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 전 집대성한 예방의학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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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동의보감. 총 25권 25책 분량의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경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히려 따끈한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뻘뻘 흘려 몸의 냉기를 배출할 것을 권장했다. 여름철 삼계탕, 민어탕 등을 챙겨 먹는 이유다. 이런 민간 의학정보의 출처는 대체로 이다. 동의보감은 사계절 가운데 여름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양기가 피부와 모발로 흩어져 배가 허해지는 탓에 반드시 기를 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학서 최초로 세계기록유산 등재
조선시대 의학서인 동의보감은 동양의학의 이론과 실제를 뜻한다. 한국과 중국의 의학 서적과 임상의학적 체험에서 나온 치료법을 모아 대중화한 의학 백과사전 정도로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싶다. 동의보감은 처방이 쉽고 간결해 백성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일부 약제 이름을 한글로 써서 백성들도 읽기 편하게 실용성을 높였다. 국보 제319호인 동의보감은 의학서 최초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드라마 의 인기로 흔히 허준 혼자 동의보감을 집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선조 때인 1596년 왕의 명령에 따라 어의(궁궐에서 왕실의 병을 치료하던 의원) 등이 한·중 의학 서적을 모아 연구, 편집하기 시작해 광해군 때인 1610년 허준이 마무리해 완성했다. 동양을 대표하는 의학책 동의보감은 허준의 주도로 여러 사람이 14년에 걸쳐 공동으로 작업한 끝에 편찬된 결과물이다.
동의보감은 총 25권 25책(권은 내용 단위, 책은 묶음 단위로 동의보감은 한 책에 한 권의 내용이 담김)으로 나무 활자를 사용해 발행됐다. 인체 내의 장기를 다루는 학문인 내과학의 을 시작으로 몸의 겉에서 관찰되는 내용을 다룬 , 각종 질병과 관련한 , 약물 전반을 기록한 , 침과 뜸을 다룬 , 등 모두 23편으로 구성돼 병마다 처방을 풀이해놨다.
당시 의학서 절대 분량으로 따지면 중국이 훨씬 앞서 있었으나 의학정보의 체계적인 분류와 관리, 의료 공공성 측면에서는 동의보감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유네스코가 동의보감을 인류의 보편적이고 뛰어난 가치를 지닌 세계기록유산으로 판단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은 전세계 의학서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펼쳐진 동의보감│ 문화재청
‘몸과 마음의 균형’을 기본 원칙 삼아
“의학적 측면에서 동의보감은 동아시아에서 2000년 동안 축적해 온 의학 이론을 집대성해 의학 지식과 임상 경험을 하나의 전집으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 의학 이론에 비견되는 지식을 담은 이 책은 동아시아와 그 너머 세계의 의학 발전에 관해 이야기해 준다. 의료 제도와 관련해서는 19세기까지 사실상 전례가 없는 개념이었던 예방의학과 국가에 의한 공공의료라는 이상을 만들어 냄으로써 동아시아의 의학 지식과 기술의 발달을 대변하며 나아가 세계의 의학과 문화에 남긴 발자취이다. 그러므로 동의보감의 의의와 중요성은 세계의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동의보감’ 편 발췌)
동의보감은 서양의학과는 달리 인간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해 장수하게 하는 ‘양생’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즉, 병의 예방을 중요시한 것이다. 양생의 원칙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에서도 찾는다. 일상생활에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잘 잡아 건강을 유지하는 현대 예방의학의 철학을 무려 4세기 전에 일찌감치 선구적으로 연구한 셈이다.
의성 허준은 동의보감 외에도 총 8권의 책을 썼다. 허준의 저서는 대체로 중국 의서를 한국어로 번역한 책과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쓴 책으로 나뉜다. 전염병을 치료하는 의서인 벽역신방, 구급의학 전문서적인 언해구급방, 두창 관련 의서인 언해두창집요, 산부인과 전문서인 언해태산집요 등이다.
서울 강서구 허준로에는 4층짜리 허준박물관이 있다. 허준 기념실과 약초약재실, 의약기실 등 허준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체험 및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동의보감 가르침에는 어긋나지만 이곳을 찾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허준의 일대기를 공부하면서 무더위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
김정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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