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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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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춥다. 이렇게 추운 날엔 따뜻한 방에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나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편안한 일상을 누리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거리의 추위에 떨며 궂은일을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에 산 책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은 ‘삶은 능력보다 운에 좌우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인 김현철 교수는 의사로 근무하다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머리 좋고 학벌 좋은 사람인데, 자신이 이렇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남들보다 운이 좋아서라고 고백한다. 자본주의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능력주의는 ‘네가 게으른 탓’이라고 단정하기 쉬운데 사실은 나의 성취가 내 능력보다 운에서 왔다는 걸 알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2월은 겸손과 겸허의 달이다. 일 년 열두 달, 하루 24시간은 언제나 똑같지만 그래도 연말이면 이상하게 약해진 마음으로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 끝에 중학교 때 읽었던 톨스토이의 명언이 생각났다. 사람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일 년이 시작되는 날보다 일 년이 끝나는 날에 조금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때라고 했다. 나는 과연 지난 1월보다 더 나아진 인간이 됐나? 그런데 좀 더 나아진 인간이 된다는 건 또 어떤 것일까?
매달 신문에 연재하는 칼럼을 세 개씩 썼고 한 달에 두세 번씩 혼자 사는 노인들께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봉사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한 학기 동안 대학교에서 카피라이팅 강연을 하며 학생들을 만났고 작은도서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에서 글쓰기 강의와 인문학 특강을 했다. 책 쓰기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삶을 책으로 내려는 분들을 진심으로 도우려 노력했다. 강연료로 주택담보대출금 등 각종 빚을 밀리지 않고 갚아나갔다. 아, 그런데 그런 일들을 하느라 쓰기로 했던 네 번째 책의 원고를 방치했다. 다행히 초고의 일부를 읽어본 출판사 대표님이 기다릴 테니 계속 쓰라고 격려해주셨다.
이 칼럼의 제목을 ‘12월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정하고 나서 든 생각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내가 먼저 따뜻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내가 섭섭하게 한 일은 없는지, 글쓰기 강연을 하며 무안을 주거나 나도 모르게 희망을 꺾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 돌아본다. 강연장에는 “그렇게 게으르게 쓰려면 집어치워라”라는 유명 시인의 말을 듣고 마음이 상해 오신 분이 있었다. 그 시인은 아마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나도 그러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올해엔 개인적으로도 아프고 어려운 일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나를 미워하거나 업신여기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다 내 탓으로 여기는 게 정답이다. 그러고 보니 ‘K-공감’에 쓰는 마지막 글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행복을 바라며 마지막 선물로 어제 읽은 짧은 시를 하나 소개한다. 한상호 시인의 ‘매듭’이다.
훌쳐매지 마라/ 다시 풀기 어려우니/ 해결이란/ 묶인 것을 푸는 일/ 화해란/ 풀리고 녹아 물로 녹아 흐르는 일/ 분노한 손으로는/ 매듭짓지 마라


편성준
유머와 위트 넘치는 글로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썼다. 현재 다양한 채널에서 글쓰기와 책쓰기 강연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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