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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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현실이 됐다. 여러분들도 마음껏 꿈꾸시길 바란다.”
얼마 전 한 방송사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걸그룹 멤버의 수상소감이다. 연예대상 프로그램을 끝까지 본 것도, 걸그룹 수상소감에 울컥한 것도 처음이었다. 그녀들의 이름은 ‘골든걸스’. 요즘 가장 핫한 걸그룹으로 멤버 네 명의 나이를 합치면 155세다. ‘골든걸스’ 멤버인 인순이, 이은미, 박미경, 신효범 등 한국을 대표하는 디바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너무나 품격이 있어서 신선할 정도다. 누가 봐도 올해의 신인상감이다. 무엇보다 내가 골든걸스를 반기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없던 새로운 ‘롤모델’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60세 언저리가 되면 거침없이 그 나이대를 ‘노후’라고 부른다. 그런데 노후에는 아무런 콘텐츠가 없다. 현역에서 은퇴해 집도 줄이고 씀씀이도 줄이고 인간관계도 줄이는 나이. 그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평균수명이 짧던 30년 전에는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생 후반이 갑자기 길어졌다. 100세까지 사는 게 드물지 않게 된 지금은 60세를 노후라고 부르는 게 어색해졌다. 60세면 이제 인생의 절반을 지나왔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50대부터 70대까지의 30년을 ‘세컨드 라이프’라고 새롭게 이름 지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의 ‘퍼스트 라이프’를 치열하게 살아내고 다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다. 50대부터는 가족과 사회에서의 책임을 조금씩 덜어내고, 생계 때문에 두고 왔던 꿈을 소환해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가장 좋은 때가 왔는데 노후라는 이름으로 자리 깔고 눕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실제로 이런 고민은 60세 언저리에 있는 내 또래 중년이면 누구나 한다. 30년 전 내가 봤던 60세라기엔 너무 젊어서 스스로도 ‘이게 맞나?’ 싶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게 롤모델이다. 달라진 60세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먼저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용기 내기가 훨씬 쉽다. 그런 면에서 골든걸스는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로 했던 멋진 언니들이다. 그들은 ‘50대, 60대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깨버렸다. 꿈과 도전이라는 단어가 60대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직접 몸으로 보여줬다. 이제 내 또래 친구가 도전 앞에서 망설일 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 골든걸스 못 봤어?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당장 시작해!”
나는 새해부터 법적으로 딱 60세가 된다. 아이들도 이제 성인이니 매일 나를 찾을 사람이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좀 생겼으니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집에 남는 방도 생겼으니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평생 기다려왔던 가장 좋은 때가 온 것이다. 그러니 중년들이여, 한 살 더 먹었다고 슬퍼하지 말고 2024년을 당당하게 시작하자. 골든걸스처럼.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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