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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뿌리 찾기…재즈의 직속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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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알려진 대로 초창기 힙합은 훵크(funk)와 디스코 밴드, 그리고 ‘808 드럼 머신’과 함께 태동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 점차 낡은 재즈 샘플들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후반 무렵 ‘재즈 랩’ 혹은 ‘재즈 힙합’이라는 명칭이 정착했다.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과거 자신들의 유산인 재즈(JAZZ)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힙합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미 힙합이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이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어 오기는 했다. 라스트 포에츠, 길 스캇-헤론 등의 스포큰워드 아티스트들은 자유로운 재즈 반주 위에 구어체 그리고 운율이 있는 시를 얹어냈다.

사실 재즈와 프리스타일 랩의 즉흥적인 구동 방식에는 다수의 유사점이 있었고 길 스캇-헤론은 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냈던 인물이었다.

이들의 경우 주로 정치적이고 사색적인 내용들을 다뤄왔는데 이는 후에 언급할 ‘네이티브 텅스 무브먼트’에도 영향을 끼친다.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갱스타, 그리고 라이브 밴드 ‘루츠’는 여전히 이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분류되고 있다.

디거블 플래닛츠, 그리고 어스3의 경우엔 아예 재즈 명가 블루 노트에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고 아이러니하게 재즈 레이블 블루 노트에서 처음으로 골드 레코드를 기록한 싱글이 바로 어스3의 ‘Cantaloop’가 됐다.

데뷔 싱글부터 디지 길레스피를 샘플링했던 갱스타는 이후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사운드트랙에 ‘Jazz Thing’을 수록하면서 이 장르를 더욱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후 갱스타는 더욱 직접적으로 재즈 뮤지션들과 교류한다.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경우 벅샷 르퐁크 프로젝트에서 갱스타의 DJ 프리모를 데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갱스타의 랩퍼 그루의 경우 로니 리스톤 스미스, 프레디 허버드, 그리고 도날드 버드 등의 재즈 뮤지션들을 게스트로 데려와 시리즈를 완성하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은 힙합 트랙을 만들기 위해 DJ 그랜드 믹서 DST를 섭외해 브레익 댄스 트랙 ‘Rockit’을 완수해내면서 수많은 비보이들을 춤추게 했다.

2017년 쿠바 아바나 알리시아 알론소 극장에서 열린 국제 재즈의 날 콘서트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왼쪽 세번째)이 동료들과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80년대 말, 정글 브라더스와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그리고 드 라 소울 등을 주축으로 ‘네이티브 텅스(Native Tongues)’라는 움직임이 탄생했다.

이는 뉴욕에서 시작됐고 아프리카 혈통의 긍정적이고 쾌활한 가사에 재즈 샘플 비트를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는 마치 아프리카 밤바타의 줄루 네이션의 정신을 계승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1980년대 무렵 N.W.A를 비롯한 몇몇 성공한 랩그룹들은 거친 가사를 담은 앨범들을 발표했지만 이들의 경우 비폭력과 사랑, 그리고 지성의 가치에 대해 랩하곤 했다. 80년대 말~90년대 초 무렵 이 아티스트들은 재즈 힙합 씬을 넘어 힙합 씬의 역사에 남는 걸작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재즈와 힙합 사이 태어난 가장 흥미로운 작업물은 단연 매드립의 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왕성한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방대한 작업물들을 쏟아냈던 매드립은 썬 라 등의 비교적 전위적인 음반들까지 샘플링해내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음악적 역사를 가능한 깊은 곳까지 파고 들었다.

그러는 와중 블루 노트의 음원들을 샘플링해도 된다는 정식 허가를 얻어 오로지 블루 노트의 샘플로만 앨범을 만들었던 는 오히려 재즈 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역으로 이 앨범을 통해 재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힙합 애호가들에게는 샘플링된 원곡을 수록한 앨범 를 통해 매드립이 요리한 원재료를 확인하게끔 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재즈 힙합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를 넘어서도 이 유산들은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네이티브 텅의 음악적 맥락은 이후 모스 데프와 커먼, 그리고 초창기 칸예 웨스트에게로 대물림됐고 재즈 힙합 밴드로 시작한 루츠는 현재 지미 팰런 토크 쇼의 하우스 밴드가 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주로 일본 쪽에서 재즈 힙합들이 다수 쏟아져 나왔는데, 특히 현재는 작고한 누자베스 같은 이들의 곡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영국 2파운드 동전 옆면에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는 뉴턴이 자신의 성공에 대해 “거인의 어깨에 서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더 멀리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 말한 것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재즈 거인들의 어깨에 선 랩퍼들, 그리고 그 재즈 힙합의 거인들이 만들어 놓은 토대 위에서 더욱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했던 다음 세대들의 모양새 와도 겹쳐진다.

과거 재즈 힙합과 현재의 힙합음악의 접점이 크게 없는 듯도 보이지만 힙합에 대한 태도라던가 주제의 자유도 같은 면에서는 확실히 대물림된 DNA가 분명 존재한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아카데미 시상식 중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던 작품 또한 결국 그런 과정을 추적해온 것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를 감독한 밴드 루츠의 드러머 퀘스트러브는 이처럼 재즈와 힙합, 그리고 아프리카와 미 대륙 사이의 상관관계를 여전히 충실히 연결 지으려 하고 있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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