는 거잖아요. 하지만 제게 춤은 여전히 즐거운 장르였어요. 춤을 추다보면 지금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요. 그렇게 즐기는 모습을 좋게 봐주지 않았나 싶어요.”
춤을 출 수 있게 되면서 그의 자립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자동차에 휠체어를 싣고 내리고, 혼자 화장실에 가는 연습은 그가 어디든 갈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댄스스포츠를 시작하고 장애인 여행 리포터, 장애인 패션쇼 모델, 장애인 브랜드 앰배서더 등에도 도전했다.
“다치기 전에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고 후에 더 진취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웃음). 1박 2일 여행 리포터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내가 이 정도로 사회 복귀를 했는데 더 못할 이유가 없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다음 도전은 ‘태평무’
재활병원에 있을 동안 동고동락하던 동기들은 전국 곳곳에 있다. 채 선수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들이 가이드를 자처했다.
“제가 유튜브도 하고 쇼트폼 영상을 찍는 이유는 저 같은 중도 장애인에게 무조건 나오라고 독려하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제 모습을 보고 바퀴를 한 번 더 밀 수 있는 힘 정도만 얻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걸스힙합을 시작할 때 그는 “멋있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았다. 지금은 다르다. 대회에 나가거나 여행하면서 듣는 말 중 가장 기분 좋은 말은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다. “수민 선수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는 말에 큰 보람을 느낀다.
“아직도 저를 보면서 ‘어쩌다 어린 나이에’라며 혀를 차거나 ‘힘들게 뭐 하러 돌아다녀?’라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돌아다니는 건 힘들지 않아요. 지금의 제 나이도 너무 좋고요. 불쌍하게 보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와 같은 청년들이 더 많이 거리에, 그리고 무대에 설 수 있지 않겠어요?”
채 선수는 요즘 ‘태평무’에 도전하고 있다. 장애인댄스스포츠 선수가 우리 전통 춤인 ‘태평무’를 사사하는 건 최초의 일이다.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춤인 ‘태평무’. 그는 휠체어 위에서 이 춤을 추면서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두루 평안한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

유슬기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